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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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Recovery] (2010, Aftermath)

tunikut 2010. 9. 6. 11:27

Recovery를 디벼주마! 옛날에 딴지일보에는 이런 식의 문체가 많았죠. 저도 한번 디벼봅니다. mo'fuckin shitty critic은 아니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서 과연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 게 이 앨범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가능한한 최대한 짧게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만 또 길어질 지도 모르겠네요.




 

01. Cold Wind Blows

02. Talkin' 2 Myself (featuring Kobe)

03. on Fire

04. Won't Back Down (featuring Pink)

05. W.T.P.

06. Going Through Changes

07. Not Afraid

08. Seduction

09. No Love (featuring Lil Wayne)

10. Space Bound

11. Cinderella Man

12. 25 To Life

13. So Bad

14. Almost Famous

15. Love The Way You Life (featuring Rihanna)

16. You're Never Over

17. Untitled (Hidden Track)

 

 

  사람들은 흔히 "이 친구는 외유내강형이군." 내지는 ", 저 선생은 외강내유형일세." 뭐 이런 식의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럼 저는 그 사람들한테 저를 "외유내유형"이라고 소개합니다. 겉모습도 허약해보이고 마음도 여린.. 뭐 그런 인간형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신지쿤"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바로 이 에미넴, 혹은 Marshall Mathers라는 사람도 상당한 "외유내유형"의 인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에미넴이 '무한도전'이나 '12'에 고정 멤버였다면 꽤나 힘들어했을 거라고 예상될 정도로 그는 지난 16년간 자신의 캐릭터를 찾느라 무척이나 고생한 듯 보이니 말입니다. 나는 누굴까? slim shady일까, marshall mathers일까, eminem일까. 그 어느 하나에 fix되지 못하고 방황을 해왔다는 거죠. 하지만 2010년에 발매된 그의 7번째 정규작 "Recovery"에선 타이틀처럼 이제 그 자신을 찾은 모양입니다. (근데 역설적인 것은 그 자신은 자신의 캐릭터를 찾지 못하고 방황해왔다고 하지만 힙합씬에서 그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은 없다는 거예요.)

 

  에미넴의 앨범들이 우리를 흥미롭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의 '가사'입니다. 여타 엠씨들과는 전혀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실제 그가 현재 놓인 상황에 근거해서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과장된 가사들을 들려준다는 거죠. 만일 에미넴의 음악들을 가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듣는다면 그건 에미넴의 음악을 30%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근데 말이죠, 본 앨범 Recovery 이전까지의 그의 앨범들은 가사도 가사지만 F.B.T., Dr. Dre, 그리고 Eminem 자신이 주축이 된 바운스 넘치는 프로덕션들이 활개를 쳐줬기 때문에 그럭저럭 가사를 몰라도 어깨 들썩이며 즐겁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나온 이 앨범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자.. 여기서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봅시다.

 

  일단 요점부터 말하자면 이 앨범은 (Infinite은 빼고) The Slim Shady LP부터 Relapse: Refill까지의 모든 앨범들과는 완전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이전까지의 에미넴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반이라는 거죠. 여기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립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에 한두번 돌려들으면서는 "뭐 이따위야! 바운스도 없고 신나지도 않고 에미넴은 계속 똑같은 톤이랑 플로우로 소리만 냅다 지르고.." <- 이렇게 느꼈으니까요. , 맞아요. 여태까지의 에미넴 앨범들 중에서 제일 재미없는 거. 사실입니다. 인정해요. 예능프로로 치자면 웃음끼 쫙 빼고 완전 다큐로 돌아선 느낌이랄까요? 에미넴 자신은 이 앨범 곳곳에서 전 앨범 Relapse를 까고 있지만,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적 측면에서의 완성도'로 보자면 Recovery보다 Relapse가 훨씬 더 탄탄했습니다. Relapse를 들으면서는 제법 목과 허리를 까딱거릴 수 있었지만 Recovery는 그닥 모션을 유발하지는 않거든요. on Fire" "Cinderella Man"의 그 '이상함'은 뭐고 "Going Through Changes"의 그 진부한 샘플 하며 맥이 딱딱 끊기는 진행은 또 뭐랍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졸작일까요?

 

  이 앨범은 사실 사운드적인 측면보다 '가사'가 더욱 중요한 앨범입니다. 에미넴 자신이 정말로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써낸 가사들이 타이트하게 앨범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죠. 에미넴은 앨범 여러 곳에서 - Cold Wind Blows, Talkin' 2 Myself, Going Through Changes, Not Afraid, 25 To Life - 지난 날을 후회하고 사과를 하고 앞으로는 새롭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선언합니다. 근데 이런 태도들을 두고 몇몇 비평가들은 소위 "물렁해졌다"는 식의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만일 에미넴이 언더그라운드씬에 있으면서 소위 그 '미친' 가사들을 써내려갔었는데 메인스트림으로 오면서 '착한' 가사를 쓰는 걸로 변했다면 그를 두고 "sell out이다, 물렁해졌다, 한물갔다" 뭐 이런 비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이 앨범은 그런 상황이 아닌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에미넴식의 소울 음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그의 '소울' Space Bound Love The Way You Lie, 그리고 Going Through Changes에서 그의 전부인이었던 Kim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You're Never Over에서는 Proof에 대한 애절한 추모를 하고 있죠.

 

  그리고 이런 '소울풀한' 에미넴의 가사들은 이전까지와 달리 이례적으로 영입한 다양한 외부 프로듀서들에 의해 매우 효과적으로 assist되고 있습니다. DJ Khalil이 주도한 하드록적인 비트들은 에미넴의 답답한 심경과 분노를 표현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Just Blaze Jim Jonsin, 그리고 Boi 1-Da가 주도한 트렌디한 사운드는, 그루브감을 유도한다기보단 드라마틱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Jim Jonsin이 의외로 어쿠스틱한 정서가 있다는 사실은 B.o.B의 믹스테잎들에서 이미 느꼈었죠. Space Bound, 정말 사람 녹이는 곡 아닙니까? 여담으로 한마디 더 하면 전 Just Blaze는 자신의 개성은 없이 트렌드만 좆는, 혹은 Kanye West 따라하는, 뭐 그런 정도로 굉장히 낮게 봤는데 이 앨범에서의 그는 정말 그 아니었으면 이런 퀄리티의 앨범이 나왔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드네요. 그 서정성이란 정말..) 이 앨범의 백미 중 하나인 에미넴식의 러브송 Love The Way You Lie Rihanna가 상당히 백인적인 필을 구사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 아니나 다를까, B.o.B Airplanes를 프로듀싱한 Alex Da Kid의 작품이네요. (더블 홈런 쳤네요.) 전 처음에 Rihanna Hayley Williams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앨범의 가장 큰 백미는 No Love입니다. Just Blaze의 점차 고조되는 듯한 프로듀싱에 Lil Wayne Eminem이 배틀식으로 한 벌스씩 나눠가졌는데 그 묘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는 정말.. 최고라는 말밖에. Lil Wayne 음악도 잘 모르고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 곡 듣고 완전 멋져졌다니깐요. "It's 위지다! Mutherfucker!" 저 스웨거 넘치는 한 마디.. 에미넴 역시 릴 웨인을 디스하는 곡을 만들었다가 후회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아예 스튜디오로 릴 웨인을 직접 불러놓고 배틀식으로 진행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뱉는 듯한 느낌이 참 뭐랄까요..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성숙된 방어기제를 보여준다고나? (그 외 Sublimation인가 뭔가 있잖아요.) (근데 왠지 느낌이 에미넴이 고개 푹 숙이고 위지 배에다 대고 막 현란하게 까대고 위지가 배에다 힘주고 허허 그러면서 좀 받아주는 듯한 느낌 ㅎㅎ) 그 밖에 이전 앨범들의 풍취가 살짝살짝 감도는 트랙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역시나 Dr. Dre 특유의 바운스가 잘 드러난 비트에 여자 후리는 가사를 담은 So Bad W.T.P., 그리고 Havoc이 프로듀스한 히든 트랙 등이 그런 곡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또.. 암튼 얼른 끝냅시다. 15분 뒤에 eBay 경매할 게 있어서.. 제 생각엔 그래요. 이 앨범은 물론 이전의 에미넴의 앨범들에서처럼 '힙합적인 그루브'를 내는 앨범은 아닙니다. 하지만 건드리면 톡 터질듯 그의 '소울 진액'이 듬뿍 담기다못해 넘쳐흐르는 가사들이 주축이 되고 거기에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서정적인 '연주'가 들어있는 앨범이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힙합 앨범'이라는 느낌 보단 '록 앨범' 내지는 '그냥 에미넴음악 앨범' 뭐 이런 느낌이 더 강해요. "힙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좀 거리감이 있지만 새로운 방향을 보인 '에미넴음악'이라는 측면에선 정말 박수를 쳐주고픈 수작입니다. 그리고 또 에미넴 자신으로서도 이런 스타일의 앨범은 필연이었어요. 언제까지나 똑같은 스타일로만 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분명 그의 많은 고민이 들어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스타일로 이미지의 과감한 변신에 성공한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구요, 이 앨범은 다음 앨범에 대한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한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오리지날리 포스티드 온: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92470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