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NODO [The Rose] (2008, Blind Alley)

tunikut 2009. 3. 9. 11:37

 

맛있는 짬뽕을 후루룩 쩝쩝 맛있게 먹다가 그 안에서 나온 홍합 껍데기가 홍합이 아니고 바퀴벌레 등짝이라고 생각해보라. 그 이후로

다시는 짬뽕, 특히 홍합 들어간 짬뽕은 먹고 싶지 않을 거다. 나의 경우엔 아직까지 짬뽕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경험은 없지만 2006년에

발매됐던 rama의 "STG is the future"를 듣던 중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한참 잘 듣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느닷없이 떼거지

로 연달아서 '충격적인 병맛'을 안겨준 엠씨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바로 '노도'였고 그 '충격적인 병맛'을 경험한 이후 그럭저럭 괜찮은
퀄리티의 믹스테잎이었으나 도저히 다시 꺼내 듣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자, 나에게 노도는 그런 존재다. 다시 마주치고 싶지않은 음악. 그다지 포토제닉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외모임에도 줄기차게 자신의 음반

에 얼굴을 올리는 - 이 앨범의 부클릿에는 모든 페이지 페이지마다 그의 얼굴이 나온다 - 모습도 제대로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그가 현재 국내 힙합씬에서 가장 큰 화두인 OVC의 멤버로서 재등장했다. 근데 우리들은 그가 OVC임에도 그의 음악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것같다. 프로듀서임에도 다른 (OVC 멤버를 포함한) 엠씨들이 그의 곡을 별로 받는 것 같지 않다. 그의 목소리가 휘쳐링으로

들어간 곡에서도 거의 임팩트를 찾아볼 수 없거나 (노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휘쳐링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아.. 도대체 왜 우리들은 그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일단 가장 최근작인 본작을 통해 왜 그런지 좀 따져보자. 그래도 본작이

OVC 멤버로서 야심차게 발표한 결과물이고 참여진도 화려하고 무엇보다 최근작이니 아무래도 음악적으로는 가장 성숙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지 않겠나? 자 표지를 보자. 어둡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의 '얼굴'이 또 있다. 이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어두움'

이다. 자, 여기서 잠깐. 우리가 어떤 음악을 평가할 때는 시기적 혹은 시대적 상황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즉 과거엔 좋은 게 지금은 후지고

과거에 후진 게 지금은 좋을 수 있다는 거다. 일단 앨범 전체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비트들은 장엄함-어두움-비장함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이미지인데 이것들은 이미 90년대 후반 한국힙합씬에서 써먹을 대로 써먹고 단물 쪽쪽 빨린 것들이다. 즉 '도프'(이 표현도 90년대식

표현이지?)하고 '비장'(90년대 QB지?)한 비트들이 꽤 매력적이긴 하지만 지금 와서 '좋다'고 느껴지기는 힘든 법이다. 게다가 "Don't Go

Home"에서의 비장한 사운드에 여자 꼬시는 내용이라니.. 언발란스함도 거참 어느 정도지. 그리고 또 하나. 나에게 '충격적인 병맛'을

안겨줬던 그의 랩. 솔직히 잘하고 못하고 스킬 이런 것 보다는 노도랩의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성량'이다. 그의 랩톤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epigastric discomfort를 느낄 수 있다. 가슴이 답답.. 마치 500미터 달리기 하면서 군고구마 먹고 물 안마신 느낌.. 그가 역주행한다

고만 볼 수 없는 라이밍과 플로우를 구사하면서도 그의 랩이 아마츄어처럼 들리는 이유는 내 생각에 바로 '성량'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다.

 

Having said that, 대체 어떻게 오버클래스에 들어갔고 왜 아직까지 오버클래스에 남아있는지 궁금할 따름.

플러스! "Black Way"나 "Blind Alley (Soloist Remix)"의 프로듀싱은 맘에 듦. 따라서 그냥 dj freek으로 다시가주신다면 더욱 괜찮은

음악적 커리어를 쌓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

 

p.s. 아 요새 너무 달렸다.. 이제 당분간 좀 입닥치자.

 

** special thanx to ssab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