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6'1"
02. Help Me Mary
03. Glory
04. Dance of the Seven Veils
05. Never Said
06. Soap Star Joe
07. Explain It to Me
08. Canary
09. Mesmerizing
10. Fuck And Run
11. Girls! Girls! Girls!
12. Divorce Song
13. Shatter
14. Flower
15. Johnny Sunshine
16. Gunshy
17. Straford-on-Guy
18. Strange
먼저 잠깐 고백할 게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힙합과 재즈가 맞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절대 변하지 않는, '부동의 훼이버릿 아티스트 넘버 원'은 바로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리즈 페어(Liz Phair)입니다. 그리고 누가 묻더라도 자신있게, 소위 말하는 '무인도에 가져갈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의 훼이버릿 앨범 넘버 원' 역시 오늘 얘기하는 "Exile In Guyville"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과연 내가 이 앨범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하고 좀 진중해지기도 하네요. 앨범 리뷰는 여러번 써봤지만 이 앨범에 대해서는 처음 글을 쓰거든요. 흐.
Before Exile In Guyville
리즈 페어의 커리어는 "Girly Sound"라고 하는 3장의 데모 테잎에서 출발합니다. 대학 졸업 후 시카고에 거주하면서 동향 출신 밴드인 Urge Overkill이나 Material Issue 등과 어울리면서 곡을 쓰기 시작했고 홈메이드 로우-파이 방식으로 녹음한 이 3장의 "Girly Sound" 데모 테잎을 발매합니다. (요즘의 힙합씬으로 따지자면 믹스테잎이라고나 할까요 ㅎ) 이 테잎들을 듣고 감동 먹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디 레이블인 Matador와 계약하게 되고 93년에 그녀의 데뷔작인 "Exile In Guyville"을 발매하게 되죠. Rolling Stones의 1972년작 "Exile on Main Street"에 한곡 한곡씩 대응하여 만들었다고 하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정확한 싱크로율을 보이진 않습니다만) 본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인디록씬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게 됩니다. Spin, Rolling Stone 등의 잡지에서 '90년대 최고의 앨범 100 혹은 500'에 높은 순위로 자리잡고 있으며 allmusic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매체에서 거의 만장일치격으로 '만점'을 받았죠. 바로 이 데뷔 앨범 한장으로 그녀는 인디록씬의 수퍼스타가 됩니다. 그럼 이 앨범은 어떤 앨범인지 한번 살펴봅시다.
Exile In Guyville
90년대 중반의 모던록씬의 키워드는 '냉소'와 '회의' 내지는 '자기혐오'였습니다. ㅋㅋ 힙합씬의 키워드가 '소울'과 '스웨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히 반대되는 감수성이죠. 그래서 힙합 듣는 사람들끼리는 곧잘 어울리기 쉬었는데 유독 모던락 듣는 사람들은 서로 못어울리고 모여도 디게 씨니컬하고 그랬었죠. 바로 이 "전혀 소울풀하지 않은" 감성이 물씬 녹아들어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 바로 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 앨범은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lyrical한 측면을 모르고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데요, 그 만큼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Liz Phair"라고 한번 발음함으로써 느껴지는 이미지를 쌓은 원동력이 바로 본 앨범에 실린 그녀의 지극히 explicit한 가사들입니다. 일단 곡 제목들을 쭉 보세요. 제일 먼저 눈에 확 뛰는 제목이 있을 겁니다. 예 맞아요, 바로 "Fuck And Run".. 바로 그 느낌이라는 거죠. 소위 말해 '섹슈얼리즘'이라는 건데요.. 근데 말이죠, 여기서 그녀의 애티튜드가 얼마나 쿨하면서도 현명하게 느껴지냐면, 그 섹슈얼리즘을 대놓고 드러낸다기 보다는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이나 남녀 관계를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청자로 하여금 굉장히 야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Help Me Mary"에서는 겉으로는 집이 강도들에게 털렸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들은 지하실에서 날 더럽게 가지고 놀았어"라고 하더니 그 다음엔 "난 그들의 친구가 되기로 했어. 입다물고 그들의 룰을 따르기로 했어" 처럼 묘한 뉘앙스를 보인다는 겁니다. 또 "Never Said"에서도 "난 아무 말도 안했어, 그들이 뭐라고 소문을 냈는지 몰라도 난 떠벌이지 않았어"라면서 은근한 상황들을 상상하게끔 한다는 거죠. 한편 아예 제대로 노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Flower" 같은 곡에서는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가랑이 사이가 축축해져"부터 시작해서 "난 너를 dog처럼 fuck하고 싶어, 너 뿐만 아니라 니 똘마니들까지 다 fuck하고 싶어"라던가 "Your lips a perfect "suck me" size"라고도 하고 "I want to be your blowjob queen"(너무 노골적이어서 번역 안함)이라면서 "I'll fuck you till your dick is blue"라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가장 화끈한 제목의 "Fuck And Run"에서도 역시 "난 내 삶의 전부를 fuck and run할거야. 내가 17살 때도 그랬었고 심지어는 12살 때도 그랬지"라고 하네요.
또 이런 그녀의 대담함은 단순히 섹슈얼한 측면을 지나 '남성'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지는데요, 그것 역시 겉으로 '페미니즘'을 드러낸다기 보다는 그녀만의 유머 감각으로 표현한다는 겁니다. (얼마나 통쾌하게 조롱하는지 그 가사에 빠져들면 같은 남자가 들어도 '통쾌함'이 느껴질 정도죠) 다시 말해 그녀는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이, 즉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한다는 거죠. "Dance of the Seven Veils"에서는 "직장을 관둔 내 사랑 Johnny를 나는 더욱 심하게 대했어. 그를 플라스틱에 굴리기도 하고 toss하기도 하고 pump하기도 했어"라고 하면서 "내 사랑 Johnny와 결혼을 할거야. 아마 주례사에서 그는 "until death" 부분을 스킵할지 몰라. 왜냐면 그는 이미 죽은 몸이니까"라면서 통쾌하게 조롱합니다. 또한 "6'1""에서는 "5피트보다는 6피트로 서있을 거야. 난 내 삶을 사랑했어. 그리고 니가 싫었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가하면 "Explain It to Me"에서는 온통 알 수 없는 문장들을 얘기한 다음에 "그러니까 이것들을 나한테 설명해봐"라면서 오히려 듣는 사람을 엿먹이기도 한다는 거죠. 또 앨범의 백미인 "Stratford-on-Guy"에서는 (힙합식으로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데요, 겉으로는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다가 착륙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갑자기 소음이 들렸고, 그게 한 시간이 지난 건지 하루가 지난 건지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청자로 하여금 상상하도록 만든다는 겁니다. 그저 Phair 자신은 "난 Galaxy 500 비디오를 보고 있었고, 창문 밖으로는 해가 지고 있었고 집들 불빛이 이상하게 변했고.." 등등 풍경 묘사만 담담하게 할 뿐이라는 거죠. 정리해보자면, 그녀의 가사들은 상당히 논란을 일으킬만한 내용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게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친다기 보다는 적절하게 냉소적인 절제를 하고 있으면서 그 중심에는 은근한 유머 감각을 현명하게 끼워넣는다는 거죠. (앨범 부틀릿을 봐도 그녀만의 유머 감각이 느껴지죠) 그러니까.. 마치 '확! 이럴 것 같은데 아니고, 이렇게 할까! 하다가 안하고, 확 뭐라 그러고 싶은데 말이 안나오고,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데 딱히 껀덕지가 없는' 뭐 그런 느낌 말입니다. 그 오묘한 심상을 이토록 대담하면서도 별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내뱉는 감각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793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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