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favorite movies

김기영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1978)

tunikut 2010. 1. 13. 10:44

 

ㅋㅋ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그저 ㅋㅋ였다. 김기영 감독님이 왜 이 작품을 두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쓰레기'라고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뭔가 삶과 죽음, 그리고 의지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의도

했지만 다소 산만하고 뭔가 애매모호한 완성도가 그런 게 아닐까.. ㅎㅎ 만드시다가 "에이 씨발, 이거 어떻게 마무리

해야돼!" 뭐 이러신 게 아닐까 싶다. ㅎㅎ

 

영화를 보신 분들은 모두 동의하시겠지만 강렬하면서 재기발랄하고 유쾌했던 처음 두번째 에피소드에 비해 김자옥씨

와 남궁원씨가 등장하는 세번째 에피소드가 다소 지루하고 뭔가 뚜렷한 게 없이 전개됐다 마무리되기 때문에 약간

좀 섭섭한 면이 없진 않지만 이런 부분들 때문에 - 혹자는 정리 없이 대충 막 써내려간 일기장같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 더더욱 컬트 매니아들에게 어필한 영화가 아닌 듯 싶다. 종반부에서 나비 날개를 단 남궁원씨가 김자옥씨를 다리에

매달고 빨간 하늘을 날라가는 장면은 정말 언제봐도 '데이빗 린치'스러운 장면이며 70년대 후반 우리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와 존재감이 아닐까? (요새 우리나라에 이런 영화 나오나?)

 

삶과 죽음이 어떻고 의지가 어떻고.. 뭐 그런 게 이 영화의 메인 테마인 듯 하지만 난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싶진 않다.

어차피 감독님 스스로도 별로 그다지 정리를 잘 하신 것 같진 않기도 하고.. 그저 이 영화의 최고의 압권은 첫번째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아닐까? 극단적인 문어체와 심각한 표정으로 구사하는 그 촌철

살인과 같은 대사들이야말로 레알 코미디다. 확성기를 든 과일장수같은 굵은 목소리의 남자와 흐느끼는 듯한 연약한

신파조의 여자.. 아.. 진짜. 내가 RZA는 아니지만 만약에 음악을 만든다면 이 대사들을 샘플로 쓰고 싶을 것 같다.

"이봐. 그렇지 않다. 사나이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 ㅎㄱ 고마와요...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ㅎㄱ"

 

끝으로 명대사들 적어놓는다.

 

"난 언제쯤 라면 신세를 면할까. 하루에 여섯번을 먹어도 배가 고프니 귀찮아서 얼른 죽어야겠다"

 

"아버지가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어요. 무당에게 물으니 동굴 속에서 30일 동안 단식기도를 하면 2000년 후에

멋진 남자와 맺어진다고 하더군요"

(흠칫 놀라며) "(멋진 남자라면) 나 말이야?"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김영걸이오"

"김씨면 우린 결혼을 못하겠군요. 동성동본이잖아요"

"동성동본도 결혼할 수 있게 하는 법이 올해 통과되어서 결혼할 수 있소"

"그거 통과시키는데 2000년씩이나 걸리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완고해요"

(이 대사들을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다고 생각해보라)

 

"우리 딸애는 저녁에 촛불을 켜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네"

"취향이 고전적이시군요"

"고전적인 게 아니라 서구적인 거예요"

 

여기까진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옮겨 온 거고.. 또 하여튼 진짜 기막힌 대사들 많다.

뭐더라.. 뻥튀기 기계 들고 오면서 '먹고 살아야 되니까 이걸 들여왔소" 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뻥튀기가

삐용 삐용 튕겨져 나오는 위에서의 정사씬이란.. ㅎ 그리고 요강에 여자가 오줌을 누면서 "2000년 된 오줌이예요"

그런 것도 웃기고 하하 참.

 

p.s. 밑에 "화녀 82"와 함께 이 소중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신 ssabari님께 무한 감사를!!!

'favorite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Jim Jarmusch [The Limits Of Control] (2009)  (0) 2010.06.10
Joel & Ethan Coen [Blood Simple] (1984)  (0) 2010.03.14
김기영 [화녀 82] (1982)  (0) 2010.01.13
James Cameron [Avatar] (2009)  (0) 2009.12.24
David Cronenberg [Rabid] (1977)  (0)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