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우진희 [Love Story] (2009, Dream Box)

tunikut 2009. 3. 26. 11:54

 

[문제제기 1]

 

대한민국에서 가장 생소한 음악 장르는? 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먹히는 음악은?

 

정답: 알앤비/소울

 

무슨 말이냐고? 태양의 "나만 바라봐"는 뭐고 휘성, 거미, 빅마마는 뭐냐고? 자자 진정하고 그래, 딱 거기까지자나. 또 있어? 아.. 태완..

태완이 떴니?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잠깐' 회자됐지 떴어? 자, 그럼 또 분석해보자. "나만 바라봐"가 인기를 끈 이유가 곡이 좋아서 일까..

아니면 '빅뱅'이라는 네임 밸류와 태양의 비쥬얼적인 측면일까? 물론 흑인음악 애호가들은 곡을 좋아했지만 대다수의 대중들은 후자

때문 아냐? 그럼 일단 태양은 알앤비 때문에 뜬 게 아닌거 맞지? 자, 다음. 휘성이 뜬 이유는?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가 좋아서? 그래 맞아.

파워풀한 창법? 그래 맞아. 근데 휘성이 제대로 맘먹고 '알앤비'를 들고 나온 3집은 제일 못떴지? YG를 벗어나서 나온 5집은 (이전의

인기에 비하면) 거의 망한 수준이었지. 그래서 휘성이 아, 안되겠다. 역시 흑인음악을 해야겠다라고 해서 내논 싱글들이 떴니? 그냥

'회자'됐을 뿐이지.. 결국 휘성은 알앤비 때문에 뜬 가수는 아닌 거 맞지? 자 또 다음. 거미, 빅마마. 이들이 제대로 떴다고는 볼 수 없지.

그저 '한시적'이었고 심지어 빅마마는 이제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지. 지금 국내 가요씬에서 알앤비를 부르는 가수가 있나? 대답은 노.

내 말에 논리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위에 써논 말들이 죄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도 이상 열거한 아티스트들 모두가 YG라는 거대한 기획사

의 서포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라는 점엔 모두 동의할 거야.

 

여태까지 메인스트림씬을 얘기했다면 자 이제 언더그라운드를 보자. 힙합플레야-리드머-디씨트라이브로 대표되는 커뮤니티에서 논의

되는 내용들의 90% 이상은 모두 '힙합'이다. 대한민국의 '언더그라운드 흑인음악 =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닌 게

맞고 나오는 앨범들도 죄다 힙합이지. 솔직히 이 정도면 난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봐도

된다고 생각해. 근데 제길 문제는 '알앤비씬'이라는 게 없다는 거야. 지금 당장 생각나는 언더그라운드 알앤비 뮤지션을 대보라면? 얼른

생각나는 현역으로는 소울맨, 조현아, 샛별.. 정도? 그것도 모두들 그저 힙합곡들의 휘쳐링으로만 존재하는.. 그 밖에 예전에 소울사이어티,

파워플라워, 러브티케이오, 최근의 올댓 등과 같은 팀들이 있었지만.. (대중은 당연히 말고) 매니아들 사이에서 조차도 떴니? 대답은 노.
내가 정말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가수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분들이 김동희씨와 Sol Flower야. 이들이 데뷔 당시

들려줬던 음악은 그야 말로 serious한 (= 장난 아닌) 소울이었거든. 김동희씨 같은 경우는 거의 재즈였어. 근데 김동희씨가 발표한 데뷔

싱글이나 Sol Flower의 두번째 싱글은 모두들 알다시피 원래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대다수 버리고 나왔지. 그런데도 못떴어. 이거

뭐 이래도 못뜨고 저래도 못뜬다.

 

자, 그럼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이 척박한 땅에서 알앤비는 뭐야 대체! 이거 뭐 거의 '전위 음악' 수준 아냐! (UMC 톤으로)

 

[문제제기 2]

 

현재 우리나라 대중 가요씬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보자. 빅뱅-소녀시대-원더걸스로 대표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어리다. 다음,

팀이다. 그 다음, 춤을 춘다. 마지막, 예능 프로에 나온다. <- 자 이게 현 국내 가요씬에서 성공할 수 있는 4대 요소라고 할 수 있지. 이 네

가지 요소를 만족시키지 않는데도 비교적 성공했다라고 할 수 있는 케이스는 김종국과 백지영이 유이하다. (물론 신승훈이나 서태지 등과

같은 '레전드'에 대한 논의는 예외야. you know why.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두고 봤을 때 말야.) 그렇담 이 4대 요소를 만족시키지 않더

라도 우리나라에서 '대중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뭐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내 결론은 빌보드와 같은 '공신력 높은

차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보다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음악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미권과

일본의 음악씬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어. 미국에는 빌보드 차트가 있고 영국에는 BBC 라디오가 있으며 일본에는 오리콘 차트가

있지. 근데 우리나라엔 모두 없다. 우리나라엔 그저 "인터넷"만 있어. 그러다보니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하는 가수들은 자신의 음악들을

알릴 기회 조차 없는 거지. 획기적인 뭔가가 없으면 어려워요. 위에 김종국과 백지영을 언급했지만 이들 역시 과거엔 '댄스 가수'였음을

기억하지? 그래서 차트와 라디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거야. '가요'도 subdivision이 필요하고 대중들은 그에 맞춰 음악을 선택할 수 있어

야 해. 하하.. 거 참. 근데 내가 말하면서도 왜 이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원.. 이번에 유인촌 문화부 장관께서 공신력 갖춘

음악 차트를 만든다고 하시는데 대충 만들면 안만드니만 못하고 분야 전문가들과 애호가, 매니아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만들어야

할텐데 과연 그에게 그런 융통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야 젠장. (Deegie 톤으로)

 

자자..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원래의 내 문체와 함께) 우진희씨의 새 싱글로 돌아와보자. 결국 우진희씨 새 싱글에 대한 포스팅을 하려

다가 뭐 이상한 잡담만 늘어놨는데.. 근데 사실 우진희씨의 새 싱글에 대한 내 감상평이 바로 위에 내가 써놓은 것들이다. 즉 이 9년만에

발표한 '세 곡' 짜리 싱글을 들으면서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괴롭혔다는 말이다. 그럼 머리 쥐어뜯지 말고 음악을 들어

보자. 이 싱글에 실린 세 곡의 스타일은 모두 어덜트 컨템포러리/발라드/팝이며 가스펠과 포크, 알앤비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또한 1집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직접 쓴 노랫말들과 전혀 녹슬지 않은 풍부한 성량의 진득한 소울 보컬도 여전하며 사운드 역시 1집에서처럼 세련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것저것 제쳐두고라도 (예전에 본 블로그에 쓴 1집 포스팅 때 밑에 달렸던 100여개의 댓글들을 생각한다면) 참

진짜 '눈물나게 반갑다.'

 

근데 1집의 "In A Rain Of Tears" (곡의 절정부에서 "you are my soul!!!"을 외치는 그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안다.)나 "Memory"에서와

같은 끈적끈적한 사운드에 곁들여진 파워풀한 소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9년 만에 발표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달랑 세 곡 밖에

실려있지 않다. 바로 이 두 가지 사항 때문에 전자에서 '문제제기 1'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후자에서 '문제제기 2'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좋아. 그래. 흑인 음악? 소울? 알앤비? 다 필요 없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해본다. 이렇게 정리하자. 그녀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90년대 발라드의 느낌이 많이 난다. 흔히들 "뽕끼 발라드"라고 비아냥 거려서 표현하는데 그걸 "코리안 소울"이라고

표현한다면 어떨까? 나미의 "슬픈 인연", 최연제의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조갑경의 "바보같은 미소",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

하수빈의 "더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 등등.. 무슨 분위기인지 알거다. 자, 모두 다양하게 음악을 듣자. 그리고 바로 이 "코리안 소울"에

관심을 갖자.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히 "우진희"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기억하자.

    
 

 

** With great appreciation and respect to 'herself', promise local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