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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마더] (2009)

tunikut 2009. 6. 19. 00:01

** 스포일러 없습니다. 읽으셔도 안전합니다.  

 

일단은 간만에 영화 포스팅을 하게 돼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감개무량하다. 영화 얘기 쓸 때가 어떨 땐 음악 포스팅하는 거보다

더 재미난다. 아쉽게도 "천사와 악마"에 밀려 "박쥐"를 보지 못했다. 아직까지 박찬욱 감독에 대한 내 마지막 이미지는 "싸이보그

지만 괜찮아"의 악몽같은 기억에 고착돼 있다. "박쥐"를 보고 나서 여기에 포스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 올라올 수 있는 자격

이 됐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봉준호 감독. 난 어쩌면 이 분도 나처럼 심각한 강박증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어디선가

봤는데 정말 '디테일의 황제'.. 아주 사소할 수 있을 만한 영화적 장치도 보다 리얼하게 꾸며내는 재주.. 이건 정말 분명 재주다.

누구든지 이런 상황에선 이런 일들, 이런 상황들이 생기게 될 수 있겠다고 그 일을 보여주고 나면 깨닫게 돼지만 "괴물"에서 박해일

이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다가 뜨거운 증기가 호흡기로 들어가 캑캑거리는 장면이나 이 영화에서 변기통을 붙잡고 토하는 김혜자씨

머리로 변기 커버가 떨어지는 장면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의 "옵세"한 스타일은 이제 정말 그만의 개성으로 봐도 되겠지 싶다.

한편 영화 자체로 들어가본다면 무엇보다 식상할 것 같은 소재와 식상한 제목을 가지고 이렇게 극도의 스릴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관객의 호기심을 끝까지 이끌어가는 테크닉에 다시금 찬사를 보내고 싶다. 정말 대단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렇지.." 하다

가도 "왜 그랬지?" 이러다가도 "혹시 그건가?" 이러다가 "아님 이건가?" 이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결말.. 막연하지 않고

분명하게 완결되어 끝나는 스토리이지만 어딘가 한 구석 여운과 의심의 여지를 남겨두는 기법들.. 꼼꼼하면서 세심하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한 인물들의 행동, 말투, 정황들.. 하하 거참. 김혜자씨의 연기야 두말하면 잔소리라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난 그 이상 야릇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한 원빈의 연기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음직하다고 생각한다.

 

암튼 결론.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잘 만든 영화!" 박찬욱 감독이 극단적이고 불친절하다면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에게

acceptable하게 보여준다는 것. "괴물" 보다는 "살인의 추억"에 가까운, "살인의 추억"을 추억할 수 있는 영화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