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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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u’s Jazzmatazz [Jazzmatazz Volume 1] (1993, Chrysalis)

tunikut 2010. 5. 12. 13:25

  또 조금 숙연한 마음으로 글을 쓰네요. 지난 4 19일 힙합 듀오 Gang Starr의 멤버였던 Guru가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 물론 최근 여러 뮤지션들의 사망 소식이 많이 있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잭슨과 더불어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왜냐면 제 리스닝 인생에 있어 구루는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거든요. 제가 현재 제일 많이 듣고 있는 음악은 힙합과 재즈입니다. 근데 제가 구루의 재즈마타즈 앨범을 듣기 전까지는 이 두 장르가 서로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힙합과 재즈가 어떻게 서로 융합되고 서로 인터액션하며 어떻게 그 음악적 자양분을 공유할 수 있는지 깨우치게 만들어준, 그래서 현재까지도 열심히 힙합과 재즈 씨디들을 사게 만들어준 장본인이 바로 저에게는 구루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소위 말하는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을 창시한 분이 바로 구루거든요. 물론 진짜 원류를 따져보자면 Miles Davis "Doo Bop" 앨범이나 Quincy Jones의 작업물들이 먼저일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힙합팬'들에게 재즈와 힙합의 융합을 보여주면서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이 있다는 걸 각인시켜준 인물로서 구루를 꼽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DJ Premier와 함께 90년대 골든 에라의 가장 위대한 힙합 팀 중 하나였던 Gang Starr의 한축으로도 분명 그는 위대했지만, Jazzmatazz라는 힙합-재즈-소울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간 그의 독자적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업적은 빛날 겁니다. 오늘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바로 '재즈 힙합'의 효시가 되는 걸작 "Jazzmatazz Volume 1" 앨범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01. Introduction

02. Loungin' (featuring Donald Byrd)

03. When You're Near (featuring N'Dea Davenport & Simon Law)

04. Transit Ride (featuring Branford Marsalis & Zachary Breaux)

05. No Time To Play (featuring Ronny Jordan & D.C. Lee)

06. Down The Backstreets (featuring Lonnie Liston Smith)

07. Respectful Dedications

08. Take A Look (At Yourself) (featuring Roy Ayers)

09. Trust Me (featuring N'Dea Davenport)

10. Slicker Than Most (featuring Gary Barnacle)

11. Le Bien, Le Mal (featuring MC Solaar)

12. Sights In The City (featuring Courtney Pine, Carleen Anderson,

     & Simon Law)

 

 

 

 

  이후에도 총 4편까지의 재즈마타즈 시리즈가 나왔지만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바로 이 첫번째가 아닐까 싶은데요, "an experimental fusion of hip-hop and jazz"라는 부제 하나만으로도 본 앨범이 가지는 성격과 지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에 나온 재즈마타즈 시리즈에는 재즈 보다는 보다 인지도 높은 알앤비-소울-힙합 아티스트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에 가장 오리지널인 본 앨범은 그야말로 순수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할 수 있겠어요. 앨범은 전체적으로 구루가 직접 프로듀스한 베이스음 쿵쿵거리는 훵키한 업템포 브레익비트에 재즈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진 태구, 이 가운데 구루의 랩과 게스트 보컬 등이 일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혹자는 구루

 랩 스타일에 대해 '졸리다' 내지는 '단조롭다'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듣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지만, 특히나 본 앨범에서의 재즈+힙합 퓨젼 프로젝트에서 내뱉는 그의 베이스톤의 모노토너스한 랩들은 그 자체가 마치 악기처럼 들리며 전체적인 사운드를 거스르지 않고 매우 멋진 싱크로니를 보여줍니다

 

  고즈넉한 색소폰 소리와 함께 앨범의 취지를 나긋나긋하게 설명해주는 인트로를 지나면 뮤트기를 씌운 트럼펫음과 씌우지 않은 음을 교차 녹음한 도널드 버드의 현란한 트럼펫 솔로를 바탕으로 다소 긴장감 도는 이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비트가 진행되는 "Loungin"이 나옵니다. 이어 Branford Marsalis의 시원시원한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와 함께 뉴욕의 대중교통을 묘사한 "Transit Ride"도 주목할 만한 트랙이며 딱 듣는 순간 어느 청자의 귀든 잡아끌 수 있는 Ronny Jordan의 훵키한 기타 연주와 D.C. Lee 예쁜 보컬이 가미된 "놀 시간 없어"는 싱글로도 히트를 친 곡입니다. 이어지는 "Down The Backstreets"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인데요, 다른 곡들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어둡고 슬로우 템포의 브레익비트에 소울 재즈 피아니스트 로니 리스톤 스미스의 적절한 콤핑과 막판에 전개되는 솔로 연주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곡입니다. 또한 이를 이어받아 전설의 비브라폰 연주자 로이 에이어스의 바이브 연주가 구루의 비트와 맞물려 그루브감을 선사하면서 이에 곁들여진 구루의 "너 자신을 돌아봐라"고 하는 라이밍도 매우 멋지며 프랑스 엠씨인 MC Solaar (구루 사후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 Solar와 헷갈리지 맙시다!)함께 주고 받는 랩과 미치도록 훵키한 비트가 인상적인 "Le Bien, Le Mal"도 반드시 챙겨야 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일 마지막 곡인 "Sight In The City"가사면에서 비교적 밝고 건전한(?)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두드러진 곡인데요, 세 명의 인물들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뉴욕 밤거리에서 이유없이 울고 이유없이 죽는 어두운 면을 묘사하고 있네요.

 

  .. 제가 제일 처음 돈주고 산 힙합 씨디는 Bone Thugs-N-Harmony "Creepin on Ah Come Up EP"였습니다. 근데 그 앨범을 듣고는 (원래 본떡이 좀 전형적인 힙합은 아니잖아요) 무언가 '제대로 간지나' 힙합 앨범을 듣고 싶어서 당시 명동의 미도파 백화점 지하 파워스테이션에 가서 무작정 누군지도 모르고 자켓만 보고 왠지 제대로 된 힙합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한 앨범이 바로 Gang Starr "Hard To Earn"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힙합이 뭔지 프리모의 비트와 구루의 랩을 듣고 깨달을 수 있었죠. 그리고 구루의 랩에 경도된 제가 그 다음으로 구입한 앨범이 바로 오늘 소개한 "Jazzmatazz Volume 1"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전 지금까지도 힙합과 재즈를 듣고 있게 됐죠. 정말 슬픕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디 평온한 곳으로 가셔서 먼저 간 Michael Jackson, 2Pac, Biggie, J Dilla, Big L, Big Pun, Jam Master Jay, Aaliyah, Left Eye, ODB, Proof, Nujabes 모두 만나 회포라도 푸시기 바랍니다.

 

 REST IN PEACE, GURU (1966-2010)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5995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