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Steady B [Steady Lady] (2009, Overclass)

tunikut 2010. 4. 16. 22:47

 

"묻혀버린 앨범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 steady lady by steady b

 

이 앨범이 왜 그렇게 저평가되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몇번이고 들어봐도 너무 좋은데 말이다. 아, 물론, 프로덕션과 휘쳐링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거, 맞다. 근데 그렇게 보면 비솝의 수베니어도 똑같이 욕먹어야 된다. 그 앨범도 프로덕션과 휘쳐링이 상당부

를 먹어줬던 앨범이니까. 그럼 그렇게 되면 bahamadia의 kollage도 그렇고 jeru의 데뷔 앨범도 욕먹어야 된다. 프로덕션이 먹어

준거니까. 그럼 da brat의 funkdafied도 졸반일 수도 있겠다. 왜? 프로덕션이 먹어준 앨범이니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 앨범

이 프로듀싱과 참여진으로 100을 채운 앨범 만은 아니라는 거다.

 

대체 스테디비의 랩이 왜 좆ㅋ망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하도 뭐라 말이 많길래 난 랩이 완전 개차반인 줄 알았다. 근데 정작 들어

보니 라임면에서 약간 아쉽다는 것 빼고 이처럼 색깔 분명하고 톤 분명하고 개성있는 여성 엠씨가 어딨단 말인가. 앨범내 베스트 

트랙이라 할 수 있는 get lost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봐도 그녀의 플로우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get lost

후반부에 나오는 영어랩 난 너무 좋다. 또 여지껏 거의 전무했던 explicit한 가사들 역시도 (중년 남성 리스너로서) 맘에 들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물론 그렇지만 역시 빠방한 참여진과 프로듀싱이 빛을 발한 앨범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 앨범의

주인으로서 그다지 앨범에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엔 반대한다. 오히려 스테디비가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특유의 톤

과 플로우가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트렌디한 프로덕션에 녹아들어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들어봐"를 "들으봐"라고

발음하는 것만 빼면 난 그녀의 랩이 맘에 든다.

 

초반부에 연속으로 터져나오는 세 곡은 정말 미치도록 좋다. 하루종일 이 세 곡만 듣고 있어도 신날 것 같다. 제피의 사우스 비트

와 델리보이의 파퓰러한 댄스 뮤직이 범벅이 돼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게다가 ding ding ding에서의 san e의 랩은 어떤가. 진짜

미쳤다. san e 특유의 그 야비하고 변태적인 톤에 살짝 오토튠을 가미해 산선생님-rap genius로 이어지는 미친랩의 정수를 들려

준다. 또 지난 꼴라쥬 2에서 i'm hot을 베스트 트랙으로 꼽았던 내가 본작에 수록된 tha baddest를 안좋아할 수는 없다. 앨범

전체의 트렌디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drivin'에서의 the quiett의 비트는 역시나 왜 그가 최고인지를 다시금 증명해주고 

있으며 twisted에서의 엘큐의 간드러지는 랩도 너무 좋다. 내가 참 이뻐하는 게리따의 "꼬꼬꼬임에"도 좋고 wanna luv ya mo

에서의 스테디비 랩이 왠지 귀엽다는 느낌도 주고 조 브라운 노래도 좋다. left right의 델리보이 이런 스타일의 비트 진짜 미치겠다.

 

반면 딱 한 곡, 이해 안되는 곡이 하나 있다. 바로 walking edges. 아니 도대체 어느 박자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라는 건지 그 의중

을 모르겠는 제피의 '괴상'한 비트와 언발란스함이 무언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난데없는 이그니토의 '지옥의 화신랩'은 매우 매우

매우 이상하다. 그리고 비트가 이상하니 스테디비의 랩도 대충 어떻게 따라가기만 하려는 듯한 이상한 플로우로 일관하고..

 

암튼 요는, walking edges 한 곡 빼고 나머지는 모두 꽤나 퀄리티가 괜찮은 곡들이라는 거. 자체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고 적절

하게 비트에 녹아드는 스테디비 특유의 랩도 매우 만족스럽다. 이 앨범, 묻혀두지 말고 반드시 재평가 해보시길.  

 

할 게 태산인데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