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임정희 [Before I Go J-Lim] (2007, Big Hit/Seoul/JYP)

tunikut 2010. 10. 12. 14:14

 

혹시나 임정희씨 본인이 이 글을 보실 수도 있을 거라는 가정을 해보고 먼저 잠시 어나운스먼트를 좀 하자. 본 블로그를 예전부터

봐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난 임정희씨의 대단한 팬이다. 그녀의 초창기 길거리 공연도 두번 봤고 데뷔 당시 케이블 티비를 비롯

그녀가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다 모니터했으며 그녀의 1집과 2집 cd는 구입 당시 거의 끼고 살다시피했다. 그녀의 미국행 이후

긴 공백 동안 참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으며 심지어는 8eight의 주희씨 목소리톤이 임정희씨와 매우 흡사하다는 걸 알고는

8eight의 노래를 들으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드디어 드디어 그녀의 컴백 소식을 들었고 새 ep를 들어보기 전에 3집부터

체크하자는 마음에 며칠 전 3집을 사서 들어봤다. (임정희씨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생각들과 단상들이 떠오르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이번 새 ep 포스팅 때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3집에 대한 얘기만 잠깐 해본다.) 자, 가자.

 

내가 살면서 cd를 사서 포장을 뜯고 들어보면서 단번에 '쓰레기'라는 표현을 썼던 음반은 거의 없었다. 근데, 말이다. 임정희씨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발표한 이 앨범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쓰레기'다. 별 반개도 아까울 정도다. 난 최근 티아라의 "처음처럼"

같은 곡을 듣고 '방시혁'이란 작곡가를 좋아하기로 했으나 그의 스타일이 얼마나 구린지 바로 이 임정희 3집을 통해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ep도 방시혁씨와 같이 한 거라니 솔직히 두렵다.) 임정희 1집과 2집에도 물론 방시혁씨는 약간의 참여를

했으나 1집에선 주로 박진영의 입김이 많이 작용을 했고 2집은 여러 흑인음악 뮤지션들-윈디 시티, 타블로, 주석 등-과의 콜라보가

빛났던 멋진 앨범이었다. 2집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랑아 가지마"를 듣고 왠 뽕끼? 그러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정작 퀄리티는 무척

탄탄했던 앨범이었는데, 이 3집은 그야말로 "사랑아 가지마"의 뽕끼가 전곡을 꽉 매운 거라고 보면 된다. 들으면서도 계속 손발이

오글거리고 아니 이게 임정희의 앨범인지 장윤정의 앨범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면 말 다했지 않나. 이 모든 것의 주범은 '방시혁'이다.

그는 인트로하고 한두곡 빼고 전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스했다. 내 생각에 이 3집 앨범 만큼 임정희씨의 의견이나 스타일이 반영안된

앨범은 없었다. 임정희씨는 분명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녀의 솔직 담백한 작사 능력은 이미 1집의 "Happy People"이나 2집의

"거리의 천사들"에서 증명이 됐으며 2집의 "거리의 천사들"에서는 탁월한 작곡 실력도 보여줬다. 그런데 3집에서는 그녀가 작사 작곡

한 곡은 하나도 없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은 트랙은 인트로인 1번 트랙밖에 없다.  그녀가 쓴 잔잔한 나레이션, 이게 제일 좋다.

임정희, 세계의 바다로 가자. 인트로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앨범의 사운드는 '세계의 바다로 가자'가 아니라 '신파의 바다로 가자'다. 

곡의 제목들도 봐라. "해요", "그녀에게 가버리세요", "안돼요", "들어요" 젠장.. 지금 뭐하자는 거냐. 게다가 "그녀에게 가버리세요"의

가사를 봐라. "그대에게 나라는 여자 그리 쉬워 보이나요" 씨발! 지금 니네들 임정희 데려다놓고 뭐하냐! 내가 100% 확신하지만

임정희씨 본인도 분명히 이 3집 앨범 만족하지 않을 거다. 임정희씨가 원하는 음악이나 스타일이 내가 뭔지 알기 때문에. 게다가 아주

뽕끼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작정을 했는지 "이런 사랑 저런 사랑"에서는 진짜로 '트롯'을 한다! 게다가 박진영까지 합세해서. 씨발 진짜

욕 나오더라. 뭐냐 이게!! 또 무슨 P-DOGG인지 피똥인지 자기 소개 할 때도 "피 디오떠블즈이.." 아니 g를 어떻게 z로 발음하는지

아예 영어를 쓰질 말지 암튼 이 사람이 만들고 참여한 트랙도 옆집 동식이가 오토튠 하나 장만해서 장난치듯이 아마츄어 냄새 풀풀

풍기며 공짜로 줘도 안살 트랙을 어떻게 이렇게 메이져 가요 앨범에 떡하니 실었는지도 가관이고 "품"이라는 곡은 내가 진짜 씨발 욕

나온 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Aerosmith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을 그대로 베껴다 쓰냐! 방시혁!

 

아니 1집과 2집에서의 그 발랄한 소울과 팝, 힙합 플레바는 어디로 갔냔 말이다!!! 어떻게 좋기는 커녕 '괜찮다'라고 느낄 만한 곡이

하나도 없냐! 건질 게 없다 건질 게. 진짜 앨범 타이틀처럼 "아이고.. 제이림"이다. 임정희씨 잘못 없다. 이 모든 책임은 방시혁이다.

혹시 이 씨디 Big Boi한테 준건 아니겠지? Big Boi가 듣고 어떻게 느낄까? 'Pooh.. it's a shitty asian thang. Ah?' 혹시 이러진 않을까

걱정이다. 휴우.. 너무 흥분했다. 욕도 너무 남발했다. 진짜 내가 태어나서 씨디 사서 듣다가 집어 던질 뻔한 충동을 느낀 건 처음이

었다. 아직 이번에 나온 미니 앨범은 안들어봤는데 타이틀곡.. 쫌 그렇다. 이번에도 '방시혁'이란다. 두렵다 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