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favorite movies

David Cronenberg [M. Butterfly] (1993)

tunikut 2009. 10. 5. 11:36

 

** 치명적인 스포일러 언급됩니다. 영화 보실 분은 절대 읽지 마세요.

 

93년도의 데이빗 크로넨버그라면 "네이키드 런치"와 "엑시스텐즈" 사이 시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두 작품들이 모두 괴물딱지

가 꾸물떡거리는 영화들이라고 한다면 그 사이에 탄생한 본작은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그저 별 사전지식 없이 - 물론 이 영화가 유명했다는 건 알았지만 - 봤다가 적절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제레미

아이언스의 열연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비행기에 올라탄 존론의 눈물과 겹치며 자꾸만 깊은 회한을 남기게 되는데 영화 도입

부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존론의 오페라를 감상할 때 옆에 앉아 있던 서양인 아줌씨가 "저 여자가 실수해서 한 남자를 사랑했는데

그 남자가 떠나자 자살해요"라고 얘기한다. 근데 영화의 엔딩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난 프랑스 전체를 웃겼죠. 난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난 르네 갈리마드이자 엠 버터플라이입니다."라고 얘기하면서 비행기 타고 떠나는 존론의 눈물이 겹치면서 자결

하는 장면은 남녀 관계-주종 관계-동서 관계가 서로 역전되면서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대박이다. 아주.

 

난 존론이라는 배우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결말부의 충격을 제레미 아이언스와 함께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참 사람 마음이 신기한게.. 나 역시도 여자라고 계속 생각했고 오히려 꽤 매력적이라고도 느꼈었는데 사실은 남자

였다는 결말부를 보고 난 뒤에 다시 리와인드해서 봤더니 아니 그렇게 매력적이던 그 모습들이 진짜로 남자처럼 보이고 매력적

이긴 커녕 막 이상하게 보였다는 거다. 참 간사하다. 사람 마음.

 

p.s. 최근들어 괴물딱지 꾸물떡거리는 영화 안만드시는데 이제 슬슬 또 한번 어떻게.. 안보여주시나요? 크로넨버그 감독님?

 

 

'favorite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rren Aronofsky [The Wrestler] (2008)  (0) 2009.10.06
Michael Haneke 영화 두 편   (0) 2009.10.06
김용화 [국가대표] (2009)  (0) 2009.08.03
David Lynch [The Elephant Man] (1980)  (0) 2009.07.31
이혁수 [여곡성] (1986)  (0)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