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DJ Soulscape [Radio Seoul Session.1] (2009, 360sounds)

tunikut 2010. 5. 31. 12:37

 

확실히 아무리 들어보고 또 들어봐도 소울스케잎의 '사운드 오브 서울' 프로젝트는 실로 그 대단함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전부터도 약간씩 약간씩 재발굴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 외에도 GK Huni G같은 분도 같은 테마의 디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마일즈 데이비스가 그랬듯, 전면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나의 주제를 이슈화시키고 전파했다는 점에

있어 그에게 '이노베이터'라는 칭호를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앨범은 the sound of seoul 믹스셋을 발매한 그가 최근

more sound of seoul을 발매하기까지 그 사이에 일종의 '맛보기' 내지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는 스몰 믹스셋, 500피시스

한정으로 이 앨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읽을 수 있다.   

 

믹스셋이라고 해도 1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 타임에 산울림의 노래로 스크래칭을 해버리던 "the sound of seoul"에 비하면

단촐한 구성에 믹싱 역시 느슨하게 이루어져있어 '믹스 씨디계의 ep'정도 컨셉이라면 될 듯. 표면적으로는 쭉 들어보면

마치 80년대 한 조그마한 시골 장터에 온 느낌이 나는데 "산토끼"와 "학교종이"가 울릴 때는 100원짜리 '니아까 목마'탄

애들이 보이는 것 같고 또 한쪽 모퉁이를 돌아서면 뽕짝 메들리와 함께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고 있는 풍경이 보이며 좀 더

지나면 이제 전형적인 캬바레 사운드와 함께 머리에 엿기름 바른 김선생과 바람난 영숙 엄마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맨 마지막 곡인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같은 것"은 다분히 박민준님의 의도적 선곡으로 보이며 그 역시 최연제의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조갑경의 "바보같은 미소", 하수빈의 "더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80-90년대 아련

걸발라드"의 그 가슴 저미는 감성을 지니고 있는 듯해 반갑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머리 깎고 훈련소로 들어가며, 사랑하는

가연이가 멀리서 보고 있고.. 돌아서는 내 어깨에 "이제 더 이상 난.. 기다릴 수 없어요.." 하는 애잔한 그 멜로디.. 그리고

이어지는 색소폰 블로잉.. 크햐..

 

자, 이렇게 표면적으로 들리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우리들 '리스너'들은 그 내부에 자리잡은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그리고

다분히 '코리안 소울'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명 소울스케잎 본인도 이 점

에 초점을 두었으리라.) 대다수의 곡들의 그루브감은 60-70년대 '소울 재즈'의 아우라를 느끼게 해주는데 오프닝곡인

정성조 선생님의 "Road Work"나 조방님의 "눈물을 감추고"의 후반부 솔로 파트는 과연 이것이 한국에 실제로 존재했던 곡

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모던하고 그루비하다. 또한 김희갑 콤보의 "밀양 아리랑"을 들어보면 필시 The Roots가

골상학 앨범에서 채택한 것과 다르지 않은 드럼앤베이스-업템포 훵키 그루브의 압도감이 장난이 아니며 표면적으로는 '완전

뽕짝'이지만 그 속에 레잇훵-디스코의 아우라를 폼고 있는 "기타치는 마도로스" 같은 트랙도 매우 멋지다. 또 앞서 말했듯

"회상"을 부르는 홍민님, "내 마음"을 부른 최헌님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코리안 소울'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소울풀하며 다시금 우리가 왜 '흘러간 옛가요"를 "코리안 소울"로 재발견해나가야 하는지 당위성을 느끼게끔 한다.

 

비록 "가래검사 엑스레이검사 모두 해야지" 같은 유머러스함 없는 단촐한 구성이라고 하더라도, 이 작은 앨범에서 들려지는

소위 "흘러간 옛가요"들의 '위대함' 앞에 그저 우리네 리스너들은 경외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