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Hieroglyphics [3rd Eye Vision] (1998, Hiero Imperium)

tunikut 2009. 8. 26. 13:18

 

01. Intro

02. You Never Knew

03. All Things

04. Casual

05. The Who

06. Dune Methane

07. Phesto D

08. At The Helm

09. The Last one

10. Tajai

11. Oakland Blackouts

12. Mics Of The Roundtable

13. See Delight

14. Pep Love

15. Off The Record

16. A-Plus

17. After Dark

18. Opio

19. No Nuts

20. Del

21. one Life one Love

22. Miles To The Sun

 

 

  하이어로글리픽스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게 들릴지 몰라도 Del Tha Funkee Homosapien이라는 이름은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이나 Automator, Damon Alban의 행동거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아마도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Del은 잘 아시다시피 Ice Cube의 동생이죠. 아이스 큐브와 마찬가지로 90년대 초반부터 본토씬에서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했는데요, 갱스터적이었던 형과는 달리 언더정신 충반한 가사와 재지한 사운드를 추구했었습니다.

그 밖에는 Automator, Kid Koala와 함께 Deltron 3030이라는 프로젝트를, 블러의 데이먼 알반이 주도한 Gorillaz 프로

젝트에도 참여했었군요. 그러면서도 메인스트림씬에는 그닥 이름을 알리지 않았던 걸 보면 그 역시 꽤나 독고다이적

이지 않나 싶어요. 본토 언더씬에서 차지하는 그의 굵직한 네임 밸류에 비해 국내에서는 (언더) 힙합 꽤나 듣는다는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Del Tha Funkee Homosapien이라는 이름은 그닥 큰 형님 대접은 잘 못받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참고로 최근 Del은 Def Jux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호오)


  그런 그가 거의 리더격으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동네 친구들 모아서 결성한 그룹(이라기 보다는 크루)이 바로

Hieroglyphics 하이어로글리픽스입니다. 우탱 클랜 잘 아실 겁니다. 본토 힙합씬에 존재하는 크루 중에 제일 유명하고

인기도 많죠. 초창기 앨범들에서 RZA가 만들어내는 로우한 비트에 멤버들의 하드코어한 랩이 절정을 이루면서 각자의

솔로 앨범 발매와 함께 지금의 유명세를 타게 됐죠. 근데 제 생각엔 (요샌 우팸 소속 프로듀서들도 많이 있지만) 우탱의

약점 중에 하나는 RZA를 제외하고 그다지 프로듀싱엔 별로 관심들이 없어보인다는 겁니다. 제가 왜 뜬금없이 우탱

얘기를 했냐면요, 바로 이들 하이어로글리픽스의 데뷔 앨범인 본작을 들으면서 몇번이고 입이 벌어졌다 닫혔기 때문

입니다. "아니, 얘네들처럼 멤버들 죄다 랩하고 프로듀싱도 각각 개성 있게 맛깔나게 만드는 collective 있음 나와보라

그래" <- 뭐 이런 말이 막 혼자서 튀어나왔다니까요. 엠씨/프로듀서 Del을 주축으로 메인 프로듀서인 Domino와 Jay-Biz

(현재는 탈퇴), 프로듀서이자 엠씨들인 Opio, A-Plus, Casual, Phesto-D, 그리고 전문 엠씨들인 Pep Love와 Tajai의

9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위에서 처럼 9명 중 7명이 모두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근데 더

재미있는 건 세상에 각자 개성들도 충만하다는 거예요. Del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일종의 공식과 같은 묵직한 베이스

리듬과 재지한 샘플들을 이용한 비트를 들려준다면 메인 프로듀서인 Domino는 비슷하지만 보다 약간 훵키한 스타일로,

Casual은 록적이고 몽환적인 편이라면 Jay-Biz는 소울풀하거나 올드스쿨적인 느낌이 강하더군요. 랩톤 역시 누가 들어

도 바로 "우와 목소리 좋고 랩 진짜 동글동글하게 잘하네" 느낌이 확 오는 Del부터 - 본 앨범에 수록된 "At The Helm"

한번 들어보세요. 동네 세살배기가 들어도 "우와 랩 잘하네" 이럴 겁니다 - 마치 국내씬의 넋업샨의 목소리가 연상되는

Pep Love, 하이톤의 Opio, A-Plus, 굵직한 톤의 Tajai, Casual 등 구색 다양하게 포진돼 있습니다. 게다가 단조롭게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 벌스씩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 구절씩 번갈아가며 대화체로 정신없이 랩이 맞물려서 정말

시너지 효과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재기발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랩계의 퀜틴 타란티노라고나 할까요? 또한 간간히

Jay-Biz가 스크래칭도 곁들여주는데요, 이 정도면 "엔터 더 우탱"만 최고가 아니라 이들의 데뷔 앨범도 꽤나 들어줌직

하다고 하겠습니다. MC 몽이 있었던 피플 크루가 모든 힙합의 4요소를 표현하노라고 강조했는데 이 정도라면 춤만

안췄지 힙합의 진짜 배기들은 피플 크루가 아니라 바로 하이어로글리픽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들은 데뷔작인

본작에 이어 2003년에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구요 이후엔 멤버마다 믹스테잎 등의 활동과 그룹으로서는 컴필

레이션 앨범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리할께요. 본토 크루들을 놓고 당신이 선택해야 할 기로에 있습니다. 둔탁하고 로우한 비트에 하드코어적인 살벌한

랩들을 듣고 싶다면? 대답은 우탱 초창기 앨범들이겠죠. 전형적인 뉴욕 브레이크에 바이닐 샘플이 어우러진 트래디셔널

한 걸 원한다면? D.I.T.C. 크루를 선택하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재기발랄하고 인터액티브 하며 훵키하고 재지한 언더

그라운드 크루를 찾는다면? 정답은 Hieroglyphics입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6778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