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Gehrith Isle [King Dubby] (2008, Salon 01)

tunikut 2009. 2. 23. 23:33

 

 

당신은 게리스 아일을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왜 좋아하는가? 목소리가 유니크해서? 랩스타일이 특이해서? 근데 그걸 계속 들을 수 있는가? 너무 개성이 강한 건 금방 시들어버리지 않나? 그렇다면 게리스 아일이 들려주는 음악에 금방 싫증을 느낄 것 아닌가? 벌써부터 '못들어주겠다'고 하는 이들도 나오던데? 처음에 그의 목소리가 몇몇 곡들에서 정말 '충격적'인 휘쳐링을 들려주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열광했고 너무 기대된다 너무 좋다 그러다가 도대체 뭣때문에 게리스 아일을 좋아하는지 이유도 대지 못하고 어느새 '못들어 주겠다'고 한다. 게리스 아일의 랩을 들으면서 평소 말할 때 그의 목소리가 어떤지 궁금했다면 이 믹스테잎의 트랙 1과 트랙 2를 들어보면 의외로 낭랑한 목소리의 그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뭔가.

 

먼저 그가 지금까지 휘쳐링을 통해서만 보여줬지 자신만의 결과물은 없었기 때문에 이 믹스테잎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는 점에 주목하자. 내가 이 믹스테잎을 가만히 들으면서 느낀 점은 그는 그저 '목소리 이상하고 랩 특이하게 하는 엠씨'로 평가돼선 절대 안된다는 거였다. 오히려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 그 나름대로의 뚜렷한 테마를 보여주는 작가에 가깝다. 약간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특이하지 않고 그저 평범했더라도 그의 음악 자체는 청자에게 지금과 똑같은 효과를 줬었을 거라는 얘기다. (You know what I mean.) 인트로의 '탄생-언어의 시작-어린 시절-인생'으로 연결되는, 그의 fragile하면서 전위적인 나레이션은 그 만의 작가주의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대중음악이라기 보다는 실험음악에 더 가까운 곡 내부의 구성에서도 그만의 세련됨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King Dubby"와 같은 트랙에서 비트에 맞춰 랩을 하다가 갑자기 슬로우 다운하면서 굵직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나오는 그런 설정들.. 이 믹스테잎은 그가 진정 '자신의 음악'은 어떤 건지 보여준 첫번째 결과물이며 이 앨범을 듣고 나면 '그렇다면 난 게리스 아일을 왜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다시 하자면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내가 게리스 아일 취향인가 아닌가'를 감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뜻도 되며 휘쳐링으로 잠깐 잠깐 들을 때가 아닌, 주구장창 그의 랩을 계속 들을 때 힘들어할 것인가 즐길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의대생들 중 누구나 한번은 정신과를 생각하지만 실제 정신과 병동 실습을 돌고 나면 정신과로 굳히는 사람과 완전히 rule out 해버리는 사람들이 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