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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Nolan [Inception] (2010)

tunikut 2010. 7. 25. 03:00

 

** 스포일러라고 하긴 그렇지만 영화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중요한 영화

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좀 진부한 문체이긴 하지만 쓴다. 가상현실의 아찔한 영상들과 그에 담긴 심오함을 주었던 "매트릭스"

를 우린 모두 좋아했다. 또 현실과 환타지 사이를 오가며 분리된 자아의 어드벤쳐를 보여주었던 "아바타" 역시

우린 열광했었다. 또 스페셜티를 가진 훌륭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재기발랄하고 통쾌하며 깔끔하게 미션을

수행한 "오션스 일레븐"도 우리는 아주 좋아했다. 근데 이 세 가지 만족감을 동시에 주는 영화라면? 그렇다.

그게 바로 이 영화 인셉션이다. 단순한 짜깁기식 차용이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

하는 감독의 손에 의해 상기 열거한 세 영화의 매력을 우리는 고맙게도 한번에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지루하기는 커녕 2시간 20분 동안 단 한 순간도 두뇌의 휴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영화가 

진행되면서 마치 심해 밑으로 점점 침잠해 들어가듯이 나중에는 귀가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

면서 재빠르게 수면 위로 솓구쳐 올라오듯이 막힌 귀가 뻥하니 뚤린다. 

 

지난번 "셔터 아일랜드" 포스팅 때 침튀도록 얘기했던, 잘 각본된 연출과 상황극을 기막히게 이용해 한 인간의

무의식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세뇌시킨다는 주제는 내가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테마다. 이 영화가 그렇다.  

게다가 미션의 타겟이 미션에 동참을 한다. 이 얼마나 발칙하고 신선한가.

 

"매트릭스", 러브 라인 있었다. 솔직히 매트릭스 3의 막판엔 신파도 있었다. "아바타"? 러브 라인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매우 드라마적이었다. 이 영화? 그런 거 없다. 물론 '사랑'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적인 러브 라인 신파

이런 거 없다. 군더더기 없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그 목표에 집중한다.

가지치기가 아주 잘된 영화다. 관객들은 숨 쉴 틈도 없이 영화 속에 완전히 빠져들어버린다.

 

크기가 너무 커서 입을 크게 벌려야되고 입에 넣고 나서도 주둥이가 너무 튀어나와 주변 사람 보기가 민망해

지기도 하고 또 내용물도 많아 집어넣을 때 주섬주섬 챙겨넣느라 고생도 해야 되고 씹는 데도 한참 걸리지만

일단 삼키고 나면 입안과 뱃속에 무한한 만족감을 주는 맛좋은 보쌈을 하나 꿀꺽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영화

진짜 끝내준다.

 

옥의티를 찾자면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옥의티가 있더라도 용서될 정도로 이 영화는 신선했고 뛰어

났고 멋있었다.

 

우리가 에미넴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가 랩씬의 빅스타라기 보다는, 그의 얼굴이 반반하다기 보다는

그가 랩을 잘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우리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가

헐리우드의 빅스타라기 보다는, 그의 얼굴이 매우 반반하다기 보다는 그가 연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메멘토-인썸니아-배트맨 비긴스-프레스티지-다크나이트

모두 봤지만 인셉션은 이 모두를 넘어 선다.

 

끝으로 드는 생각. 아무리 뭐가 어떻고 저떻고 해도 그래도 아직까지 헐리웃은 헐리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