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Slum Village의 환타스틱한 앨범들

tunikut 2009. 12. 24. 12:55

“I Say Fan-Ta-Serro, You Say, Huh, What, You Know”

 

 

  지난 6 31,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던 힙합 유닛 슬럼 빌리지의 오리지널 멤버 중 한명이었던 Baatin 마저 J Dilla에 이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로써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슬럼 빌리지 오리지널 멤버 셋 중 둘을 잃게 된 셈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그들에게 가장 집중했던, 또한 우리에게 가장 'fantastic'한 음악들을 들려주던 시기를 대표하는 두 장의 앨범을 들고 나와

봤습니다.

 

Fantastic Vol. 1 (2005, Donut Boy Recordings)

 

01. Fantastic

02. Keep It on (This Beat)

03. I Don't Know

04. How We Bullshit

05. Fat Cat Song

06. The Look Of Love

07. Estimate

08. Hoc N Pucky

09. Beej N Dem

10. Pregnant (T3)

11. Forth & Back (Rock Music)

12. Fantastic 2

13. Fantastic 3

14. Keep It on (Remix)

15. 5 Ela (Remix)

16. Give This Nigga

17. Players

18. Look Of Love (Remix)

19. Pregnant (Baatin)

20. Things U Do (Remix)

21. Fat Cat (Remix)

22. Fantastic 4

 

  이 앨범은 슬럼 빌리지의 오리지널 멤버들인 디트로이트 코넌트 가든의 동네 친구들 Jay Dee (J Dilla), T3, 그리고 Baatin

만든 데뷔 앨범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96년도에 녹음됐으나 정식 발매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언더그라운드씬에서만

부틀레깅되다가 2005년도에 정식 발매됐죠.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J Dilla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시기는 아니었었고 음악

적 동료인 The Roots Questlove 등에 의해 칭찬만 무지하게 듣던 시기였습니다. 제 생각에 이 앨범.. 제이 딜라의 초창기

사운드를 느끼기에 이 앨범만한 앨범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저 단순히 그의 초창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기 보다는 지금의 그의 명성을 있게 만들어준 그만의 농염한 개성 넘치는 비트들이 사실은 본작에서부터 이미 장난 아니게

활개를 친다는 거죠. 나중에 제이 딜라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또 얘기할 날이 있겠지만 특유의 귓방망이 한대 얻어 맞은 직후

느낌을 주는 귀먹먹거리는 베이스라인에 오프비트 드럼(, ... ...이 아닌 쿵ㅊ딱. 쿵ㅊ딱.거리는..)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몽롱함이 이 앨범을 전체적으로 애워싸고 있다는 말입니다. 짤막짤막하게 2분 남짓 흘러가는 곡들과 스킷, 그리고

(누가 슬럼 빌리지 랩이 딸린데!!!) 몽롱한 그루브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Jay Dee T3, 그리고 Baatin의 읇조리는 듯한

부정확한 발음의 랩, 이 모두를 전두지휘하는 제이디의 몽환적인 비트들이 한데 새우볶음밥처럼 버무려진 이 앨범은 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느낌의 Vol. 2보다 개인적으로는 더욱 마음이 많이 갑니다. 앨범의 시작부터 앞서 언급한 제이디 특유의

비트가 등장하는 "Keep It on"도 멋지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The Look Of Love"일텐데요, 재즈 기타리스트

Barney Kessel의 동명곡에 쓰인 반복되는 기타 스트링이 주는 애잔한 느낌과 함께 "사랑이 뭔지 아니?"라고 계속 묻는 후렴구

의 가사는 단연코 베스트 트랙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리믹스 버젼들도 있지만 역시 본작에 실린 원곡이 주는 매력을 넘지는

못하지요. 전체적으로 Vol. 2처럼 뭔가 딱 정리되고 그런 것 없이 물흐르듯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혹자는 별로 만족을 못할 수

도 있겠지만 그런 점 때문에 더더욱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리만치 빨려들어가는 멋진 앨범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Jay Dee

비트 속에 푹 들어앉아 때를 불리고 싶다면 이 앨범 만한 게 없겠습니다.

 

Fantastic, Vol. 2 (2000, Barak/Good Vibe Recordings)

 

01. Intro

02. Conant Gardens

03. I Don't Know

04. Jealousy

05. Climax (Girl Sh**)

06. Hold Tight featuring Q-Tip

07. Tell Me featuring D'Angelo

08. What It's All About featuring Busta Rhymes

09. Forth And Back featuring Kurupt

10. Untitled / Fantastic

11. Get Dis Money

12. Raise It Up

13. once Upon A Time featuring Pete Rock

14. Players

15. Eyes Up

16. 2U4U

17. CB4

18. Go Ladies

19. Thelonius featuring Common

20. So Much To Say

 

  자, 환타스틱 볼륨 투입니다. 뭐 많은 이들에 의해 전설적인 명반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라 따로 여기서 뭐라뭐라 부산스럽게

얘기하는게 오히려 더 좀 그렇습니다. Vol. 1 발표 후 본격적으로 프로듀싱 - De La Soul, The Pharcyde, Common, Busta

Rhymes, ATCQ, Erykah Badu, The Roots, Talib Kweli 등의 히트곡들과 명반들을 주조해낸 - 에 발을 담근 제이디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던 90년대 후반,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네임 밸류 + 퀘스트러브의 Vol. 1에 대한 극찬 + 수많은 메인스트림/언더

그라운드 힙합 정키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않고 발매된 그들의 두번째 앨범이자 오피셜 메이져 데뷔 앨범이 바로 본작입니다.

근데 그렇게 큰 기대를 품은채 발매됐음에도 그 기대 이''의 결과물을 들려줬기 때문에 당시 이 앨범에 대한 칭찬 세례는

난리도 아니었고 이후 제이디의 죽음으로 한번 더 주목을 받으면서 현재는 명실상부 힙합 클래식 반열에 올라와 있는 앨범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앨범은 그렇습니다. 보통 이 앨범이 '사장된 Fantastic Vol. 1을 다시금 재구성한 앨범'이라고 알려

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트랙리스트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세 곡 정도만 겹칠 뿐 전혀 다른 앨범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Vol. 1과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일단 "I Say fan-ta-serro, you say, huh, what, you know"의 반복 여흥구가 본작에서도 오프닝

과 스킷에 쓰인다는 점이고 미완성 형태로 있었던,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 샘플을 맛깔나게 배치시킨 "I Don't Know"가 완벽

하고 깔끔하게 편곡된 완성곡으로 나왔다는 점이 우선 반가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Forth And Back" "Players"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Vol. 2 Vol. 1과 가장 큰 다른 점은 Vol. 1이 몽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다소 마니아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 본작은 그야말로 제이디가 제대로 맘먹고 찍어낸 대중성 강한 비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며 Q-Tip, D'Angelo, Busta Rhymes, Kurupt, Pete Rock 등의 스타급 게스트들의 참여로 더더욱 '화려함'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Vol. 1이 고즈넉한 리페이강이 흐르는 더블린 거리같은 느낌이라면 Vol. 2는 팬파이프 소리 그득한

축제분위기의 에딘버러 시가지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뭔 소리야 갑자기..). 실례를 들어볼까요? "Jealousy"의 파워 클랩에

이어 제이디 특유의 오프비트가 아주 그냥 극단에 이르어 쫀득의 극치를 보여주는 "Hold Tight", 누가 아니랄까봐 디안젤로

가 깔아놓은 퇴폐적인 신디사이저에 일부러 랩도 몽환적으로 깔아버리는 "Tell Me", "예예예예예!!"를 외치는 버스타 특유의

치열한 목소리와 함께 도저히 양측 액와신경의 활동 전위를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What It's All About" (이 곡을 들으면

제이디가 클럽튠이나 방방 뛰는 사운드에도 소질이 있음을 알 수 있죠), 비장한 분위기의 앨범내 개인적 베스트 트랙 "Get Dis

Money" 등등.. 언더그라운드 마니아가 들어도, 메인스트림 힙합팬이 들어도, 아니, 그냥 아무나 들어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쁘고 사랑스런 곡들이 수도 없이 쫙 깔려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은 보너스 트랙이 뭐냐에 따라 다른 버젼이

존재하는데요, 제가 구입한 Barak 미국반에는 "So Much To Say"가 있는데 오.. 이 곡 좋습니다. 프로듀싱이 약간 뭐랄까요..

좀 더 기계적이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약간 넵튠스 느낌이 나는 뭐 그런.. 암튼 좋아요.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쉬유우우우웅~후릿히릿히릭 (테잎 거꾸로 감기는 소리) 아니요, 슬퍼

하지 않으렵니다. 이제 Jay Dee Baatin을 다시 볼 수 없더라도 우린 언제나 그들이 남겨놓은 음악을 통해 그들과 언제나

소통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겠죠.

 

  Post script:

현재는 오리지널 멤버인 T3, J Dilla 탈퇴 후 3집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역시 동향 출신의 Elzhi, 그리고 J Dilla의 동생인 Illa J

3인조로 재정비된 상태이며 내년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역경과 시련과 아픔을 품은 이 트리오의 행로에

지속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여줍시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76668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