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favorite movies

이혁수 [여곡성] (1986)

tunikut 2009. 7. 16. 17:20

 

신난다. 드디어 봤다! 오늘 유난히 더웠는데 역시 공포영화는 더울 때 봐야 제 맛.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힘들게 구했으나 도저히 혼자서는 볼 용기나 안났고 나보다 공포영화를 잘 보는 아내 (아내는 밤에 빈집에서 불끄고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주온을 본다.) 에게 같이 보자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큰 티비 화면이 좋지 컴퓨터 모니터는 작아서 짜증난

다고 안본다고 거절 당해 고민 고민하다가 오늘 드디어 관사에 같이 있는 한방 선생의 도움을 얻어 맥주 한 캔씩 들고 이걸

봤다. 영화 보기 전에 "영계백숙", "냉면", "바베큐"를 들어서 기분도 상쾌했다. ("냉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영계백숙" 은근

히 좋다. 난 "Let's Dance"는 윤미래 훅만 좋고 다른 건 다 별로다.)

 

일단 '컬트'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다. 왜냐. 귀신이 매우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뭐 80년대 영화다보니 스토리라인이나

화면이나 그렇고 그런 뻔한 건 사실이나 이 영화의 main force를 자랑하시는 시어머니 귀신의 모습은 충분히 유니크하며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가치도 충분하고 후대의 여러 귀신들에게 귀감이 되기에도 충분하다. 내가 가장 놀랬던 건 어렸을 때

부터 내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귀신의 얼굴 - 하얀 바탕에 눈과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싸이코틱하게 웃는 할머니 얼굴

+ 광대 얼굴 + 북청사자얼굴 - 이 그대로 나왔다는 것. (난 그 동안 살면서 몇몇 공포 영화들을 보면서 아니 대체 왜 내가 생각

하는 '그 얼굴'같은 게 안나오는 거지? 너무 무서워서 심의에 걸리나? 암튼 내가 만약 공포 영화를 만들면 내가 상상하고 있는

바로 그 얼굴을 등장시킬테다! <-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이 영화에 그대로 나온 거다.) 암튼 마치 감독에게 내 심리

를 들킨 것 처럼 매우 놀라웠고 경탄했다. 이혁수 감독과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귀신의 얼굴상'이 같은 것 같다. 게다가

이 시어머니 귀신은 흔히 생각하는 '하얀 소복에 머리를 풀어헤친 쳐녀귀신'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유니크하다

하겠다. 또한 뱀파이어처럼 피를 할딱할딱 핥아 먹는 모습이라니.. 감독은 천연덕 스럽게 - 변태스럽게 - 그 핥고 있는 혀를

클로즈업까지 해서 보여준다. 쩐다 참.

 

물론 우뢰매를 연상시키는 광선씬 등은 유치함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영화는 당시 '80년대 한국인'들에게

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로서 손색이 없었을 듯 하고 조악하지만 그로테스크한 귀신 분장이나 하물며 분장 없이도 약간

의 표정 변화와 조명빨로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법 등은 CG로 범벅된 요새 귀신들보다 훨씬 더 무섭다는 걸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Vintage 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