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Flipper's Guitar [Doctor Head's World Tower] (1991, Universal)

tunikut 2009. 7. 24. 16:14

 

 

 

01. Dolphin Song        

02. Groove Tube      

03. Aquamarine      

04. Going Zero      

05. (Spending Bubble Hour In Your) Sleep Machine      

06. Winnie-The-Pooh Mugcup Collection      

07. The Quizmaster      

08. Blue Shinin' Quick Star      

09. The World Tower 

 

 

 

 

 

  여러분, 혹시 스매싱 펌킨스 좋아하십니까? 빌리 코건의 허스키하면서도 뭔가 중성적인 비음.. 캬~ 매력적이죠.

그럼 혹시 스웨이드도 좋아하세요? 브렛 앤더슨의 성정체성 모호한 코맹맹이 보컬.. 아 당장 스웨이드 씨디를 꺼내서

듣고 싶네요. 음.. 그렇다면 오아시스도 좋아하세요? 덥수룩한 장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연신 탬버린을 흔들면서

거들먹거리면서 노래하는 리암 갤러거의 모습이 카리즈마틱하시다구요? 맞아요 맞아요. 혹시 샬라탄스나 스톤 로지즈

도 좋아하시겠죠 그럼? 팀 버제스의 느끼스런 몸짓에 댄서블한 키보드 멜로디.. 물론 뭐 이언 브라운도 마찬가지죠.

자아.. 여러분. 지금 제가 열거한 밴드나 아티스트들 이전에 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중독적이고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모두 갖춘 밴드가 있었다는 걸 아십니까? 그것도 이웃나라 일본에요. 오늘 말씀드리는 플리퍼스 기타가 바로 그들

입니다.


  플리퍼스 기타.. 뭐 아시는 분들은 너무나도 잘 아시는 밴드죠. 지금은 Cornelius로 너무나도 유명한 케이고

오야마다의 전신 밴드.. 그렇게 제일 잘 알려져 있고, 좀 더 나아가면 피치카도 화이브와 더불어 양대 '시부야케이의

원조'로 홍보되어지는 밴드예요. 밴드 구성은 1집 때는 다른 멤버들이 있었지만 금방 다 나가고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은 케이고 오야마다와 리드 기타와 백보컬을 담당한 오자와 겐지의 2인조로 구성된 밴드였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포스팅을 통해 꼭 당부드리고 싶은 은 플리퍼스 기타가 '시부야케이의 원조'라고 해서 요사이 흔히 언급

되던 시퀀싱 만발하는 '시부야케이'를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얘깁니다. 이들의 음악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생각

엔 글쎄요.. 그냥 비틀즈와 비치 보이즈의 스타일이 혼합돼 난무하며 여기에 맨체스터 사운드를 입힌 형태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 물론 오늘 들고 나온 3집 앨범은 좀 다르긴 합니다만) 여러 인터뷰 등에서도 이들이 항상 밝혔듯

이 이들은 그저 비틀즈와 비치 보이즈가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 스타일 뿐만 아니라 초창기 뮤직비디오 등을

봐도 그렇죠. 그것도 그냥 일본 자국 내 밴드가 아닌, 전세계적인 '팝' 스타가 되고 싶었던 거죠. 근데 이들의 음악

이나 라이브 등을 가만히 보면 정말 정말 대단한 게 뭐냐면 오자와 겐지가 열심히 기타를 치고 백킹 보컬을 하면 그

옆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썬글라스를 낀채 탬버린을 들고 비음 섞인 톤으로 노래를 부르며 건들

거리는 사람이 바로 케이고 오야마다였다는 겁니다. 물론 그 뒤에선 댄서블하고 멜로디컬한 키보드 라인이 '맨체스터

사운드'임을 증명하고 있었구요. 근데 문제는 바로 '시기'입니다. 이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진짜배기

맨체스터 사운드 밴드는 그저 해피 먼데이즈 뿐이였다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면 오늘날 우리가 대표적인 맨체스터

사운드 밴드로 꼽는 스톤 로지즈의 경우 이들의 데뷔 앨범과 같은 해 발표됐고 (그러니 오자와 겐지와 케이고 오야

마다가 당시 영국씬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스톤 로지즈와 더불어 동시대 같은 문화를 누렸다고 보는 게 타당

하겠죠.) 심지어 샬라탄스 UK 같은 경우는 플리퍼스 기타보다 늦게 데뷔했으니까요. 뭐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스매싱

펌킨스나 스웨이드, 오아시스는 플리퍼스 기타의 후배격인 셈이니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리암 갤러거가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스테이지 매너가 실은 케이고 오야마다가 이미 몇년 전부터 써먹었다는 셈이 된다고 보면 좀 재미있지

않나요? 아니 그냥 재미있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이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도 좀 들죠? 여하튼 이언 브라운

과 케이고 오야마다는 선후배할 것 없이 친구 먹어도 된다는 뜻이라구요.


  오늘 들고 나온 앨범은 이들의 3집이자 유작인 "Doctor Head's World Tower"입니다. 이들은 사실 데뷔작이 유명

하죠. 위에 제가 길게 썰을 푼 내용들이 사실은 데뷔 앨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거니까요. 근데 여러 플리퍼스 기타의

팬들도 인정하듯이 마지막 정규작인 이 앨범은 소위 '변화와 실험'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예의 비틀즈 +

비치 보이즈 + 맨체스터의 형태에서 진화했다고 할까요? 자 앨범을 돌려봅시다. 푸하.. 인트로에서는 여전히 비치

보이스에 대한 오마쥬군요. 명곡 "God only Knows"의 인트로를 완전 그대로 샘플링해서 가져왔어요. 음, 근데

이윽고 나오는 첫곡부터 밝고 명랑한 기존의 사운드보다는 뭔가 약간 포크스러우면서 좀 차분하고 우울하기도

하네요? "Groove Tube"는 시작부가 무슨 '다크 도깨비 스윙 댄스 서커스' 분위기로 몰면서 댄서블하게 전개되더니

"Aquamarine"의 이 농도 짙은 노이즈감과 드림팝은 대체 뭐랍니까. 게다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인)

"Winnie The Pooh Mugcup Collection"은 완전 제대로 달려주는 신나는 70년대 스타일 록큰롤입니다. 아아. 게다가

앨범 군데군데 울려퍼지는 브레익비트와 샘플링까지.. 이거 뭐 플리퍼스 기타가 이미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거쳐서 이것저것 다해먹어버렸네요. 이러니 모던록 열혈 키드들이 플리퍼스 기타를 deeply respect 않할 수 없겠죠?

 

p.s. 무인도에 어떤 앨범 가져갈래라고 묻는 게 제일 웃기다고 생각해요. 누구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다, 누구는 나스의 일매릭이다.. 뭐 그러는데 아니 세상에 무인도에 달랑 한 장만 갖고 가면 어떻게 그것만 주구

장창 들어요? 차라리 아무 것도 안듣고 말지.. 플리퍼스 기타의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야 이거 너무 좋아서 무인도에

하나만 가져가라면 이걸 들고 갈까'라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좀 웃기더군요.


p.s. 2 "야, 저 순하고 얌전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오자와 겐지가 얼마나 성격이 드럽고 시니컬한지 알어?" 꿈속에서

누가 이런 소릴 해서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깬 일화도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59099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