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Espionne [Belif Music Treatment: The Formula] (2010, Studio 360/Belif)

tunikut 2010. 9. 24. 13:58

 

어떻게 보면 '박민준'이라는 아티스트는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게 분명하다. "소울 챔버"라는 그룹의 스크래칭 디제이 멤버에서

각종 스크래칭 세션맨으로, 힙합 파티 디제이로, 힙합 프로듀서로 진화해 나가더니 espionne라는 또다른 자아를 창조하고 나서

부터는 그 음악적 스펙트럼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져만 간다. 브라질리안-소울 재즈-라운지-이지리스닝-팝-보사노바

-시부야계-모던록-제3세계에서 '사운드 오브 서울'로 대표되는 코리안 소울 훵크의 재발견까지.. 이젠 '박민준'이라는 뮤지션의

스펙트럼을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게 됐다. (얼마전에 TV CF도 찍으셨음) 그리고 그의 '음악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앨범이 이번에 새로 발매된, espionne로서의 두번째 ep인 "belif music treatment: the formula"이다.

 

짤막짤막 고작해야 1분에서 3분 가량되는 소품같은 여섯 트랙이 담겨있는 ep지만 여지껏 그가 만들어왔던 앨범들과는 접근부터

가 다르다. 전곡이 리얼 라이브 '연주'라는 것,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되는 '건반'과 '기타'를 espionne가 직접 연주했다는 게 바로

그거다. 건반과 기타를 연주하신 분이 누구? 그렇다. 이 앨범에서 박민준씨는 마치 조빔 같다. belif 화장품 브랜드 런칭 배경음악

으로 제작된 앨범이다보니 그 스스로도 화장품을 바르는 그 순간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내가 남자다보니 그걸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어 지금 쓰고 있는 이 포스팅은 빵점이다.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여성분이 여기 담긴 음악을 화장하는 행위로 빗대어

묘사한 게 있는데 그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미없게 음악적인 얘기만 잠깐 해보면 전반적으로는 espionne라는 자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예전에 들려줬던 보사노바-브라질리안-스윙-재즈적인 느낌보다는 좀더 '팝적'이고 'easy'
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비교적 전형적인 보사 넘버 "The Formula"에서 그가 직접 연주하는 올갠 소리 꼭 첵킷해야 하고

"Magic Dew Drop"에서는 스위트피의 환영이 보일 정도로 포크팝적인 모습도 보여주며 미드템포 힙합 넘버같이 시작하는 "Rose-

hip"은 말미의 기타 솔로에서 언니네 이발관식의 기타팝적인 느낌도 난다. 또한 "Lotus Blossom"의 후반부는 마치 "한강의 테마"

에서처럼 고고 비트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 '사운드 오브 서울' 프로젝트에 몸담은 dj soulscape의 영향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espionne와 dj soulscape와 박민준은 어떻게 다른가?

- 따지고 보면 별 다를 것도 없습니다. (예전에 폐간된 mdm 김반장 vs 박민준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