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2NE1 [2009 The First Mini Album] (2009, YG)

tunikut 2009. 8. 18. 09:45

 

그저 잡다한 단상들.. 음악에 대한 관심이라는 건 나이와는 역시 상관이 없음이 극명하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노래방엘 가면 엄마 아빠는 흘러간 옛가요를 부르셨다. 난 이 때부터 생각한 게 내가 나중에 자식들이 생겨서 같이 노래방

가면 흘러간 노래를 부르겠지? 하는 거였다. 나한텐 중요한 화두였다. 근데 몇년후 어느날 내 딸이 나에게 "아빠, 밥 딜런

이나 폴 앵카가 더 좋지 않아?" 뭐 이런 날도 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그래 나이와 음악은 상관성이 없는 거다. 취향인

것이다. 근데 내 아내나 나나 (특히 내 아내는 나보다 더 심하다) '최신 가요'들을 좋아하는 편이므로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 취향 따라오려면 부지런히 음악 들어야 한다. 근데 나이 들어서 늙게 안보이려고 억지로 헤어스타일도 양아치

처럼 하고 옷도 젊게 입으려고 안달복달하는 걸 보면 진짜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짜 못보는 게 가끔씩 티비에

나오는 '젊게 사는 아줌마' 해서 억지로 막 젊어보이려고 하는 거.. 겉으로는 나이에 걸맞게, 중후하게, 그리고 마인드만

젊게 그렇게 살자. (근데 지금 뭔소리 하는 거?)

 

난 그저 2NE1의 노래들이나 외모나 컨셉이나 등등 모든 게 좋았고 이 앨범은 내가 최초로 '구입'한 아이돌 앨범이라는 것. 

물론 아직도 각종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에선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뭐가 리얼이냐 아니냐에 논쟁이 있지만

사실 뭐 이것도 다 '그때 그 시절'로 넘어갈 얘기들이다. 나이가 좀 더 들면 관대해지기 마련. 나 역시 10년 전 블렉스 게시판

에서 양현석을 무지하게 씹었었지만 ㅋㅋ. 아니 대체 힙합과 랩, 후리스타일에 대한 기본도 안돼있는 놈이 무슨 힙합을

한다고 나와! 막 그랬는데 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의 성품이 어쨋든 저쨋든) 양현석씨만큼 '소울과 흑인음악'이라는

틀을 죽도록 고수하며 오늘날 국내가요씬을 그 아이덴티티 그대로 장악했다는 걸 본다면 어찌보면 국내 대중 음악씬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개인적으론 서태지보다 더)임에 틀림 없지 싶다.

 

확실히 완전한 세대 교체를 이룬 듯한 국내 가요계의 작곡가 진영 - 거기에 YG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 은 이효리의

유고걸과 헤이 미스터 빅, 엄정화의 디스코, 원더걸스의 소핫,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그리고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를

탄생시켰으며 여기 여성 랩퍼의 톤을 완벽하게 갖춘 C.L.과 본토의 그것과 맞먹는, 마치 퍼기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소울

보컬을 구사하는 박봄을 필두로 끼로 똘똘 뭉친 재기발랄한 공민지양과 얼굴마담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프론트우먼 산다라

박의 라인업 2NE1의 데뷔작은 바로 그 정점에 위치해 있다. "Fire"와 "In The Club"에서 지속적으로 울려퍼지는 고의적으로

강조된 지직거리는 전자음을 듣다보면, 뽕끼 풍부한 티아라의 "거짓말"과 2NE1의 음악들이 왜 다르게 평가받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며 "I Don't Care"의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뇌쇠적인 멜로디를 듣다보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왜

이들에게 밀려야했는지 (힌트: 작곡가가 누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중고딩 때 듣던 가요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였다. 그 후 H.O.T.부터 시작된 지리멸렬한 댄스 그룹들이 난장을 치던

'잃어버린 10년'이 끝났다. (근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뽕끼를 들고 나온 티아라같은 그룹도 있다. 때가 어느 땐데)

이젠 우리가 어릴 때 좋아하던 JINU, Teddy, Kush, Saintbinary 같은 뮤지션들이 가요를 쓰고 있다. 이 얼마나 고무적인가?

 

p.s.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후크송'의 원조는 언니네 이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