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San E [1st Mini Album: Everybody Ready?] (2010, JYP/LOEN)

tunikut 2010. 9. 30. 10:28

 

지금 산이의 등 뒤에는 절벽이 있고 산이의 앞에는 리스너들이 있다. 산이가 이쪽으로 가려고 하면 리스너들도 우루루 그쪽으로,

저쪽으로 가려고 하면 리스너들도 우루루 저쪽으로 간다. 산이의 볼에 식은땀이 쭉 내리게 하는 배수진 대치 상태.

 

결국에는 두가지 포인트에서 이 앨범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리스너의 마음이고 또 하나는 산이의 마음이다. 일단,  리스너들

의 마음부터 보자. 가장 중요한 요점은 우리가 산이에게 OVC로서의 모습을 기대했다는 거다. 그래 맞다. "산선생님-Rap Genius

-Ding Ding Ding" 진짜 정말이지 존나게 좋았다. 바로 OVC에서 활동하던 언더그라운드 랩퍼 산이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앨범은 'OVC로서의 산이'가 아닌 'JYP로서의 산이'로 나온 앨범이다. 그러니 우리들의 예상과 결과물의 모양새가 너무 다를

수 밖에. 또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가 산이에게 기대를 '지나치게' 많이 했다는 점이다. 분명 산이에게는 위에 언급한 세 곡에서

들려주던 그만의 폭풍간지가 있었지만 그가 발표한 다른 곡들 (첫번째-두번째 믹스테잎의 여타 곡들이나 Anybody 등)을 들어

보면 또 생각보다 평이한 스타일의 랩을 들려주는 곡들도 꽤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본 앨범은 다소 그런 '평이한 스타일의 랩'

위주로 가다보니 리스너들이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자, 이번엔 산이의 마음으로 들어가보자. JYP라는 국내최고메이져기획사에서 본격 공중파 데뷔를 위해 산이는 '너무' 대중적인

측면에만 몰입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쉽게 말해 '안전'하게 가려고 한 것 같다는 말이다. 근데 대중들은 그렇게 안전한 음악에'만'

호응하지는 않는다는 걸 산이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Psy가 데뷔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의 음악이 안전빵

이었나? 아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얼굴을 찌뿌리게 만들 정도로 비호감이었고 음악 역시 '대중적'이지 않고 이상했고 특이했다.

그리고 요즘 공중파 가요에서 인기를 끈 음악들을 보자. F(X)의 "Nu ABO"나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 역시 그다지 안전한 음악은

아니다. 물론 산이 자의가 아니라 JYP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는 있겠으나 어쨌든 산이는 좀더 자신만의 개성을 살렸어도, 그러니까

콕 찍어 말해 "Rap Genius"같은 곡을 한두곡 더 실었어도 좋았을 거라는 얘기다. JYP와 OVC의 적절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면 50:50 까지는 아니더라도 70:30 정도로 적절하게 분배를 해도 좋았을 텐데 너무 100% JYP로만 갔다는 얘기다.

 

곡들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 끝내자. "산이 소개하기-맛좋은산"은 죽인다. 좋다. "맛좋은산"의 빼곡빼곡 박아놓은 라임들과

펀치라인은 대중들에게 '랩잘하는 산이'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혹시 누가 또 "맛좋은산"하고 "Without Me" 비교해놓고

표절개드립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되긴 하지만) 무엇보다 아모랩퍼를 향한 조롱. 아 통쾌했다. "LoveSick"이 진부하다고 하는데

그럼 산이는 산선생님 시절부터 진부했다는 얘기가 된다. 첫번째 믹스테잎에서는 "럽씩 넘 좋아여~" 이러다가 지금 와서 왠 진부?

"B.U.B.U."하고 "원하잖아"의 프로듀싱이 구린가? 난 좋기만 하던데. 만약에 2PM이 "B.U.B.U."를 발표했다면 "오 비트 죽인다"

이럴 거면서.. 그리고 "원하잖아"가 최악의 트랙이라고 하는데 자꾸 그 곡만 돌려듣는 나는 막귀인지 모르겠다. 원래 JOO에 대해

하등의 관심도 없었는데 이 곡 듣고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호감으로 바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원하잖아" 이 곡은 살짝

B.o.B 느낌의 pop flava가 마치 올해 본토씬을 강타했던 Alex Da Kid가 만든 두 곡의 대박트랙 ("Airplanes"하고 "Love The Way

You Lie")을 연상시켜서 좋기만 했다. 하지만 "놀자"는 최악의 트랙 맞다. 아무 느낌도 안나는 쌍팔년도 쌈마이 댄스비트는 대체

왜 실은 건지 모르겠고 어느 리뷰어 말마따나 이게 원더걸스 예은인지 옆집 황예은인지 뒷집 오예은인지 아무 개성도 매력도

없는 코러스에 아무 감흥도 없는 랩이 얹혀진 "놀자" 같은 트랙은 답이 없다.

 

아무튼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요점으로 해석될 만한 앨범인 것 같고.. 개인적으로 총평을 내리자면?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그저 다소 아쉬울 따름. 하지만 차기작 (두번째 미니앨범이 될지 정규앨범이 될지는 몰라도)에는 분명 그만의 개성을 잘 살린

멋진 앨범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