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대야 현상 때문에 밤 늦도록 한강에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군중들 가운데 파묻혀 강변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며칠 전 밤
10시경에 원효대교서부터 서강대교까지 걸어갔다가 걸어온 적이 있는데 한 구석 무리에 젊은 여자애들이 조명을 켜놓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러고보니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옛날 생각이 난다. 종로 학원 재수 시절 자율
학습 땡땡이 치고 같은 반 친구놈들 3-4명이 같이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나와 강바람 쏘이며 바닥에 둘러 앉아 소주를 마신 적이
있다. 또 대학교 2학년 땐가 여의도 살던 친구놈 하나랑 이문동 사는 친구 하나랑 나랑 셋이 같이 서강대교 근처에 고수부지에 앉아서
밤새도록 맥주를 마신 기억도 난다. 원효대교 남단에서 북단쪽을 가만히 바라보니 저 다리 중간쯤에 '괴물'이 거꾸로 매달려 있을 것만
같았다.
2. 그날 밤에 한강변을 홀로 걸으면서 들었던 음악은 Sir Menelik AKA Cyclops 4000의 "Einstein Rosen Bridge"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앨범 발표 전에 싱글로 들었던 곡들인데 정말이지 El-P가 프로듀스한 "Gametime"은 언제 들어도 멋지고 DJ Spinna 프로듀스의
"Let's Build For A Sec" 역시 존나 사랑스럽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본토 언더그라운드 엠씨답다!
3. Sir Menelik의 앨범과 함께 최근에 eBay에서 구입한 Macgregor의 "Beat Camp Tactics" 앨범은 그야말로 진정 멋들어진 깔쌈 재즈
힙합이 뭔지를 깨닫게 해주는 - 진정 이건 깨달음이다 - 유익한 앨범이다. 멤버 모두 악기를 연주하는데 마치 프랑스 밴드 Hocus Pocus
와 같은 진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이들 모두 백인이라는 사실.. 하지만 음악 하나는 애시드 재즈-힙합이 섞인 훵키 뮤직
이다.
4. 2주 전에 일주일 휴가를 얻어서 부산도 갔다 오고 캐리비안 베이도 갔다 오고 했는데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뮤지컬을 본
일이다. 하나는 "페이스 오프"인데 백재현이 프로듀싱해서 인기를 끈 "루나틱" 이후의 작품으로 두 작품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 습관적
으로 마치 우리가 홍대나 이런 데서 공연보듯이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즐기는 부류들도 있을 것 같은데 난 솔직히 그렇게 연극이나 뮤지컬
을 즐기는 체질은 아니지만 간혹 가다 대학로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들은 직접 가서 보면 정말 신나고 재미있다. 누구도 다 아는
'라이어' 시리즈도 그랬는데 암튼 이번 "페이스 오프" 뮤지컬 역시 진짜 잼있게 봤다. 영화 페이스 오프와는 아무 상관 없다.
5. "페이스 오프" 보다 더 잼있게 본 뮤지컬은 "맘마미아". 휴가 기간 중에 참으로 많은 문화 생활을 즐겼는데 그 중에 하루 예술의
전당에서 한 '인상파 미술전'을 보러 간날.. 마침 "맘마미아" 표가 있길래 즉석으로 그 자리에서 관람했다. 참고로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인상파 미술전은 절대 가서 보지 말라. 완전 짝퉁이라고 보면 된다. 모네 그림 하나 볼 만 하고 세잔 그림 달랑 1장.. 마네 그림 판화
로 2-3개.. 그 정도다. 차라리 피카소 미술전을 봐라. 이건 꽤 볼 만 하다. 암튼 맘마미아를 참 잼있게 봤는데 보고 나서 마치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쫄래쫄래 쫓아 가서 보고 감동 받아 상상의 꿈을 키우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됐다. 아바의 음악을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 난 아바의 음반 1장 없다 - 이 뮤지컬은 아바의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뭐 그렇게 여기서 캐릭터나 내용에
대해 구구절절 리뷰할 생각은 없다. 내 전공도 아니고
6. 심심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데 내용 참 재미없다. 인정한다. 항상 '이것저것' 시리즈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앞에는 와라락
내용이 많다가 점점 갈 수록 내용이 짧아지는 건.. 아마도 나의 심성을 대변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처음 보고는 호감을
가지는 편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나에게서 실망하는 것 처럼..
7. 왜 또 센치해질라 그래! 기운 차리고.. 얼마 전에 안들으면 지나가는 개한테도 혼난다는 Miles Davis의 "Kind Of Blue" 앨범을 사서
들어봤다. 사실 재즈 초보자가 들을 때 이 재즈나 저 재즈나 다 비슷하면서도 어렵게 들리게 마련이다. 내가 재즈를 시작한 음반이 John
Coltrane이고 Thelonious Monk인데 사실 이들은 약간 '이단아'적인 평을 받는지라 그다지 '이것이 재즈다'라는 느낌을 깊게 받지는
못했는데 만일 나같은 느낌을 받고 재즈 음악에 그다지 흥미가 별로라는 생각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Miles Davis의 "Kind
Of Blue"를 들어보시기 바란다. 첫 곡 "So What"의 도입부에서부터 가슴이 쫘아아~악 저 서울의 밤도시속으로 깔리면서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튕기며 장단을 맞추고 왼 손에는 위스키 한 잔을 들고 싶을 심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재즈다'
8. Interlude
10. 앗싸! 8월 19일 싸이 썸머스탠드 공연 보러 간다아~!~!
2006/08/10 (목)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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