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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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 Ethan Coen [Blood Simple] (1984)

tunikut 2010. 3. 14. 00:16

 

구하기도 힘든 이 영화를 어젯밤 케이블해서 해주길래 낼름 봤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이 영화를 본 건 적절했다.

왜냐면, 한때 테리 길리엄과 더불어 나의 훼이버릿 디렉터 탑 1위에 있던 코엔 형제의 영화들에 요즘 좀 심드렁해졌기

때문이다. 가만있자.. 그러니까 내가 코엔 형제를 제일 좋아했던 시기는 "위대한 레보스키"와 "파고", 그리고 그 무렵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봤던 시기이니.. 대략 90년대 중후반 정도 된 것 같다. 그 후로 무지하게 기대했었던 "오, 형제여"

부터 슬슬 약발이 떨어지면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좀 이해하기 어려웠고 제대로 캐실망한 건 "참을 수 없는 사랑"

에서 였고.. "레이디킬러"도 좀 그저 그런 정도였다. "바톤핑크"와 "밀러스 크로싱"도 보긴 봤는데 너무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이 안나고..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걸로 기억) "허드서커대리인"은 좀 별로였던 걸로 기억하고.. 그나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약간 기사회생 하는 듯 싶더니 "번 애프터 리딩"에서 또 실망하고.. 뭐 그런 상황에서 어제 본,

아직까지도 '코엔 형제의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들의 처녀작 "블러드 심플"은 보고 났더니 정말 그들의 최고작

맞았다.

 

그야말로 웃음기 쫙 뺀, 제대로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인데, 데뷔작임에도 역시나 코엔 영화의 가장 큰 개성

이라 할 수 있는 디테일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들, 그러니까 어떤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 때문에 일이 잘못 꼬이고 하는

상황들을 개연성 있게, 그것도 대사보다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추리하듯 유추해나가도록 만드는

능력은 이후 나온 어떤 코엔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본작에서 단연 최고일 듯 하다. 또 이와 더불어 "코엔 영화"의 또다른

특징 중에 하나인 빼어난 영상 기법들 역시 이미 이 영화에서도 현저하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소위 말하는

"명장면"들이 참 많은데 영화 도입부의 윈도우 브러쉬 씬부터 고속도로 생매장씬 등에선 '오컬트'적인 호러 영화의

느낌마저 들며 - 알고 봤더니 "이블 데드"의 촬영 스탭 출신이었다? - 엔딩에서의 쇠파이프 물 떨어지는 장면도 잊을 수

없다. 또 진짜로 남편이 살아서 돌아온 건지 아닌지 애매모호하게 끝나게 해서 여운을 남기는 것도 무척 맘에 든다.

 

코엔 형제에게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서스펜스 감도는 영화들을 좀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어떨까하는 바램이 든다. 최근엔

너무 코미디쪽으로만 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위대한 레보스키"나 "아리조나"에서 같은 '슬랩스틱' 스타일은 나도 너무

좋아하지만 "번 애프터 리딩"에서 같은 영리한 코미디는 좀 별로다. 그나마 이 "블러드 심플"에서의 스릴러적인 분위기

를 살린 영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던 것 같고 도 그래서 그 영화도 참 좋아했는데.. 암튼 글이 마무리가 잘

안되는데 하여튼 뭐 그렇다. 요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서스펜스 스릴러 이 두 가지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엔 영화라는

것. 아 그리고 하나더, 프랜시스 맥도먼드도 젊었을 땐 예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