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옛것'이라는 점 하나때문에라도 설레이는 경우가 있고 그게 시리즈물의 '1편'이라는 요소와 결부돼버리면 매우 강력한
매력 덩어리가 되는 점 때문에 정작 영화의 스토리나 플롯이나 이거나저거나 따지지 않고 '본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 "13일의 금요일"을 이제 와서 보게 된 내 심정이다. 이걸 어찌 볼 수나 있었겠나. 이게 상영됐을 때는
내가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이었고 이후의 수많은 후속편들이 나왔을 때는 '성인용'이라고 해서 학창시절엔 극장을 갈 수 없었고
당시엔 동네 비디오대여점에서 제대로 된 좋은 화질의 vhs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며 정작 vhs 대여숍이 활성화됐을 땐 고3
이어서 암울했고 대학 들어가면서는 술퍼마시고 돌아다니고 시험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고 졸업하고 결혼했고 아내와
주말 극장에서 최신 블록버스터 무비들을 봐야했으니 말이다.
얼마전 리메이크작이 나오기도 한 상황에서 오리지널인 이걸 쿡티비의 도움으로 볼 수 있었는데 뭐 영화야 짜여진 공식에 충실한
80년대 B급 호러이기 때문에 이걸 두고 작품성이 어떻다 저떻다 말하는 것 자체가 병신인증하는 셈일 테니 그럴 필욘 없겠으며
그저 1980년의 그 '냄새' 속에 푹 파묻혀 이 역사적인 시리즈의 서막을 두 팔 벌려 마음껏 그저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
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진짜 거짓말 아니고 이 시리즈 다 구해서 다 보고 싶다. 이런 게 레알 쏘 콜드 '컬트' 아닌가?
post-script: O, 나이트메어 1편이여, 어디에 있는가? 너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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