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Darren Price [Under The Flightpath] (1997, NovaMute)

tunikut 2009. 7. 6. 10:40


  

01. Airspace

02. Lose No Time

03. Things Change

04. Blueprints

05. Counterpoint

06. Intermission

07. Long Haul 747

08. Phizz

09. Over And Out

 

  

  음악을 듣다보면 점차적으로 느끼게 되는 점이 음악은 역시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감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겁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사운드 자체에 주목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면 노랫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그 이상 되면 그 음악이 주는 '감성' 혹은 '메세지'까지 느낄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학창 시절 지금은 폐간된 영국 잡지인 muzik지를 애독했던 저는 댄스 뮤직을 하위 장르별로 '구분' 짓는 걸 매우 사랑했는데 아마도 OCD스런 제 성격 탓도 크다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음악 장르는 몰라도 유독 댄스 뮤직에 있어선 매우 엄격하게 분류하고 잣대를 들이대는 편인데 누가 보면 대체 뭐하는 짓이냐 음악이지 음학이냐 뭐 이런 소리까지 들을 수도 있을 듯 싶어요.


  암튼 간에 썰을 좀 풀어볼께요. 댄스뮤직의 가장 핵심 요소는? 물론 비트입니다. 여기서 bpm 따위를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 제너럴해집시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놓고 구분해보라고 했을 때 일단 귀에 딱 들어오는 리듬감만 놓고 crude하게 구분해본다면 누구나 힙합/브레익비트 (쿵쿵짝) - 포온더플로어 (뚝치뚝치) - 레게/덥 (음떡음떡) 이렇게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여기서 다시 들어가봅시다. 힙합/브레익비트는 이미 그 비트 자체가 하나의 장르죠. (여기에 대해선 추후에 또 이야기할 때가 있을 듯) 레게/덥도 그냥 그 비트가 그 장르입니다. 문제는 가운데 '뚝치딱치'로 대표되는, 클럽 플로어에서 가장 많이 울려퍼지는 이 비트는 그 자체가 장르가 아닙니다. 여기엔 대표적인 댄스뮤직 삼총사가 있지요. 다들 잘 아시는 테크노-하우스-트랜스가 그들입니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나 하드 하우스, 딥 하우스는 이 삼총사의 변종일 뿐이라는 건 잘 아실 거구요..) 자, 그럼 이 댄스뮤직 삼총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가봅시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가장 큰 핵심은 '비트'만으로는 이들 셋을 구분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럼 뭘까요? 빙고! 그래요 역시 사운드죠. 근데 이 사운드적인 측면은 그냥 들어봐야 알지 어떻게 지면상으로 그 특징들을 구분 지어 describe하기는 너무 너무 어렵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리고자 하는 건? 그래요,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감성'이라는 측면으로 돌아가볼께요. 이 세 장르들은 각각의 감성이 너무나 다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성이란 그 음악 장르가 태동하기 시작한 배경과 문화, 그 음악을 향유한 사람들을 통틀어서 그 장르가 '추구하는 어떤 것'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할께요. 하우스는 매인스트림 디스코 음악의 영향을 받아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모인 다양한 인종, 동성애자들이 어우러져 태동된 문화입니다. 즉 그러다보니 끈적끈적하고 소울풀한 느낌에 '모두가 하나되자'는 바빌론적 이상을 추구하는 음악이라는 거죠. '하우스'라는 단일 공간에서 ‘하나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트랜스. 단어 의미 자체로 봐도 뭔가 환각적이고 LSD적이고 hallucinogenic하지 않나요? 바로 그겁니다. 사람들끼리 뒤섞여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땀 범벅돼 dehydration을 유발하는 몽환적인 음악. 그게 트랜스죠. 그러니 듣다보면 자꾸 빨려들게 되고 중독성이 강해지죠. 요새 유럽 클럽씬에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이 바로 이 트랜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90년대 후반에는 하우스가 대세였죠. 쩝.) 자 이제 마지막 선수. 테크노. 테크노는 어딜 가나 하우스나 트랜스에 밀려 클러버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음악은 못됩니다. 그보다 좀 더 매니아적이고 정적이라는 뜻인데.. 테크노는 말 그대로 technologic합니다. 뭔가 지적이고, 자연 친화적이고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탐미적이고.. 뭐 그런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시면 될 꺼 같아요. 마치 애들 정신없이 노는데 니들은 놀아라 난 공부할래 뭐 이런 느낌? 결국 앰비언트나 IDM 등의 장르들도 역시 이 테크노에서 같이 파생된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우스가 시카고에서 태동했고 트랜스는 유럽(독일)에서 등장했으며 테크노가 디트로이트에서 탄생했다는 지리적 배경만 봐도 뭔가 감이 오지 않습니까? (아아 물론 크라프르베르크까지 올라가서 독일 아니냐고 하면 전 이렇게 대답할랩니다. 크라프트베르크는 모던 댄스뮤직 전반의 시작점이지 '테크노'라는 specific한 하위 장르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긴 좀 껄쩍찌근하다는 것. 심지어 크라프트베르크는 힙합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서 또 '테크노'라는 단어의 협의와 광의에 대한 논의까지 나올 듯 싶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Art Of Noise나 Cabaret Voltaire까지 나와야되는데 쩝.) 암튼! 


  이제 잡소리 집어치우고 앨범 얘길 좀 합시다. 본작은 Darren Price라는 뮤지션의 데뷔작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아티스트 앨범'입니다. 이 분하면 많은 사람들이 잘 아시다시피 '언더월드의 라이브 디제이'로 유명한데 참 정말 언더월드와 이 분 사이의 우정은 어찌나 돈독한지 제가 이 앨범을 구입할 당시였던 97년에도 그런 수식어가 붙어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수식어를 달고 있네요? 이 정도면 언더월드의 번외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이 앨범.. 이 앨범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씨디들 중에서도 특히나 뭐랄까.. 유니크함, 내지는 어떤 무게감이 느껴지는 앨범이예요. 이 앨범.. 만일 정말 제대로된, 군더더기와 기름끼 쫙 뺀 완전 순수 "퓨어 테크노"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집어 드시기 바랍니다. 첫곡 "Airspace"의 오프닝을 듣는 순간부터 호올스와 목캔디를 동시에 빨고 있는 목구멍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하다못해 '청아'한 건반음과 적당히 미니멀하며 앨범 구석구석 시기 적절하게 빠질 때 빠지고 들어갈 때 제대로 달려주는 비트들이 굉장한 만족감을 드릴 겁니다. 원론적인 것 말고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만일 여러분이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의 엔딩에서 차를 몰고 달리는 빌 풀만의 모습과 함께 울리는 비트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아니 좀 더 대중적인 영화라면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울리는 전반적인 스코어가 마음에 들었다면, 여러분은 이미 '테크노'의 팬이나 다름 없고 그 이야기인 즉슨 미스터 대런 프라이스의 본작 역시 여러분의 훼이버릿 음반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된다는 뜻이란 얘기입니다.


p.s. 지난 5월 30일 대런 프라이스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전 애 보느라 못갔어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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