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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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ley Kubrick [Barry Lyndon] (1975)

tunikut 2009. 7. 14. 00:52

 

자 또, 잘 쓰는 스타일로 시작하자. (예전에 판의 미로 포스팅할 때와 같은 기법을 쓸 것임) 일단 난 서양 사극에 컨벌젼을 한다. 대체 왜

피부 하얀 사람들이 드레스 입고 궁전에 모이는 게 싫을까. TM joint에 sclerosis가 생길 정도로 심한 하품과 함께 이내 곯아 떨어지게

만드는 게 나에겐 서양 사극이다. 여간해서 영화관에서는 자는 편이 아닌 나를 유일하게 자게 만든 영화가 "오만과 편견"이었으니 말

다했다. 근데 여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은 '3시간' 짜리 '서양 사극'이다. 그런 내가 이걸 봤다. 

 

일단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재미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 울리는 헨델의 '사라방드'는 배리 린든의 비극적인 결말을 계속

암시하며 깔아준다. 사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비극적일 것이라는 복선을 깔다못해 아예 intermission 후 '비극적 결말'이라고 자막

이 뜨기까지 한다. 근데 이게 무슨 효과일까? 결말이 비극적일 걸 알면서 보는 영화라 주인공의 삶의 여정이 왠지 더 씁쓸하게 느껴진달까? 

결코 '선역'이라고는 할 수 없는 주인공에게 관객들의 감정을 묘하게 이입시킨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자신의 삶

과도 대입시켜 볼 수 있게 만드는 주인공의 삶과 그걸 아주 섬세하게 이입시키는 감독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글재주가 없어 뭐라고 멋지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주인공이 잘못했고 그래서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등을 돌렸고 그리고 그렇게 돼 마땅하다고 머리

속으로 이해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왠지 좀 서글퍼지게 만드는 암튼 그런 거.. "저게 나라면.." 뭐 이런 느낌.. 그리고 등을 돌린 저 가정교사

가 그 사람이라면.. 뭐 이런 대입. 주인공의 아내가 내 아내라면.. 그런 거. y'am sayin?

 

거참 주인공 배리 린든 마냥 꼴리는 대로 살면 얼마나 좋겠냐먄 꼴리는 대로 살다가 인생 꼴려버린다는 걸 잔잔하게 보여주는 큐브릭 감독

의 깊은 조예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아참, 헨델의 사라방드 못지않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마치 르누아르의 그것

같은 서양 인상파 화폭을 연상시키는 화면이다. cg 이용해서 이런 화면으로 만들라고 해도 거 힘들지 않을까. 쩝 모르겠다.

 

p.s. 이 영화 나오고 사람들이 뭐냐고 지루하다고 난리치니까 대중성으로 방향을 돌려 만든 작품이 "샤이닝"이란다. 후덜덜

 

p.2. 주인공 라이언 오닐이 알(고 봤)더니 "러브 스토리"의 그 우수어린 눈빛의 남자 주인공이더(구만). 근데 이분 재작년엔 아들 폭행,

작년엔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는(구만). 거 실제로도 참 배리 린든같이 사시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