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Don’t Let Me Fall
02. Nothin’ on You (featuring Bruno Mars)
03. Pass My Shades (featuring Lupe Fiasco)
04. Airplanes (featuring Hayley Williams of Paramore)
05. Bet I (featuring T.I. & Playboy Tre)
06. Ghost In The Machine
07. The Kids (featuring Janelle Monae)
08. Magic (featuring Rivers Cuomo)
09. Fame
10. Lovelier Than You
11. 5th Dimension (featuring Ricco Barrino)
12. Airplanes Pt. 2 (featuring Eminem & Hayley Williams of Paramore)
요새는 좀 뜸해졌습니다만 예전에 곧잘 꾸던 꿈이 있습니다. 누구는 무슨 피터팬 컴플렉스 아니냐고 그러는데 자다가 가위에 눌리면서 제가 자던 침대 위로 공중부양하면서 몸을 허우적 거리며 방을 나와 거실 창문까지 마치 수영하듯이 떠가다가 창문을 통과해서 밤하늘로 높이 날아 올라갑니다. 순식간에 빌딩과 거리의 불빛들이 저 멀리 아래로 보이면서 저는 그렇게 밤도시의 하늘을 날지요. 그러다가 동력이 좀 떨어지면 순식간에 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꿈에서 깹니다. (대개 이 꿈을 꾸면 꿈 속이지만 '이게 꿈이다'라는 걸 알고 즐긴다죠.) 항상 그렇게 몸이 곤두박질 칠 때마다 꿈 속에서 외치던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Don't let me fall...."
기분 좋은 상쾌한 저녁 시간, 풀밭에 누워있습니다. 아, 뭐 쭈쭈가무시나 유행성 출혈열은 없다고 칩시다. 낭만 깨지 마세요. 다리 한쪽을 꼬고, 군청색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옆으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개구리 소리랑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네요. 입에는 풀가지 하나를 물었습니다. 반딧불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도깨비불 같은 묘한 불빛도 떠다니네요. 그리고 그 때! 내 이마 위로 뭔가 하얀 게 휙~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게 뭘까요. 얼른 자리에서 흙을 털고 일어나 저 멀리 재빠르게 지나가는 하얀 물체를 바라봅니다. 혹시 요정일까.. 아마 먼 옛날, 아니 어쩌면 전생에, 내가 너무 너무 사랑하던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에 비하면 세상에 아무리 예쁘다는 여자들도 아무 것도 아니였어요. 그녀보다 사랑스러운 존재는 없었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밤하늘은 이제 제법 어두워졌습니다. 저 멀리 밤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네요. 저 비행기가 별똥별이라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저 별똥별에 소망을 빌어봅니다. 소망을...
때때로 매우 인상적인 앨범을 들어보면 리뷰가 리뷰가 아니게 글이 막 섞이면서 비빔밥이 돼버리네요. 전 이게 좋습니다. "전형적인 리뷰는 가라!" '뮤지션이 앨범을 내는 자세'에 대해 얘기좀 해볼까요? 확실히 '앨범'은 '앨범'입니다. 앨범은 앨범 다워야 앨범입니다. 그냥 막 내는 게 아니라는 거죠. 에미넴, 에미넴 아시죠? 에미넴도 번외 작업물이나 휘쳐링이나 등등에서 보면 여느 '랩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모들을 보여주죠. 에미넴에게 스웨거라는 표현은 매우 안어울리지만 그래도 자신의 '앨범'이 아닌 다른 곳에선 뭐 스웨거 쪼금 뭐 그냥 그닥 특별치 않아요. 하지만 에미넴 '자신'의 '아티스트 앨범'으로 돌아오면 얘기는 달라지죠. 완전 최악의 구렁텅이까지 내던지는 그의 신실한 가사들과 작가주의적 컨텐츠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 2010년의 젊은 아티스트 B.o.B 역시 그래요. 그는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대략 6장 정도의 믹스테잎들을 발표했었는데요, 이 믹스테잎들에 담긴 음악들은 대부분 매우 '힙합적'이었습니다. 상당수를 죠지아 출신인 그답게 전형적인 사우스 스타일로 채우면서 중간 중간 모드 스타일의 록을 곁들인다는 거였어요. 근데 그 전까지만 해도 '사우스 힙합'과 '모던록' 이라는 그의 근간을 이루는 양축은 서로 양립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의 데뷔작인 이 앨범에선 마침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이루던 저 두 스타일을 완벽하게 화학반응을 시켜버렸습니다.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뮤직'이라는 건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물리반응'이 아닌 '화학반응'이라는 거예요. 1이 사우스 힙합이고 3이 모던록이라면 1-3-1-3 식의 구성이 아니라 2-2-2-2가 됐다는 거죠. 자, 우리는 그 동안 몇몇 예에서 '모던록'과 '힙합'의 매우 적절한 콜라보송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델리스파이스와 주석이 그랬고 외국에서는 Texas와 Method Man이 그랬습니다. 두 곡들 모두 모던록팬과 힙합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킨 훌륭한 곡들이었죠. 그렇지만 별로 안어울릴 것 같았지만 묘하게 잘어울리는 이 두 장르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앨범을 통해 들려준 이는 여태껏 없었습니다. 그런데 B.o.B는 그의 데뷔 앨범에서 이 두 장르의 결합을 정말 완벽하게 이뤄냈어요. 자신이 좋아하고 믹스테잎들을 통해 줄곧 들려주던 두 개의 양립하지 않던 장르를 진중하게 결합시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합니까.
첫 곡 "Don't let me fall"에서부터 우리가 스매싱 펌킨스의 두 번째 앨범에서 열광했던 fuzzy한 기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또 역시 우리가 스매싱 펌킨스의 "Today"라는 곡에서 좋아했던 인트로의 영롱한 기타 멜로디 같은 것이 반복되면서 Bruno Mars의 노래와 함께 2010년 봄을 강타한 팝송 "Nothin' on you"가 흘러나오고, 딱 듣는 순간 이거 'white teenager들(Andy, Frank, Kelly 이 녀석들) 환장하겠구만'이라는 생각이 딱 드는 헤일리 윌리암스의 귀에 짝짝 달라붙는 이모(Emo) 보컬이 좌중을 압도하는 "Airplanes"가 나오더니 (목소리가 너무 매력있어서 잘 모르던 밴드인 Paramore에도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는..) "Magic"에 가서는 진짜 뻔뻔하고도 천연덕스럽게 이게 B.o.B 앨범에 Weezer가 휘쳐링한 건지 Weezer 앨범에 B.o.B가 휘쳐링한 건지 구분이 안가게 "쎄이잇에인 쏘우오우워~"의 주인공 리버스 쿼모를 불러다가 그냥 완전 위저 음악을 들려줘버리네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그랜드 허슬'이라는 레이블에 걸맞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은 전형적인 사우스식 그루브 "Bet I" 한 곡 밖에는 없군요. 그밖에 B.o.B 자신이 직접 통키타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하이톤에선 마치 Andre 3000을, 나즈막한 톤에선 Pharrell이 연상되기도 하는 그의 보컬 역시 나쁘지않습니다. (안드레 3000 하니까 떠오르는 게 만일 안드레 3000이 솔로 앨범을 낸다면 딱 이런 스타일의 앨범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만일 안드레가 이 앨범을 들으면 '이 새끼 내가 할거 지가 선수쳐버렸네' 뭐 그렇게 생각할지도..) 여하튼 이 앨범은 그루비한 흑인음악도, 도프한 힙합도, 트렌디한 클럽 사운드도 아닌, '밝고 상쾌한 팝앨범'이라고 하는 게 제일 맞는 표현일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T.I.에게도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랜드 허슬이라는 레이블의 명성과는 별로 안어울리는, 비교적 동떨어진 음악을 가지고 나왔지만 아티스트 자신의 자율성을 그만큼 존중해줬다는 거 아닙니까.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에서 원래 들려주던 스타일에 비해 레이블에 들어가면서 목소리톤이나 음악 스타일도 확 바뀐 Drizzy-Weezy의 관계보다 왠지 더 쿨해보이기도 해요.
확실히 지금은 '힙합의 얼터너티브' 내지는 '힙합의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로 아직까지 아무도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못봤지만 어쩌면 칸예 웨스트와 루페 피아스코는 힙합계의 너바나와 펄잼, 혹은 힙합계의 오아시스와 블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 돌 날라오네요.) 그들이 만들어놓은 소울-록에 기반한 따뜻한 사운드, 그리고 자각적이고 지적이며 현실적인 가사와 '컬리지'스러운 스타일들.. 분명 이건 기존의 '힙합'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류입니다. 그리고 최근들어 등장하는 키드 커디, 왈레, 드레이크, 제이 콜, 그리고 오늘 소개한 바비 레이 역시 이러한 조류를 훌륭히 발전시켜나가는 역군들이겠구요. 15년 전만 하더라도 "왜 갑자기 랩 하다가 노래 부르고 지랄이야" 이런 반응이었을 음악들이 요새는 거의 공식화되고 일반화됐지 않습니까? 이른바 '모던록'이 아니고 '모던랩'이랄까요? 흐.
이제 슬슬 글을 마칠 때가 됐네요. 저의 가장 큰 문제는 쓰다보면 글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별로 영양가도 없으면서. 이 앨범에 실린 가사에 대해 언급을 안했다구요? 이 글의 맨 위에 두 단락은 괜히 써놓은 게 아니예요. 바로 이 앨범에서 음악가 B.o.B가 말하고자 하는 가사들은 제가 맨 위 두 단락에 써놓은 그런 이미지들입니다. 이 앨범은 B.o.B 혹은 바비 레이라는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발표한 젊고 패기 넘치는 뮤지션의 '꿈'과 '포부'가 담긴 앨범입니다. 앨범을 듣다 보면 '후레쉬하다' 내지는 '당차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그런 그의 목소리와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는 정말 정말 '좋은 앨범'입니다. 저한텐 이런 앨범이 별 다섯개 거든요.
* 오리지날리 포스티드 온: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899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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