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Gehrith Isle [Earth, Stars-And Melody] (2010, Buckwilds)

tunikut 2010. 5. 10. 23:18

 

갸갸갸갸갸갸갸갸갸 나는 고대 마야인 원시인 무정부자본주의 외계인 플로우.. 아마도 국내 랩퍼 중에서 이런 식의 가사를 써내는

사람은 없을 듯. 그 뿐만 아님. 한글과 영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온통 허무맹랑해보이는 가사에 촘촘히 박아놓은 펀치라인

들에 막 으깨는 듯한 플로우들.. 이게 바로 현존하는 국내 힙합씬의 엠씨들 중 가장 unique하다고 생각하는 게릿 아일의 스타일이다.

지난번 첫번째 믹스테잎 포스팅 때도 언급했지만 단지 그를 '목소리 특이한 랩퍼'로만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wu-tang clan에서

부터 airto moreira, squarepusher, jimi hendrix까지 그의 훼이버릿 아티스트 목록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데 그런 그의

취향은 역시 본 두번째 믹스테잎에서 IDM 댄스 뮤직을 차용한 "운동캠페인"부터 블루지한 기타가 등장하는 "Honeysuckle Blues"

까지 드러난다. 본 믹스테잎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그의 단점으로 꼽히곤 했던 '딜리버리'의 측면을 강화했다는 점인데 확실히

모든 곡들에서 예전보단 또렷또렷한 발음과 가사 전달이 느껴진다. 또한 '스킬'적인 측면에서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본 믹스

테잎에 실린 "Lyrics of Fury"나 "정글왕앤떰"에서의 그만의 유니크하면서 굉장히 타이트한 플로우를 들어보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첫번째 믹스테잎에 담긴 컨텐츠가 다소 '아방'스럽다보니 몇몇 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첫번째 믹스테잎을 좋아한 이유가 바로 그 텅빈 듯한 구성에 황량한 사막에서 얼굴은 낙타이고 몸은 사람인 한

freak을 마주친 듯한 아방스러움이었다면 본 두번째 믹스테잎에서의 그는 더이상 얼굴은 낙타이고 몸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완전한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거다. 이게 '살롱01로부터 벅와일즈로의' 크루의 이동과 관련이 있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정리해보자면,

가사전달은 더욱 용이해졌고 플로우 역시 더욱 타이트해졌지만, 그를 가장 그답게 했던 '아방가르드 전위 똘끼'의 측면이 많은 부분

희석돼버렸다는 측면에서 보면 첫번째 믹스테잎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치 "네이키드 런치"를 만들던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이 "폭력의 역사"를 만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으로 바뀐 모습이랄까.

 

p.s. 처음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quasimoto식의 음성 변조가 느껴졌고, 조금 더 들어보니 peedi peedi가 연상되더니 이

믹스테잎 맨 마지막곡 "너의집을나서면서 데모"에서 그가 살짝 오토튠 입혀서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니 진짜 wizzy 같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