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John Coltrane [A Love Supreme] (1965, Impulse!)

tunikut 2010. 5. 4. 14:26


 

01. Part 1: "Acknowledgement"

02. Part 2: "Resolution"

03. Part 3: "Pursuance"/04. Part 4: "Psalm"

 

 

  오래 묵힌 먼지 쌓인 씨디장에서 재즈 씨디 한 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John Coltrane "A Love Supreme".. 개인적으로는 돈 주고 산 최초의 재즈 씨디예요. 그 전까지 힙합이나 팝이나 뭐 그런 위주로만 듣다가 Common이 추천한 앨범이라길래 사서 들어보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전, 어떻게 보면 최초로 들은 재즈 앨범인데도, 거리감이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마치 힙합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짙은 흑인 냄새와 심지어는 '그루브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죠. 근데 알고 봤더니 본 앨범.. 아방가르드 후리 재즈의 대표 앨범 중 하나이자 존 콜트레인의 앨범들 중에서도 꽤나 free한 앨범이라고들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이 앨범은.. John Coltrane이 하드밥 위주의 Atlantic 시절을 떠나 본격적인 'classic quartet'을 결성하고 아방가르드 계열로 접어드는 Impulse 시절의 작품들 중에서도 중후반기에, 그의 예술적 역량이 가장 극에 올랐을 때 나온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랜 마약 중독과 방황에서 벗어나, 아들을 얻게 해주신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으로 알려진 이 앨범은 앨범의 문을 여는 "Acknowledgement"에서부터 그 성격을 극명하게 합니다. 이 곡은 본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A Love Supreme"이라는 부제로 흔히 불리기도 하는데요, 왠지 하늘이 개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엄한 심벌즈 소리와 함께 그 사이로 창세기의 햇빛이 쪼여주는 것 같은 콜트레인의 테너 소리가 remote한 느낌으로 들려옵니다. 이윽고 바쁘게, 동물들이 왔다갔다하고 나무가 자라고 풀이 자라는 등등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같이 지미 개리슨의 베이스와 엘빈 존스의 드럼이 어울려 그루브감(단순한 '리듬감'이 아닙니다. '그루브감'입니다.)을 조성하고 맥코이 타이너의 피아노는 무심한 듯 불규칙하게 뚱땅뚱땅 두들기는 가운데 콜트레인의 솔로가 시작됩니다.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 소리는 딱 들으면 바로 그의 연주라는 걸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개성적인데요, 고음부에서 소리를 쥐어짜는 듯한 (혹자는 닭우는 소리라고도 하는) 찢어지는 소리와 반대로 저음부에서는 완전히 소리가 으깨지는 듯한 사운드가 불규칙한 리듬에 어울려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합니다. 이 곡의 엔딩에서는 그가 직접 중후한 '흑인'의 목소리로 "a love supreme"이라는 반복적인 여음구를 poetry slamming식으로 읇조리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죠. 첫 곡이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면 다음 곡 "Resolution"부터는 이제 좀더 치열해지기 시작합니다. 첫 곡의 분위기를 잇는 듯 지미 개리슨의 나즈막한 베이스가 조용히 울리다가 한 순간 폭발하듯이 모든 악기가 충돌하며 동시에 소리를 내는데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면서 굉장히 grave한 콜트레인의 색소폰 멜로디가 슬슬 앨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다음곡 "Pursuance"으로 이어집니다. 앨범의 절정에 해당하는 이 곡에서는 엘빈 존스의 1분 이상 이어지는 드럼 솔로에 이어 콜트레인의 메인 테마가 울리는데 이 곡의 가장 큰 수훈은 누가 뭐래도 피아니스트인 맥코이 타이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베이스-드럼의 타이트한 리듬에 맞춰 전개되는 그의 피아노 솔로는 때론 투당투당 불규칙하게, 때론 물결 요동치듯 화려하게 진행되는데 그 건반을 하나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숨이 턱턱 막혀옴을 느끼게 된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숨이 막힐 것 같은 절정의 순간에, '.. 제발 그만.. 이제 그만..' 하는 순간에 "꽤애액~" 거리면서 콜트레인의 솔로가 다시 이어지고 이 부분에서 청자들은 대부분 오르가즘과 함께 쓰러져 버리죠. 그리고 앨범은 이제 서서히 문을 닫을 준비를 합니다. "Psalm"에서는 이제 힘든 여정을 마치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다시금 신에 대한 사랑(a love supreme)과 감사를 담아 기도하듯이, 앨범의 시작 때 들리던 심벌즈 소리가 나즈막하게 깔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고요히, 그러나 여전히 진지하고 무거운 그의 솔로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앨범은 문을 닫습니다.

 

  이따금씩 앨범에 대한 감상을 적다보면 제가 특히 좋아하고 '정말 걸작이다' 내지는 '불후의 명반이다'라고 생각하는 앨범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바로 '그 뮤지션의 영혼을 담은, 영혼을 쏟아부은 앨범'들을 전 의심의 여지없는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사운드나, 가사나, 테크닉이나.. 여러가지 잣대들이 있겠지만 '음악'이라는 게 그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의 '감성'을 반영한다고 보면 역시 바로 이 '감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누굴 만나도 절대 명반이라고 말하는 - Blog M에도 전부 포스팅한 것들이죠 ^^; - J Dilla "Donuts", Verbal Jint "누명"이나.. 등등 말이죠. 그리고 바로 오늘 소개한, John Coltrane "A Love Supreme" 역시 그가 살아 생전 그의 모든 영혼을 불사른 앨범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Kind Of Blue"보다 이 앨범을 더욱 걸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헤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5537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