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6'1"
02. Help Me Mary
03. Glory
04. Dance of the Seven Veils
05. Never Said
06. Soap Star Joe
07. Explain It to Me
08. Canary
09. Mesmerizing
10. Fuck And Run
11. Girls! Girls! Girls!
12. Divorce Song
13. Shatter
14. Flower
15. Johnny Sunshine
16. Gunshy
17. Straford-on-Guy
18. Strange
자 그럼 이런 가사들을 그녀는 어떤 식으로 청자에게 들려주는지 볼까요. 그녀를 인디수퍼스타로 만든 건 단순히 이런 가사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녀 특유의 보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죠. 그녀는 철저히 퇴폐적인 모노톤의 저음으로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저런 자극적인 가사들을 이토록 지독히 냉담하고 담담한 보컬로 부르다보니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가장 효과적인 의미 전달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수록곡들의 대부분은 데모 테잎이었던 "Girly Sound"에 수록됐었던 것들인데요, 전곡을 그녀가 쓰고 모든 곡에서 보컬과 기타, 그리고 때로는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앨범 전체적인 사운드는 90년대 중반 Matador라고 하는 레이블에서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던 Pavement나 Helium의 지글거리는 노이즈나 Yo La Tengo의 슈게이징보다는 가장 '전형적인 인디 로우-파이'라고 할까요? 때로는 어쿠스틱한 가운데 신디사이저나 드론 사운드를 입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입히거나, 스트레이트한 록 스타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렉트릭 기타 소리는 그다지 헤비하지 않은 그런 거죠. (그러니까 디스토션 안걸고 치는 찰랑찰랑거리는 일렉기타 소리) 만일 전형적인 로우 파이식의 저렴하면서 몽환적인 사운드를 느끼고 싶다면 "Dance of the Seven Veils", "Soap Star Joe", "Canary", "Shatter", "Gunshy" 등과 같은 곡을 들으면 되고 스트레이트한 록을 느끼고 싶다면 "6'1"", "Help Me Mary", "Never Said", Johnny Sunshine", 그리고 "Fuck And Run"을 들으면 됩니다. 하지만 모노톤의 사운드만 있다면 얼마나 지루하게요, "Divorce Song"이나 "Mesmerizing" 같은 곡은 상당히 멜로디컬한 기타팝적인 느낌도 주고 있으며 심지어 "Stratford-on-Guy"는 댄서블하기까지 합니다. 본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을 다 좋아하지만 특히나 통쾌한 가사에 스트레이트한 리듬을 타고 전개되는 "Fuck And Run"이나 블루지한 단조 느낌에 멜로디를 입혀 업템포로 찍어버린 "Mesmerizing" 등은 무척이나 아끼는 곡들이며 앨범 내 최고의 트랙으로 생각하는 "Stratford-on-Guy"는 미들템포의 드럼 비트가 강조돼 듣는 순간 몸을 흔들고 싶게 만드는 '그루브'를 품고 있으면서 약간은 전위적인, 어떻게 보면 마치 poetry slamming을 하는 듯한 심하게 읇조리는 그녀의 저음 보컬과 후렴 부분에 터져나오는 강렬한 기타음이 맞물려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예전 삐삐 시절에는 자기 삐삐 연결음을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녹음해 넣을 수 있었는데 전 이 곡을 녹음했었더랬죠. 그걸 들은 어떤 열혈모던록키드가 "이거 Primus야?"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곡이 약간 묘하게 아방한 느낌을 줍니다.) 자, 정리하자면 Liz Phair의 데뷔작 "Exile In Guyville"은 가장 그녀의 음악적 감수성이 fresh했던 시기에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던 그녀만의 '생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앨범에 실린 그녀의 연주와 목소리와 가사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어떤 '초상(statue)' 같다는 느낌도 들게 되더군요.
After Exile In Guyville
주지하다시피 데뷔작의 대성공 이후 그녀는 인디씬의 수퍼스타가 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4년 많은 이들의 기대를 안고 두번째 앨범인 "Whip-Smart"를 발매하면서 롤링 스톤지의 커버를 장식하게 되고 각종 TV 쇼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죠. 앨범의 싱글이었던 "Supernova"는 빌보드 모던록 차트 6위에 오르고 뮤직비디오는 MTV에서 수차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앨범 역시 Girly Sound 수록곡들 일부와 함께 그녀가 직접 작업한 곡들로 이루어져있지만 전작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전작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죠. 2집 이후 4년 만에 세번째 앨범 "Whitechocolatespaceegg"가 발매됩니다. 하지만 일단 메이져 회사인 Capitol과 계약을 하면서 그녀의 그 멋졌던 음악은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이전 두 작품을 프로듀스했던 명장 Brad Wood는 여전히 이 앨범에서도 참여를 했지만 R.E.M.의 음악을 주로 만들던 Scott Litt이 프로듀스한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불안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예전의 로우 파이 사운드는 깔끔한 메인스트림 팝/록으로 변합니다. 후에 리즈 페어는 인터뷰에서 이 당시를 회상하며 "Matador 레이블이 나를 Capitol로 팔았다"라고 했죠. 이 세번째 앨범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앨범이라 그녀의 목소리만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줬기 때문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들었습니다만 문제는 그 다음 앨범인 "Liz Phair"부터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앨범을 만들어서 Capitol 사장에게 가져갔더니 "맘에 안든다, 좀더 팔리는 음악을 해라"라고 압박이 들어왔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릿트니 스피어스, 힐러리 더프 등의 상업적인 음악을 만들던 프로덕션팀인 The Matrix와 같이 추가적으로 더 작업할 조건으로 레이블 예산을 더 책정해줬다고 합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곡들이 매우 전형적인 AOR 계열의 평범한 팝/록 "Extraordinary"와 "How Can't I"였고 이 싱글들이 발매되면서 수많은 리즈 페어 팬들과 인디록 매체들은 그녀를 "sell out"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때는 그녀가 왜 자꾸 이런 음악을 만들까 하고 의문을 가졌더랬죠) 그리고 2년 뒤에 나온 "Somebody's Miracle"은 더더욱 가관이어서 정말 아무 라디오나 틀어도 나올 법한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Everything To Me"와 같은 싱글부터 앨범의 대부분을 미국의 코케이션들이나 좋아할 만한 컨트리-루츠록으로 채워버리면서 오랜 팬을 자처한 저까지도 큰 실망을 하기에 이릅니다.
And Now
자, 그리고 6년이 지났습니다. Liz Phair는 그녀를 이토록 구렁텅이에 빠뜨린 Capitol이라는 지긋지긋한 레이블과 계약을 끝내고 Dave Mathews가 설립한 인디 레이블 ATO Records와 계약합니다. 자, 그러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일까요? 예, 바로 절판된 "Exile In Guyville"의 리이슈였습니다. 게다가 Girly Sound 테잎에 수록된 미발표곡 세 곡을 보너스로 넣고 당시 초창기 시카고 음악씬을 회고하는 내용의 DVD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이 리이슈는 그녀 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그녀의 오랜지기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Capitol에 소속돼 있던 동안 꺼내지 못했던 그 동안의 '억울함'을 몇몇 인터뷰에서 토로하며 다시금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겠다고 단언했습니다. (근데 새 앨범 소식은 들리지 않고 현재는 TV 드라마와 쇼 작곡가로 활동 중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언젠가는 ATO Records를 통해 2004년 이후 정말 정말 오랫만의 신보가 발매될 것이고 그녀 스스로 원래 자신의 스타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정말 미치도록 가슴 설레게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럼 이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다 한 것 같네요! ^^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941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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