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J Dilla [Donuts] (2006, Stones Throw)

tunikut 2010. 3. 9. 10:06


So much to say... DILLA... So much to say...

 

 

01. Donuts (Outro) (0:12)
02. Workinonit (2:57)
03. Waves (1:38)
04. Light My Fire (0:35)
05. The New (0:49)
06. Stop (1:39)
07. People (1:24)
08. The Diff'rence (1:52)
09. Mash (1:31)
10. Time: The Donut of the Heart (1:38)
11. Glazed (1:21)
12. Airworks (1:44)
13. Lightworks (1:55)
14. Stepson of the Clapper (1:01)
15. The Twister (Huh, What) (1:16)
16. one Eleven (1:11)
17. Two Can Win (1:47)
18. Don't Cry (1:59)
19. Anti-American Graffiti (1:53)
20. Geek Down (1:19)
21. Thunder (0:54)
22. Gobstopper (1:05)
23. one for Ghost (1:18)
24. Dilla Says Go (1:16)
25. Walkinonit (1:15)
26. The Factory (1:23)
27. U-Love (1:00)
28. Hi. (1:16)
29. Bye. (1:27)
30. Last Donut of the Night (1:39)
31. Donuts (Intro) (1:11)

 

  2 10일이면 벌써 힙합 프로듀서 J Dilla 4주기군요. 오늘은 왠지 글 자체가 좀 숙연해지는 느낌입니다.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힙합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영향력 있었던 프로듀서였던 그의 죽음은 얼마 되지 않은 힙합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이라고 감히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카고 출신의 엠씨이자 생전 딜라와는 가장 가까웠던 친구

중 하나였던 Common은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그의 이름은 Charlie Parker, John Coltrane, Miles Davis, Marvin Gaye, 그리고

Stevie Wonder와 같은 라인에 올려야 한다"고 말이죠. 현 힙합씬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프로듀서들인 Pharrell Williams

Kanye West는 망설임없이 그를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프로듀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대단하게 만들었을까요?

 

  하나씩 하나씩 짚어봅시다. 첫째로, 보통 흔히 그를 가리켜 'drum god'이라는 칭호를 붙입니다.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레코드

를 모으기 시작했고 DJ로도 활동했으며 스스로도 재즈 드럼을 연주한 적이 있는 그는 한마디로 '어떤 소스를 갖다 줘도 자신

이 의도한 대로 드럼을 찍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일화가 있는데요,  한번은 The Roots의 드러머

이자 프로듀서 ?uestlove와 게임을 하게 됐는데 서로 상대방에게 아무 레코드나 던져 주고 그걸로 5분만에 비트를 만들어보자

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uestlove는 일부러 드럼도 없고 루프도 없는 곡을 골라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줬더니

즉석에서 후딱 비트 하나를 완성시켰는데 그렇게 탄생한 비트가 바로 Common "Like Water For Chocolate"에 수록된

"Dooinit"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를 두고 '비트 메이킹의 메시아'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었죠. 둘째로는 그렇게 다양한 소스와

샘플들을 가지고 주조해낸 그의 비트들은 언더그라운드와 메인스트림을 아우르며 90년대 중반 여러 히트 앨범과 싱글들을

생산해냈다는 거죠. De La Soul, The Pharcyde, 그리고 ATCQ로 대표되는 native tongue 사단의 걸작들과 그 자신이 멤버로

속해있던 Slum Village의 환타스틱했던 앨범들 (지난 번 제가 올린 포스팅 참조), 그리고 Common "Like Water For Chocolate"

등에서 우린 produced by Jay Dee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당시 록씬으로 비유를 하자면 Butch Vig이나 Steve

Albini와 같은 존재였다고나 할까요? 또 무엇보다 그를 전설로 남게 한 건 다름 아닌 별다른 루머도 없이 깨끗한 사생활과 묵묵

히 작업만 하던 그의 곧은 성품도 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어요. (혹자는 그를 두고 '천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

그의 최근작인 "Jay Stay Paid"의 앨범 표지에는 그의 양 어깨에 천사 날개가 붙어있기도 하죠.) ! 그리고, 바로 그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던 마지막 이유로는, 오늘 소개하는 그의 유작인 "Donuts"라는 작품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Donuts”

 

  이 앨범은 그가 살아 생전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앨범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가 죽기 전 약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완성한

프로젝트인데요, 그의 생일인 2006년 2월 7 발매되었고 3일 후 그는 불치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명실공히 '유작'이라는 칭호

가 가장 잘 맞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 이 앨범을 구입해서 처음 들을 때도 그랬고 오늘도 운전하면서 이 앨범을 듣다

가도 그렇고 매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오버하지 말라구요? 아니요, 절대 오버 아닙니다.) 저 말고도 이 앨범을 들으면서 우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해요. 이 앨범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할까요..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 많은데 정리가 잘 안되네요.) , 일단

수록곡들을 봅시다. 표면적으로는 1분 남짓의 짤막짤막한 힙합 비트 31곡이 수록된 형태입니다. .. 그렇군요. '힙합 프로듀서

가 만든 인스트루멘틀 앨범'? .. 예 표면적으로는 맞아요. 하지만 말이예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 앨범과 같은 기획과

컨셉으로 만들어진 힙합 앨범은 여지껏 없었으며 앞으로도 매우 드물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혹자는 그저 1분 정도의

짤막한 비트들이 담긴 비트 소품집 내지는 컴필레이션 같은 개념으로 이 앨범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여타 다른 Dilla

의 솔로작들보다 저평가하는 경우도 봤습니다만..) 하지만 이 앨범은 Babu "Beat Tapes" 시리즈와 DJ Soulscape "창작과

비트" 같은 비트 소품집이 아닙니다. 또한 이 앨범은 Pete Rock "PeteStrumentals" RJD2의 앨범들과 같은 전형적인 인스

트루멘틀 힙합 앨범도 아닙니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레코드들을 연결시킨 디제이 믹스 앨범은 더더욱 아니구요. 이 앨범은,

여러 소울, 재즈, 록 레코드들에서 추출해낸 샘플들을 가지고 저마다 각각의 특정 테마와 서사와 메시지를 지닌 1분 가량의

자그마한 비트 조각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완성한 하나의 큰 '작품 덩어리'입니다. 미술로 비유를 하자면 마치 조그마한

종이에 각각의 그림들을 그려놓고 이를 모자이크식으로 연결해서 멀리서 봤을 때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기에 록된 각각의 비트들은 그저 '랩을 위한 반주'로서의 비트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이 앨범

을 듣고 있자면 마치 45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흘러가듯이 Dilla가 비트로 '연주'하고 샘플로 '노래'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이 작업은 그가 어려서부터 레코드들을 모으면서, 그리고 음악을 시작하면서부터 꿈꿔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죽음을 예견한 그가, 절박한 심정으로, 죽기 전 자신이 꿈꾸던 작품을 작업하기 시작해 죽기 직전에 마침내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그의 모든 영혼이 담긴, 아니 죽기 직전 그의 모든 영혼을 불태운 작품이 아닐까요? LA의 작업실에 틀여

박혀 앉아 작업을 시작하고 그의 어머니가 매일 디트로이트와 LA를 오가면서 그에게 식사와 약을 갖다 줍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서는 병실에 모든 장비와 레코드들을 갖다 놓고 계속해서 작업합니다. 그의 옆에서 그의 어머니는 계속 그를 간호합니다.

그가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하는 동안 그의 어머니가 그의 작업물들을 듣다가 이를 발견한 Dilla는 어머니에게 화를 냅니다.

그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어머니는 결국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이를 지켜본 그는 "Don't Cry"를 만듭니다. "I can't

stay to see you cry"라는 노래가 반복돼 울립니다. 그리고, 죽기 얼마전 그는 짧게 "Hi"라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Bye"라는 작별 인사를 합니다. 결국 "Last Donut of the Night"의 해가 지는 듯한 애잔한 멜로디와 함께 모든 레퍼토리는 끝납

니다. 그리고 끝이 곧 시작이라는 듯이 Intro와 함께 앨범은 문을 닫습니다. 생애 마지막 병실에서 작업하는 그, 그리고 그 옆

에 있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그,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이 모든 장면들을 그려보며 이 앨범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가가 촉촉히 젖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The late J Dilla.. 나중에 죽어서 저 세상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까요...? 끝으로 역시 그의 big fan 중에 하나인 Verbal Jint

"삼박자 2010"의 가사를 인용해봅니다.

 

 "강을 건너면.. Dilla의 다음 작품을 들을 수 있을까..."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2169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