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Wale [Attention Deficit] (2009, Allido/Interscope)

tunikut 2010. 4. 1. 23:30


01. Triumph

02. Mama Told Me

03. Mirrors featuring Bun B

04. Pretty Girls featuring Gucci Mane & Weensey from Backyard Band

05. World Tour featuring Jazmine Sullivan

06. Let It Loose featuring Pharrell

07. 90210

08. Shades featuring Chrisette Michele

09. Chillin featuring Lady GaGa

10. TV In The Radio featuring K'Naan

11. Contemplate

12. Diary featuring Marsha Ambrosius

13. Beautiful Bliss featuring Melanie Fiona & J. Cole

14. Prescription

 

 

PROLOG

 

2009년 본토 메인스트림 힙합씬에서는 세 명의 수퍼루키가 등장했습니다. 그게 누군가요? 예 바로 다들 잘 아시는 Drake, Kid Cudi, 그리고 Wale(왈레)가 바로 그들입니다. 드레이크가 다소 곱상하고 부티나며 아이돌스런 이미지를 지녔고 키드 커디가  왠지 심오하고 시니컬하며 얼터너티브스런 이미지를 가졌다면 왈레는 왠지 푸근한 '옆집동생 랩잘하는 광식이' 이미지를 지녔다고나 할까요? 또한 곧잘 비교되는 이 셋은 모두 믹스테잎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그 믹스테잎들을 들은 각각의 멘토들에 의해 데뷔했다는 유사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Drake Lil Wayne, Kid Cudi Kanye West라는 현 힙합씬을 주도하는 양대산맥들인 반면에 Wale의 경우는 Mark Ronson이 그 역할을 담당했는데요, 그래서 팬들 사이에선 Wale의 경우는 좀 약하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음악만 잘하면 되지. 그렇다면 Mark Ronson이 누굽니까. 사실 이 분은 본토 힙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영국 댄스뮤직씬의 브레익비트 디제이겸 프로듀서입니다.  빌보드가 아닌 bbc radio 1 차트에서 주로 활약하는 분이시죠. 암튼 간에.. 자 그럼 슬슬 우리 랩잘하는 광식이 얘길 시작해봅시다.

 

HERE’S A LITTLE STORY THAT MUST BE TOLD

 

왈레는 워싱턴 DC 출신의 랩퍼입니다. 가만 있자.. DC 출신의 랩퍼가 누가 있었을까요.. 사실 DC는 뉴욕이나 LA나 시카고나 아틀란타에 비해 힙합이 강세인 도시는 아닙니다. 으음... 선구자격인 DJ Kool이 있었구요, 비교적 최근엔 언더그라운드씬의 강자 Unspoken Heard Asheru Blue Black DC 출신들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렇다할만한 스타급 엠씨는 없었죠. 그건 아마도 District of Columbia가 훵크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Go-Go music의 본고장인 까닭이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워싱턴 DC의 길거리에선 여러 흑인들이 후리스타일랩을 하는게 아니라 스틱을 들고 드럼통을 두들기며 고고를 외쳤으니까요. , 이런 지역적 배경 아래, 드디어! Wale라는 스타 엠씨가 2009년에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겁니다. 그것도 고장의 특색인 고고 뮤직의 자양분을 듬뿍 받은 음악을 들고 말이죠.

 

왈레는 2009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 전 로컬 언더그라운드씬에서 5장의 믹스테잎을 발매했고 모두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2005년에 발표한 첫번째 믹스테잎 [Paint A Picture]에 수록된 "Dig Dug (Shake It)" 2006년에 발매한 두번째 믹스테잎 [Hate Is The New Love]에 수록된 "Breakdown"은 전면적으로 '투구두타가다 투구두타가다'  고고 비트를 차용한 히트 싱글들이었죠. "Rhyme of the Century"에서는 올드스쿨의 치열한 느낌을, "Uptown Roamer"에서는 트렌디한 전자음을 들려주었고 2007년에 발표한 세번째 믹스테잎부터는 아예 프로듀서들을 기용해서 스트릿 앨범 형태의 대박 작품들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멘토인 Mark Ronson과 전속 프로듀서라고 할 만한 동향 출신의 Best Kept Secret, 그리고 재지한 스타일의 Judah가 주조해낸 세번째 믹스테잎 [100 Miles & Running]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주옥같은 명반인데요, 그의 재치있는 라임과 펀치라인들이 고품격 비트 위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며 수록곡 중 댄스 뮤직 그룹 Justice "D.A.N.C.E."를 리믹스한 "W.A.L.E.D.A.N.C.E."는 로컬씬에서 빅힛트를 치게 됩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대부분의 곡을 Best Kept Secret이 프로듀스한 네번째 믹스테잎 [The Mixtape About Nothing]에서는 그가 즐겨봤다는 TV 시트콤인 Seinfield의 장면들을 샘플로 따 일종의 컨셉 음반처럼 만든 것이었으며 가장 최근인 2009년에 발표한 다섯번째 믹스테잎인 [Back To The Feature]는 언더그라운드씬의 거장 프로듀서 중 하나인 9th Wonder와의 합작프로젝트로 Skyzoo, Roye Da 5'9, Black Thought, Talib Kweli, Memphis Bleek, Beanie Sigel, Bun B, K'Naan, Peedi Peedi, Joe Budden, Freeway 등 화려하기 그지 없는 게스트들을 끌어모은 정말이지 버릴 곡 하나없는 완벽한 스트릿 앨범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간 들었던 어떤 앨범들보다도 가장 재미있게 들은 앨범이었어요) 그 와중에 그의 이름은 힙합 전문지 The Source지의 'Unsigned Hype'에 소개되고,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Black Thought의 그룹인) The Roots의 싱글 "Rising Up"에 휘쳐링을 하게 되며, (약간 엄하게도) 그의 믹스테잎들을 인상깊게 들은 '영국 브레익비트 프로듀서' Mark Ronson의 레이블인 Allido Records에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씬에 데뷔하기 위한 형태를 갖추어 나가게 됩니다. , 이렇게 높은 기대를 한몸에 않은채.. 2009 10월 그의 데뷔 앨범 [Attention Deficit]이 발매됩니다.

 

ATTENTION DEFICIT (2009)

 

사실 이 앨범에 대한 얘길 하려고 주저리 주저리 참 말도 많았네요. .. 이 앨범.. 참 가만히 듣다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앨범임에는 분명합니다만.. 그리고 만약에 말입니다. 그가 발표했던 믹스테잎들을 듣지 않고 이 앨범만 그냥 듣는다면.. 꽤 좋은 평가를 내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앨범을 두고 본토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좀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 그 이유는 그가 믹스테잎들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꽤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죠. 올드스쿨과 고고뮤직, 날고 기는 촌철살인 플로우, 9th Wonder를 위시한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의 dope한 비트들로 범벅되었던 그의 믹스테잎을 사랑했던 언더그라운드팬들은 본작을 두고 '상업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요 (저 역시 그의 다섯장의 믹스테잎들을 다 들어봤습니다만) 본작이 그다지 '상업적'으로 '변질' 내지는 '변절'한 건 절대 아니라고 보구요, 그보단 믹스테잎들에 비해서 그의 촌철살인 라이밍은 다소 물러진 느낌이고 미친 플로우가 좀 격감됐다는 점, 그리고 묵직하고 dope한 비트들보다는 트렌디하고 가벼운 비트들로 꾸몄다는 점 때문에 좀 '심심해졌다'는 느낌이 드는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도 메이져 데뷔를 준비해야했고 언더그라운드팬들의 귀도 생각했어야 했기에, 본작은 이 두 부분의 양립을 위한 그의 꽤 치열한 고민이 묻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돼요. 다시 말해, 데뷔작이 구리다는 게 아니라 믹스테잎들이 너무 좋았다라고 하는 게 맞을 듯.. 그럼 좀 더 하나씩 하나씩 살펴봅시다.

 

일단 위에도 말했듯이 확실히 비트를 가지고 노는, 물만난 고기같은 그의 플로우나 라이밍은 좀 덜해졌습니만, 그의 다양한 리리컬 스펙트럼과 재치 넘치는 펀치라인은 역시 본작에서도 여전합니다. 그는 ', 마약, 범죄, 폭력, , 여자'라는 지극히 typical한 힙합의 주제에 대해서만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보단, 이전의 믹스테잎들에서도 그랬듯이 보다 자전적이고, 현실적이며 내부에서 발생하는 풋풋한 자신만의 고민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죠. "Mama Told Me"에서 현실 적응의 어려움을, "TV In The Radio"에서는 현 음악씬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고 있으며 믹스테잎 수록곡들이었던 "Cause I'm African", "The Kramer"에 이어 역시 본작 수록곡인 "Shades"에서 피부색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털어놓습니다. 또한 "Pretty Girls"에서 어여쁜 여자들을 찬양하고나서는 "Let It Loose"에서 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그 다음곡 "90210"에서 성에 대해 소극적이고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여자 연예인에 대한 스토리를 담담하게 풀어나갑니다. Rihanna의 코러스 울림이 묘한 여운을 주는 "Contemplate"에서의 지독히 자전적이고 염세적인 가사는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이 가구요, "Diary"에서의 "Cars, nothing i drive can drive you out of this state of mind", "Money, nothing i buy can buy more time for your ears to tell your heart to listen to it"이라는, 우리말로 옮기기도 어려운 23중의 중의적 표현들은 그가 랩퍼인지 시인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또 펀치라인들은 어떻구요, "넌 슬럼독이고 난 밀리어네어다"같은 1차원적 펀치라인부터, 아예 곡 자체를 펀치라인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Beautiful Bliss"에서는 "파운데이션에 하트가 어쩌구해서 The Anvil Night Hard가 어쩌구하니까 브렛 하트와 브렛 파브가 만나서 샤프 슈터가 피겨 포를 이겨서 어쩌구.." 푸하.. WWE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골때리는 펀치라인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 마지막곡 "Prescription"에서는 "Black Thought에게 내가 내 roots를 아는지 물어봐. 너가 만약 내 love quest한다면 tip을 알기 전에 Q에서 Q-Tip과 놀거야"라는 식의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습니다. 하하 참 재밌네요.

 

 그럼 사운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아마도 이 앨범에 실망한 많은 이들은 바로 사운드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예, 9th Wonder와 함께 했던 [Back To The Feature].. 죽인 거 압니다. 본작에서 9th Wonder는 잊어버리세요. 그보단 보다 트렌디한 전자음들이 주를 이룬답니다. 싱글로 내놓은 "World Tour" "Chillin"은 모두 '대세'라고 할 수 있는 Cool & Dre가 프로듀싱을 맡아 팝스러운 비트들을 들려주고 있으며 듣기에도 나쁘진 않지만 왠지 그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초대박 싱글'이라고 하기엔 다소 역부족인 느낌입니다. "DC Gorillaz" "The Crazy"에서의 그 훵키한 비트들을 선사하던 Best Kept Secret은 어딜 갔는지 여기선 다소 축축 늘어지는 비트들만 선사할 뿐이네요. "Pretty Girls"에서는 그의 장기인 고고 비트를 수용했으나 역시 "Dig Dug"이나 "Breakdown"에서의 그 '찰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록밴드 TV on The Radio의 기타리스트 Dave Sitek이 프로듀스한 "Triumph" "TV In The Radio"에서의 록-댄스 하이브리드 비트들이 귀에 들어오는 편이구요, 하지만 이런 와중에 The Neptunes가 프로듀싱한 "Let It Loose"에서의 그 특유의 '우주 유영하는 고장난 기계'같은 사운드는 매우 빛을 발하며, 그의 영원한 멘토이자 브레익비트로 먹고 사는 Mark Ronson께서 친히 만들어주신 "Mirrors"에서의 Bun B Wale의 주고 받는 타이트한 라이밍에 맞물려 돌아가는 빠워 비트는 단연코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그의 전 믹스테잎에 걸쳐서 'Mark Ronson이 프로듀싱한 곡들은 무조건 좋다'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그 공식은 본작에서도 여전히 유효했음을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EPILOG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우리말로 번역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라는 소아 정신과 질환이 있습니다. 이 병을 치료하는 약이 바로 methylphenidate라는 약인데요 그 약의 상품명이 Ritalin입니다. Wale는 본작의 마지막 곡 "Prescription"에서 attention deficit한 녀석들에게 Ritalin을 처방해서 내 음악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하는 메시지를 날리고 있습니다. 참 간지네요. , 그래요. 우리 모두 Ritalin을 복용합시다. 그래서 결핍된 주의력을 Wale에게 쏟아부읍시다. 이번 데뷔작은 그의 고민의 결과물이었고 너무 고민하다보니 조금 약간 어중간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믹스테잎들을 모두 들어보신 분들은 압니다. 그의 능력이 절대 여기까지가 아니라는 걸요. 혹시 압니까. 차기작에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9th Wonder와 다시 작업할지요. 그의 행보에 모두 attention! 합시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3559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