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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ynch [The Elephant Man] (1980)

tunikut 2009. 7. 31. 22:03

 

어쩌면 드디어 내가 보고 싶었던 여러 영화들을 시간만 허락된다면 공짜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모든 일 다 제쳐두고

하루 완전 휴가 내서 전세 내고 자리 잡고 봐야지. 어디냐고? 비밀! 거기서 발견한 이 영화의 dvd는 굉장한 서프라이즈였다.

내가 생전에 이걸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자. 이 영화. 일단 데이빗 린치 영화다. 그의 필모그래피 상으로 77년작 "이레이져헤드"에 이은 차기작이다. 포스터를 보라.

뭔가 후리키히고 오컬트스러운 게 린치스럽다. 영화를 플레이. 시작부터 흑백 화면.. 불길한 효과음.. 여인의 비명.. 코끼리

의 몸놀림.. 이야.. 내가 또 간만에 린치 감독님을 만나는구나.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린치 감독의 이름만 보고 골랐기 때문

에 그러면서도 '얼마나 이상할까' 내심 즐거운 걱정도 했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극장에서 3시간 동안 버텨낸 나였기에 뭐든

자신이 있었다. 올테면 와라!) 자 영화 시작! 린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서커스장에 진지한 얼굴의 소싯적

안소니 홉킨스가 등장한다. 자 영화에 점점 빠져들어가보자. 오잉? 근데 이 영화.. 일단 하.나.도.안.이.상.하.다. 아니, 빙빙

돌리지 말고 할 얘기만 하자. 안이상하기는 커녕 매우 '감동적'이다. 아니 그냥 감동적일 뿐 아니라 보는 사람 심금을 울린다.

흐흑.. 나도 보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아아.. 린치 감독! 이렇게 또 나라는 팬 한 사람을 확실히 린치빠로 만들어버리시는군요.

이러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지요. 알고봤더니 이 영화.. "스트레잇 스토리"와 더불어 '착하고 안전한 린치 영화'였던 것

이다! 런던에 실존했다는 neurofibromatosis 환자를 소재로, 페니 마샬 감독의 "Awakenings"에 필적할 만한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메디컬) 드라마이며 그렇다고 "스트레잇 스토리"처럼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고 도입부, 중간 회상씬, 엔딩 등

에서 살짝 린치 스타일 장치를 약간 발라줬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을 장면인 "i am not an animal! i am a

human being!"이라고 전철역에서 사람들에게 쫒기다 울부짖는 장면은 분명 "말아톤"에서 정윤철 감독이 참고한 장면이리라.

 

그럼 글을 마치기 전에 팬으로서 한 가지 제안을 해보자. 린치 감독은 분명 천하에 기괴하기 짝이 없고 비합리적인 영화의

달인이다. 그럼과 동시에 사람의 심금도 맘만 먹으면 충분히 울릴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이 두가지를 합쳐보면 어떨까?

데이빗 린치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이상하며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가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깊은 여운과

함께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어주신다면..? 그야말로 데이빗 린치 감독 일생, 아니 영화 사상 희대의 걸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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