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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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ren Aronofsky [The Wrestler] (2008)

tunikut 2009. 10. 6. 13:37

 

아.. 정말.. 영화보고 나서 그 장면 그대로 꿈을 꾼 적은 참으로 오랫만이지 싶다. (아니, 그런 적이 있던가?) 그리고 아직까지도

마음이 참.. 그렇다. 이 영화는 '향수'를 자아내는 영화가 결코 아니다. 이 영화는 80년대 미국문화를 즐긴 세대들에게 향수를

심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다. 무언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면 과거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잔혹하리만치 '현실'에 집중한다. 80년대 WW'F' 레슬링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스럽게 어울리는 이름

Randy "The Ram" Robinson (당시 레슬러들은 항상 이런 식의 이름이었다. Randy "Macho Man" Savage, "Million Dollar Man"

Ted Dibiase, Brutus "The Barber" Beefcake, Jimmy "Superfly" Snuka, Greg "The Hammer" Valentine.. 아 정겨운 이름들..),

극중의 그의 모습은 주인공 미키 루크의 실제 삶과 그대로 오버랩되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분명 80년대의 WWF

레슬링과 건스앤로지스, 머클리 크루, 데프 레파드를 들은 세대들은 이 영화를 보고 참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향수를 느낀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뭔가 좋아질 뻔 하다가 결국 망쳐버리는.. 뭔가 좋아질 것 같다가 너무 늦어버리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슬프고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영화 안에서도 잠시 언급되지만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2시간 내내 보는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고 슬프게 만든다면 이 영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실제로 면도날로

이마를 긋고 스태플러로 살을 찍은 것 같은 (실제인지 가짜인지 정말 분간이 안된다) 리얼한 레슬링씬은 분명 "패션 오브 크라이

스트"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독립 영화적 포스를 풍기는 거칠고 조잡한 화면과 주인공의 어깨 넘어로 움직이는 흔들리는 카메라의 1인칭 시점 등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대역 없이 실제 모든 레슬링 동작들을 선보이며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미키 루크와 오랫만에 보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마리사 토메이의 '소울'이 잔뜩 느껴지는 배역과 연기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p.s. 오리지널 스코어는 대부분 Accept, Quiet Riot, Cinderella, GN'R 등 80년대 하드록/팝메틀이며 전체적인 기타 사운드는

Slash가 담당했다. 또한 영화 제작진과 레슬링 크루는 Axl Rose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고 크레딧에 쓰여 있으며 다소 의외인

점은 사운드 믹싱을 Ken Ishii가 담당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