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01. Dr. West (Skit)
02. 3 a.m.
03. My Mom
04. Insane
05. Bagpipes From
06. Hello
07. Tonya (Skit)
08. Same Song & Dance
09. We Made You
10. Medicine Ball
11. Paul (Skit)
12. Stay Wide Awake
13. Old Time’s Sake (featuring Dr. Dre)
14. Must Be The Ganja
15. Mr. Mathers (Skit)
16. Déjà vu
17. Beautiful
18. Crack A Bottile (featuring Dr. Dre & 50 Cent)
19. Steve Berman (Skit)
20. underground
Disc 2
01. Forever (featuring Drake, Kanye West, & Lil Wayne)
02. Hell Breaks Loose (featuring Dr. Dre)
03.
04. Elevator
05. Taking My Ball
06. Music Box
07. Drop The Bomb on ‘Em
CURTAINS UP
에미넴에게 the one and only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나스에게 제이지가 있고, 칸예에게 루페가 있고, 커먼에게 루츠가 있고, 모스뎁에게 탈립이 있고.. 뭐 등등 비슷한 계열의 아티스트들을 묶어볼 수 있겠지만 에미넴은 그냥 에미넴이죠. 해괴한 가사와 엽기, 방방 뛰는 재기발랄함으로 등장했지만 처음부터 그의 음악은 여타 엠씨들의 음악과는 그 감수성면에 있어 전혀 달랐습니다. 물론 여기엔 그가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치졸해보이지만 사실인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었어요. 많은 흑인 엠씨들이 길거리와 게토에서의 삶, 총과 마피아, 그리고 자기 과시, 돈과 섹스 등의 가사들을 읊조릴 때 그가 내뱉었던 가사들은 오히려 무슨 90년대 초반 그런지 밴드들이나 데뷔 시절 그린데이의 펑크 음악들에서 내뱉어지던 자기 혐오에 찌든 가사들이 많았었죠. 물론 그는 록커가 아닌 랩퍼가 맞고 여러 다른 흑인 엠씨들과 더불어 힙합씬에 몸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 그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90년대 초 얼터너티브록에서 느껴지던 감성이 느껴집니다. Nas라기보다 Beck에 가깝다고 할까요. 잡설이 길었네요. 오늘은 그의 가장 최근작인 Relapse: Refill에 대해 좀 살펴봅시다.
RELAPSE
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었던 Encore 이후 5년 만에 발매된 신작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친한 친구였던 Proof의 죽음과 그에 따른 정신적 충격, 그리고 다시금 시작된 약물 과용.. 이 앨범은 그 과정을 겪어낸 에미넴이 '약물'을 기본 테마로 해서 만든 앨범입니다. 자켓에서부터 앨범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는 바로 'drug'이며 수록곡들 대부분에서 각종 약들이 언급되고 있는 걸 보면 '컨셉 앨범'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지 싶어요. "3 a.m."에서는 약에 취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의 이야기를, "My Mom"에서는 자신이 왜 발리움 중독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얘기하며 다시금 엄마 이야기를 하고 있구요, "Must Be The Ganja"에서는 마리화나에 취한 상태의 기분을, "Deja Vu"에선 약물에 취해가는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사면에 있어서는 "The Slim Shady LP"에서의 slim shady라는 엽기 캐릭터를 다시 부활시켰다는 게 본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그 시절로의 재탕'이라기 보다는 같은 테마를 놓고 보다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다잡아죽이고싸질르고 하는 데 무슨 성숙이냐!" 그러시겠지만 제 말은, Slim Shady LP에서의 셰이디는 그야말로 독기를 가득 품고 완전히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정도로 써내려간 듯한 가사라면 본 앨범에서의 셰이디가 들려주는 가사들은 그 전에 비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더더욱 잔인해졌으면서도 에미넴 자신이 그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연기한다는 듯한 느낌을 준달까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더욱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하나의 '캐릭터'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거죠. 한편 그러한 성숙함은 자조적인 가사들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요, "Deja Vu"와 "Beautiful"에서 그가 진심을 담아 내뱉는 자조적인 가사들은 그 어떤 이전작들에서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신실하며 어떤 연민의 정까지 느껴집니다.
몇몇분들은 이 앨범을 듣고 실망했다는 분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근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물론 우리가 '에미넴'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The Slim Shady LP-The Marshall Mathers LP-The Eminem Show로 이어지던 세 장의 걸작 앨범들에서 기인한다는 게 가장 크다는 거죠. 워낙에 강렬했으니까요. 근데 에미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고 뮤지션으로서 어느 한 스타일에만 머무를 순 없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래서 랩톤에서나 사운드면에서나 가사면에서 변화를 시도했던 앨범이 Encore였고, 괜찮은 퀄리티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에겐 '졸작'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근데 말이죠, 이번 Relapse를 몇번이고 곱씹어 들어본 결과 Relapse는 그 이전작들보다는 Encore에 더욱 가깝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런 점에 있어 이번 앨범에 실망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봅시다. 먼저 사운드면에서 Jeff Bass나 에미넴 자신의 프로듀싱은 싹 사라졌고 한 곡을 제외한 전곡이 Dr. Dre 프로듀싱입니다. 근데 제가 생각해볼 때 Dr. Dre의 프로듀싱은 '그루비한 것'과 '그루비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전자가 The Chronic에서의 쥐훵크에 기반한 그만의 농익은 그루브감에서 이어온 긴장감 감도는 업템포 비트 - 대표적인 예가 Mary J. Blige의 "Family Affair" - 라면 후자는 보다 bpm을 떨어뜨리고 웅장한 현악 혹은 피아노 샘플을 곁들인 형태인데 주로 최근엔 이 후자쪽의 사운드를 많이 들려주고 있죠. 바로 이 '그루비하지 않은' 닥터 드레식 비트들이 주를 이룬 작품들이 바로 전작 Encore와 본작 Relapse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그루비한' 드레 비트를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는 좀 재미없게 들리는 거죠. 근데 개인적으론 너무 방방 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런 스타일의 드레 비트들도 - 특히 에미넴의 가사와 어우러진다면 - 듣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데 Raekwon의 OB4CL2에선 그 비트들이 ㅈ망했죠.ㅋ) 하지만 Encore에서의 "Never Enough"가 그랬듯, 이번에도 "Old Time's Sake"라는 드레식 그루브 넘치는 비트도 물론 있답니다. 그밖에도.. 전작의 "Ass Like That"에서 시도한 동양적 사운드가 본 앨범의 "Bagpipes From Baghdad"나 Refill 수록곡인 "Taking My Ball"에서 나타나고 있는 걸 봐도 Encore에 보다 닮은, 새로운 걸 시도하는 앨범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달라진 에미넴의 랩톤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요, 물론 저도 "3 a.m."이나 "We Made You"를 처음 딱 듣곤 "뭐 이렇게 목소리가 찐따같이 됐냐" 이렇게 생각한 게 사실입니다만.. 뭐 그가 추구한, 그만의 변화라고 이해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예 목소리가 그 쪽으로 가버린 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포인트로 보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이 두 곡이 앨범의 싱글들로 나와서 에미넴 랩톤이 아예 하이톤으로 가버린 게 아니냐는 성급한 일반화를 할지 모르겠지만 앨범을 다 들어보면 그래도 예전의 톤들이 더 많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앨범 맨 뒤에 수록된 "Underground"를 한번 들어보세요, 리즈 시절인 "The Marshall Mathers LP" 저리가라할 정도의 미친 라임과 플로우, 그리고 공격적인 에미넴 특유의 랩톤이 살아 있답니다. 체킷하시구요, 여기까집니다.
Eh.. Anything else? (public announcement 톤으로)
REFILL
자, Relapse를 발매한 에미넴이 후속작 Relapse 2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발매한 리팩키지이자, Relapse를 이미 구입한 사람들을 물 먹인 앨범입니다. 혹자가 그랬듯, 두번째 씨디인 Refill에 수록된 일곱 곡들은 만일 Relapse에 수록됐다면 전부 베스트 트랙으로 꼽힐 정도로 매우 멋집니다. 팬서비스도 이런 팬서비스가 없다고나 할까요? 원래 Drake 곡이었으며 사운드트랙으로 이렇다 할 만한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지만 2009년 하반기 최고의 대박곡이었던 "Forever"를 낼름 실어버린 에미넴의 센스도 대단하지만 비단 "Forever"를 차치하고서도 충분히 이쁜 곡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예의 tense한 드레의 비트에 살짝 엇박을 가미한 랩이 일품인 "Hell Breaks Loose"는 단연 베스트 트랙인데요, 특히 이 곡에선 - 이 전에 좀처럼 들을 수 없던 - Dr. Dre의 촌철살인 속사포 엇박랩이 압권입니다. 또 "Music Box"는 어떻구요, 에미넴 곡들은 때로 청자들을 엿먹이는 가사들이 참 많은데, 특히 사운드와 가사가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그런 거죠. 그가 자주 표현하는 "지지배들이 자기가 무슨 가사의 곡에 춤추는 지도 모르고 춤추게 만드는" 여성 폭행을 담은 가사에 댄서블한 비트들을 얹은 곡들이 좋은 예인데요, 이 곡 "Music Box" 역시 잔잔한 오르골 소리에 자장가가 연상되는 사운드에 반해 가사는 '다락방에서 소녀들을 데려다가 토막살인을 하는' - 제 생각에 역대 에미넴 곡들 중 최고의 엽기성을 보이는 - 가사가 등장한답니다. 아무튼 곡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또 마지막 곡 "Drop The Bomb on 'Em"에서는 아까 언급했던, Mary J. Blige의 "Family Affair"를 딱 떠올리게 하는 닥터 드레 전매특허 그루브 비트가 귀를 즐겁게 해주네요.
CURTAINS DOWN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개인적으론 에미넴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남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가사의 소재면에서 말이죠. Encore에서 잠시 시사성 강한 가사들을 들려줬지만, 이 앨범에선 다시금 그만의 자조적이며 엽기성 강한 가사들을 담고 있다는 게 약간은 좀 아쉽습니다. 이제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에미넴.. 앞으로는 좀더 확장된 리릭컬 스펙트럼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가 담긴 차기작 Relapse 2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으로서 기대해봅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390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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