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Wynton Marsalis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tentiary] (2007)

tunikut 2009. 9. 28. 13:13

 

1.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tentiary

2. Find Me 

3. Doin' (Y)our Thing 

4. Love And Broken Hearts 

5. Supercapitalism 

6. These Are Those Soulful Days

7. Where Y'all At?

 

 

 

 

 

 

 

 

 

  "윈튼 마살리스는 훌륭한 트럼펫터이자, 매우 멋진 친구입니다. 단지 정신이 나갔을 뿐이죠."

                                                                                               -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


  푸하.. 마일즈 데이비스께서 저런 발언을 한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닌 듯 합니다. 자존심 강한 마일즈가 자신보다

윈튼에게 더더욱 프로모션을 빠방하게 하는 콜럼비아 레코드의 꼴을 두고 볼 수 없었겠지요.. 암튼 윈튼 마살리스

는 재즈의 역사를 1965년까지만 한정시키는 그의 주장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지지자

도 많은 반면 그만큼 안티도 많은 분이십니다. 근데 그가 이렇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해요. 그의 출생 배경을 보면

말입니다. 재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음악 선생님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인 어머니 사이에서, 역시나 훌륭한 뮤지션 형제들인 브랜포드 마살리스나 델피요 마살리스와의 피드백을 통해 성장

했으니.. 아, 부모로부터 음악 이론과 역사 빠방하게 주워듣겠다, 집 밖에만 나가면 온통 길거리가 다 재즈니.. 음악

이론 배우고, 6살부터 동네에서 트럼펫 불고, 뉴올리언즈가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니 '아 정말 난 재즈의

정수가 뭔질 알겠어 아..' 뭐 이런 자부심 가득한 생각 들지 않겠어요? 그런 확고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그의 사상

을 놓고 너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분도 계셔야죠.


그럼 그의 음악은 어떨까요? 뭐 솔직히 말해 저도 그의 음반을 사서 많이 들은 사람이 아니라서 뭐라고 자신있게

규정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의 초기 명반 중 하나로 불리는 "Black Codes (From The Undergound)"만 들어

봐도 현란한 트럼펫 솔로에 불규칙한 리듬감과 변칙적인 속도감이 주는 느낌이 뭐랄까요.. 스윙에 반기를 든 뉴욕 클럽

안에서 치열하게 연주된 비밥의 원류에 가깝다고 하면 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포스트밥이라고 하나요?)

여하튼 그의 솔로 트럼펫 연주는 당대 최고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테크니컬한 측면을 떠나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음악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게 제가 이 분을 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윈튼 마살리스는 어떻게 보면 등장부터 '애늙은이' 같았는데 이후에도 보면 '연주도 잘하면서 생각도 많은'

- '체육도 잘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엄친아적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그에게 퓰리쳐상

의 영예를 안겨준 94년작 "Blood on The Fields"나 2004년작 "Unforgettable Blackness"에서 보여준 지속적인

사회 문제와 인종 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 오늘 들고 나온 2007년작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

tentiary"에서 그 화두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교도소까지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tentiary"

 

  잠깐 위로 올라가서 앨범 표지를 봅시다. 포스가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 윈튼 마살리스의 자화상은 아닙니다 -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의 "Moanin'"이나 Mos Def의 "Black on Both Sides"와 더불어 흑인만

의 강력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자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회심의 역작'이라는 평을 받은 이 앨범은

저한테도 제대로 꽂혀버렸는데요, 원래 보통 재즈 앨범들에 대한 AMG의 평가들은 예전 음반들에 높은 별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AMG의 평가를 믿는 편은 아니예요) 최근작인 이 앨범에 'AMG Picks'까지 붙이는 경우는

참으로 이례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자켓이 주는 이미지도 그렇지만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정치-인종 의식은

앨범 전체를 애워싸는 주된 테마입니다. 누가 들어도 곧장 이것이 '채찍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임을 바로 알 수 있는

Ali Jackson, Jr.의 드럼 소리를 시작으로 동명 타이틀곡이 문을 열고 있으며 앨범 전체에 보컬로 참여한 Jennifer

Sanon이 '찢겨져나간 사람들을 본다'라는 마치 그 옛날 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을 연상시키는 가사들을

읊조립니다. 라이브에서야 기교섞인 즉흥 연주로 빛을 발하는 윈튼 마살리스는 약간 뒤로 물러나 보컬을 서포트하면

서 적절한 타이밍맞추어 현란하지 않은 솔로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이 앨범이 '연주 앨범'이 아닌 '테마 앨범'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리듬'이예요. 그렇다고 오리지널 스윙 재즈나 하드밥과 같은 리듬감 혹은 스윙감이 돈다는 뜻은 아니구요, 앨범은 시종일관 침울한 정서에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감을

만들면서 Dan Nimmer의 피아노가 오묘한 그루브감을 선사합니다. 심지어 fast swing 넘버인 "Supercapitalism"

에서는 드럼앤베이스의 그것마저 느끼게 해주네요. 또한 이 앨범을 들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들 공감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Where Y'all At?"이 주는 의외성이랄까요? 꽤 화가난 목소리에 윈튼 마살리스 본인이 직접 랩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임이 섞인 poetry slamming을 하면서 현재 미국 사회의 모순에 대해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심지어 현재의 힙합씬에 대한 비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심지어 랩 게임도 비판의

메세지를 담았었지. 그렇지만 이젠 전부 죽이는 짓거리나 기형적인 것들만 얘기하고 있네!" <- 멋지지 않아여?

그러면서도 "Where Y'all At"을 제창하는 후렴구에서는 흥겨운 그루브감도 느낄 수 있답니다.


  자, 지루하시죠? 정리할께요. 밑에 제가 제시한 12개의 criteria 가운데 4가지 이상에 해당하신다면 이 앨범을

구매하셔도 돈이 아깝지 않으실 겁니다.


1. 힙합을 좋아한다.

2. 재즈도 좋아한다.

3. 동부 힙합을 좋아한다.

4. 퓨젼, 스무드, 콘템포러리 재즈보다는 스윙-밥 계열의 재즈를 더 좋아한다.

5. 오리지널한 것에 관심이 많다.

6. 인종 문제에 관심이 있다.

7. 아프로-어메리칸 컬쳐에 관심이 있다.

8.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인상깊게 봤다.

9. Nas의 'Hip Hop Is Dead'와 'Untitled' 앨범의 메세지에 공감한다.

10. 재즈 악기들 중 특히 트럼펫과 피아노 소리가 좋다.

11. 힙합, 훵크와는 또 다른 재즈만의 리듬감을 사랑한다.

12. 윈튼 마살리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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