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Wheesung [Vocolate] (2009, Pop/Up)

tunikut 2009. 11. 13. 22:04

 

 

 (에라, 공부고 뭐고 치우자. 비도 주룩주룩 오는데..)

 

음, 일단 사실 이런 거 굉장히 싫어하는데 평론가들이 주로 하는 '문구 작성'을 좀 해야될 것 같아요. 휘성의 정규 6집 "보콜렛"을 듣고 나서

딱 머릿 속에 세가지 '오그라드는' 문구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오그라드는' 문구들을 중심으로 얘기를 좀 풀어보겠습니다.

 

첫번째 문구: "휘성, 인고의 세월을 딛고 완벽한 홀로서기를 하다"

 

자, 휘성이 그동안 어땠습니까. YG를 통해 화려한 데뷔를 했고 4집까지 이른바 조용필/태진아 부럽지 않은 '국민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YG와의 계약 종료 후 홀로서기를 시도, orange shock을 통해 박근태씨와 손을 잡고 발표한 5집은 그의 그전까지의

디스코그래피에 비교했을 때 그야말로 '대망'했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휘성의 오랜 팬을 자처하는 지라 그럭저럭 그 앨범도 좋아했었지만

역시, 다소 '당황'스런 곡들이 포진돼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또 그 무렵 각종 예능 프로에 출연, 다수의 오그라드는 모습들을

보여준 것도 (물론 그가 예능감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닥 안어울리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죠. 5집의 실패,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아모

여가수와의 아픈 스캔들 등은 그를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했던 5집 이후 다시금 '소울 싱어'로서

의 정체성을 되찾고 EP를 발표했지만 역시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고 그나마 이후에 다시 발표한 디지털 싱글 "Insomnia"가 약간

의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저를 포함한 대다수 휘성의 '올드팬'들은 그의 행보를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가을, 휘성은 잘 만들어진 초콜렛처럼 생긴 앨범 한 장을 들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수록곡 12곡 중 두곡을 제외한 전곡의

가사를 쓰고 세곡을 직접 작곡했으며 앨범 전체적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앨범을 가지고 '제대로 된' 홀로서기를

시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두번째 문구: "휘성, 언더그라운드로 복귀하다"

 

혹시 5집 이후 휘성과 이현도씨가 공동으로 발표한 "우린 미치지 않았어"라는 싱글을 기억하십니까? 이현도씨의 농익을 대로 익은 sick한

슬로우잼에 " We're not fucking crazy!"를 울부짖던 그의 목소리가 줬던 그 신선한 '언더그라운드'가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면,

바로 그 때의 그 콜라보를 본 앨범에서 다시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이현도는 4곡을 프로듀싱했으며 예의 그만의 탁월한 감각

과 소울풀한 느낌을 가지고 휘성의 보컬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죠. Verbal Jint가 휘쳐링한 "Girls"에서는 전자음과 오토튠으로 상징

되는 트렌디한 비트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했던 건 의외로 그가 두 곡의 '발라드' 넘버를 프로

듀싱했다는 점인데 ("사랑.. 그 몹쓸 병", "네 심장이 뛰는 날") 그 느낌이 마치 아주 옛날 듀스 시절의 발라드곡들이 주던, 특유의 피아노음

섞인 풋풋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시절의 음악을 아는 이들에게는 꽤 향수를 자극할만 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그의 행보를 한번 볼까요? 같은 시기에 발표한 Verbal Jint의 앨범에 8년만에 휘쳐링을 통해 다시 조우했으며, 공중파 예능 프로에 나와

우스갯 소리를 하는 것보다 클럽에서 노래하고 파티를 즐기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치 그만의 언더그라운드를

되찾은 느낌이랄까요? 

 

세번째 문구: "휘성을 아는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똑똑한 앨범"

 

일단 제가 태어나서 어떤 가수의 신곡을 듣고 눈물을 글썽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랑해 누나"서부터 그를 알았고 그의 노래들

을 쭉 듣고 모든 앨범을 모아온 '팬'으로서, 그의 신곡 "주르륵"을 쇼음악중심에서 들으면서 'ㄸ에이씨 젠장..' 이런 느낌과 함께 울컥하다

못해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예, 바로 휘성의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곡들이 이 앨범에 다수 포진돼있다는 거죠.

일단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건 그의 보컬입니다. (앨범 제목이 괜히 "보콜렛"이 아닙니다) 5집 이후 그가 들려줬던 곡들에서 '왠지 예전

목소리가 아닌데..'의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앨범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안되나요" 시기를 거쳐 거의 "사랑해 누나"까지 거슬러 올라간,

바로 그 풋풋한 초창기적 목소리를 되찾은 것 같다는 겁니다. 또한 신곡 "주르륵"만 하더라도 "7 Days"와 "일년이면"을 기억하는 팬들의

감수성을 그대로 자극하는 멜로디를 들려주고 "I Am Missing You"와 "다시 만난 날"로 대표되는 휘성표 '애절' 발라드를 좋아했다면

"사랑.. 그 몹쓸병"과 "네 심장이 뛰는 날"에서 그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Insomnia"를 기억하는 그의

'뉴팬'들을 위해 그 느낌 그대로 충실하게 계승한 "Over U"와 one Kiss"(아모여가수와 있었던 일을 그대로 가사로 써버린 곡)가 마련돼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전자음과 오토튠을 이용한 "Girls"나 "Rose"에서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앨범은 그를

사랑했던 예전의 팬들과 최근 그를 알게된 새로운 팬들과,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일반팬들의 귀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영리하고 똑똑한

전략적 앨범이라는 거죠. 그리고.. 앨범의 맨 마지막에 실린 "타임머신"이라는 곡에 대해 잠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곡.. 참

특이하고 유니크한 곡입니다. 일단 곡이 주는 느낌 자체가 마치 90년대 초반 '윤종신'으로 대표되는 '컬리지 가요' 느낌과 60년대 비치

보이스 느낌의 올드팝, 그리고 묘한 비장감까지 갖춘 곡으로 그의 목소리 역시 기교를 완전히 배제한 '청승 보컬'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

이죠. (전 솔직히 첨에 한번 돌리고 이 곡이 제일 먼저 귀에 감겼다는.. ㅋ)

 

아함.. 이렇게 해서 휘성 새 앨범에 대한 얘길 잠깐 해봤습니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거참 버벌진트와 휘성은 묘한 콤비아닌 콤비인 것 같아

요. 이번에 신보도 비슷한 시기에 내고.. 서로 앨범에 휘쳐링 해주고.. 제 생각에 언제 한번 둘이서 같이 작업한 프로젝트 앨범 내면 진짜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 아마 그게 나오면 전 울어버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