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The Future Sound Of London [Lifeforms] (1994, Astralwerks/Virgin)

tunikut 2009. 9. 11. 12:39

 

Disc 1


Cascade

Ill Flower

Flak

Bird Wings

Dead Skin Cells

Lifeforms

Eggshell

Among Myselves


Disc 2


Domain

Spineless Jelly

Interstat

Vertical Pig

Cerebral

Life Form Ends

Vit

Omnipresence

Room 208

Elaborate Burn

Little Brother

 

  확실히 제 생각에 우리가 흔히 "일렉트로니카"라고 부르는 음악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자면 "플로어용"과

"감상용"이지 싶습니다. 전자가 그야 말로 '댄스 뮤직'이라면, 후자에 속하는 음악들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굉장히 힘든 스타일들이 많은데 그 영역에는 흔히 말하는 다운템포/칠아웃이나 앰비언트를 지나 재즈나 뉴에이지

영역까지 매우 방대해지기 때문이죠. 브라이언 더건스(Brian Dougans)와 개리 코베인(Gary Cobain)으로 이루어진

영국 듀오 FSOL은 바로 이런 감상용 일렉트로닉 뮤직의 정점에 자리잡은 팀입니다. 유럽의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는

트랜스-하우스씬에서 뮤지션들이 열심히 12인치 싱글들을 찍어내고 디제이들이 파티에서 열심히 돌리는 원시적인

방법을 택하는 반면, 테크노-IDM-앰비언트씬의 뮤지션들은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는데

최근 이들 FSOL의 행보를 보면 라디오를 이용한 원격 라이브 믹스라던지 mp3 다운로드와 같은 디지털라이즈드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어 확실히 '노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좀 더 오따꾸적이죠.'


  본 앨범은 "Accelerator", "ISDN"에 이은 이들의 세번째 정규작이자 더블 앨범이자 '가장 FSOL다운 앨범'으로 평가

받는 작품인데 별 생각 없이 '일렉트로닉 앨범이겠지'하는 생각으로 씨디 플레이어를 돌리면 몇분 내에 잠이 들어버리

거나 꺼버릴 수 있는 위험한 작품입니다. 누군가는 이 앨범을 하루에 한 곡씩 들어야 비로소 다 들을 수 있는 앨범

이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했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생각보다 러닝타임은 그다지 길지 않아요.) 왜냐면 앨범을 듣다

보면 특별한 트랙 구분없이 그냥 쭈욱 전체가 이어진 하나의 곡처럼 진행되는데, '일렉트로니카'라기 보단 뭐랄까요..

그냥 하나의 '자연 음악'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고 할까요? 앨범 타이틀처럼 "생명"과 "자연" 등을 기본 테마로 잡고

매우 섬세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 이펙트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김창완씨가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에게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이런 게 사실은 다 음악이거든요"라고 말한 그 기본 정신을 그대로 살린

앨범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새가 날개를 푸득거리는 소리.. 개 짓는 소리 등의 효과음과 함께 얕은 바닷물속

바위에 달라 붙은 미세한 말미잘이 촉수를 벌리는 그 순간을 묘사한 듯한 건반 멜로디 등은 이 앨범이 얼마나 확실한

테마와 작가주의를 내포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이런 식이면 아마도 이 앨범의 대다수의

소비층일 댄스 뮤직팬들이 확실히 등을 돌리겠지만 "Cascade", "Flak", "Dead Skin Cells", "Lifeforms", "Vertical

Pig", "Vit" 등과 같은 트랙에서 적당한 정도의 비트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 그럼 끝으로 이 앨범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볼께요. 일단 자장가용으론 그만입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이

앨범을 즐기자는 거지 자자는 뜻은 아니므로 다음, 이어폰을 꽂고 길거리에서 듣는다? 안됩니다! 귀에 안들어올 게

뻔하니까요. 차라리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어여쁜 아가씨가 더 먼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다음,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며 차창밖을 보면서 듣는다? 삐~익. 역시 안됩니다. Pat Metheny의 음악은 그게 적당할 지 몰라도 이 앨범을 그렇게

듣다보면 두세번째 트랙에서 옆사람이 창문에 얼굴을 대고 침을 흘리고 있는 당신을 깨울 게 뻔하기 때문이죠. 거참,

그럼 어떻게 들을까요... 정답은? 운전하면서 들으십시요. 그것도 숲이나 개울이 흐르는 자연 경관이 펼쳐진 시골

도로면 딱입니다. 운전하면서 산과 들과 시냇물과 새와 바람과 개와 소와 말을 보면서 드라이브 하며 이 앨범을 들읍

시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명반' 대열에 올리며 FSOL의 최고작으로 평가하는지 그 진수

를 알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 물론 이 앨범을 듣기 위해 운전 면허를 취득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말입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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