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Brown Eyed Girls [Sound-G] (2009, Neganetwork)

tunikut 2009. 9. 29. 14:14

 

난 요새 심신이 아주 지쳐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찍은 게 다 틀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답 사이로 요리조리 비켜가기도

쉽지 않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써놓는 독백들은 대체적으로 우울함과 분노인 경우가 많다는 걸

보면 역시 삶이라는 게 만만치는 않나보다. 역시 세상에 만만한 건 없다. 아니, 기분이 좋거나 좋은 일이 있거나 하면 블로그나

미니홈피질을 않할래나? 내가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게 분명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손가인씨만 빼고 모두 산다라박과 동갑이다. 그만큼 연륜이 있다는 뜻인데 하이텔 검은소리 시절부터 있었던

엠씨 미료가 이렇게 대성해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게 뿌듯하기만 하다. 오랫만에 케이비엠에 쓰는 글인데 뭔소릴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요새 계속 공부에 시험에 스트레스에 음악도 케이비엠과 전혀 상관 없는 것들만 돌리고 하다보니 막상 여기에다가 글을

써보려니까 오랫만에 뵌 큰아버지와 단둘이 밥상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질에도 disuse atrophy가 있나 보다. 아니

어쩌면 세상 모든 게 다 실은 use it, or lose it인듯. 브아걸은 사실 원래 잔잔한 발라드 그룹으로 시작한 걸로 아는데 미료씨의 역량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가리온 등과 협연한 적도 있고 여타 걸그룹들과는 확실히 다른 아우라를 느끼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서

그 동안 쭉 관심있게 지켜봐왔었는데 (난 브아걸의 인기가 그렇게 많은지 어떻게 알았냐면 논산훈련소에서 주말에 성당엘 갔는데

거기서 미사 시작 전에 훈련병들 관심 집중시키느라 걸그룹 뮤비를 틀어주는데 소시 원걸 쥬얼리를 제치고 브아걸 나올 때 애들

환호성이 제일 컸었다는..) 신곡이 나왔다길래 티비 가요프로 보다가 캔디맨과 아브라카다브라를 연속으로 듣고 완전 대박이라고

느끼게 된거다. YG를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아내 앞에선 열심히 투에니원의 음악에 맞춰 호응을 보여줘야했지만 은근 슬쩍 내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나르샤와 가인의 시건방춤이 떠나가질 않으니 그게 참 문제였다. 심지어 한살박이 딸도 아돈케어에서는 열심

히 허리를 돌려가며 춤을 추는데 아브라카다브라가 나오면 관심을 꺼버리고 심지어는 울기까지 하니 내가 어떻게 집 안에서 브아걸

을 찬양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 앨범을 두고 섹시 컨셉으로 승부하려고 한다는 게 중론인 듯 한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그게 아니고 일렉트로니카와 인디

컬쳐를 대대적으로 수용한 기특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디제이 지누의 말도 안되는 업템포 그루브 아브라카다브라나 '국내

최초의 드럼앤베이스 아티스트' 세인트바이너리의 드럼엔베이스를 벗어 던진 파워 브레익이 실로 대단한 캔디맨 같은 곡들은 곡

자체의 완성도로 봤을 땐 현 '메인스트림가요'씬에서 대적할 만한 곡은 단연코 없겠다. 그 뿐인가, 세인트바이너리가 드럼엔베이스

를 안하더라도 Haihm씨가 "이상한 일"에서 투드르닥닥 달려주고 있으며 워낙에 저명하신 딥하우스 프로듀서인 east4A (솔로 vinyl

도 출반하셨심)가 만든 "Moody Night"의 묘하리 스윙감도는 여섯박자 비트에 마치 80년대 나미씨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레트로적

느낌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무디 나잇의 미료 부분 벌스를 두고 또 롸잇 라운드 얘길 들먹거리는데 이 비트에 랩해

봐라, 그런 플로우가 안나오나. 쥐디야 확실히 참고했다고 난 생각해도)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윤일상씨의 매우가요 느낌 드는

곡들 (그렇다고 윤일상씨의 곡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분위기 파악이 안됐다는 거지, "인연"이나 "해변의 여인" 난 무척

대단한 곡들이라 생각한다.)은 전체적인 흐름을 해치는 느낌이 도는 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음반 시장 불황에 보너스 씨디로

DJ Cloud (오와!), 지누, 하임, 후랙탈, 전자맨, 이스트포에이 등이 브아걸의 기존 히트곡들을 리믹스해논 걸 실은 것만 봐도 이

앨범이 그냥 대충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겠다.

 

점점 가요씬이 발전해가는 느낌이 들어 흡족한 게 사실이고 그런 느낌은 이번 브아걸의 신보에서 제일 크게 느껴질 수 있겠다.

유명 기획사가 아님에도 꾸준히 노력하며 발전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에 계속 박수를 쳐주고 싶고 다음에는 미료씨가 좀더 입김을

내서 힙합퍼들 - 프로듀서나 엠씨들과 제대로 함 작업해서 멋진 가요 앨범을 들고 나와보면 어떨까 기대해본다. 브아걸 기획사

사장님, 일렉트로니카도 물론 환영입니다만 요새 대세는 블랙 뮤직이걸랑요? 미료씨 통하면 인맥 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