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다 돼서 늦은 시각에 퇴근을 했다. 집에 오면서 지하철 안에서 위에 보이는 두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Herbie Hancock은 주로 퓨젼이나 재즈 훵크로 더 유명하지만 마일즈 데이비스와의 작업을 통해 초창기 음악은 주로 비밥/포스트밥
을 했는데 그 당시의 그의 최대 명반 중 하나가 이 앨범이다. 첫 곡 "Maiden Voyage"를 들으면서 허비의 피아노 소리도 물론 좋지만
특히 Freddie Hubbard의 트럼펫 소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말고도 많은 것 같은데 이 아련한 - 난 특히 트럼펫 소리에
무지하게 마음이 흔들린다. Stone Temple Pilots의 "Adhesive" 들을 당시부터 말이다 - 트럼펫 소리는 분명 그 옛날 남부 흑인 노예들
이 일터에서 잠시 쉬던 사이에 해지는 언덕에서 삽을 들고 땀을 닦으며 저 먼 붉은 선셋 하늘을 바라보며 그 주위에서 울렸을 것 같다.
그 당시 남부 흑인들도 '아.. 이 소리를 영원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을 것같다. 나 역시 이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소르라치는 공포심마저 느꼈다. 헉.. 만일.. 만일.. 내가 이 소리를 영영 들을 수 없게 되면 어쩌지.. 라는 공포감
말이다. 세상이 바뀌어서 영영 이런 음악을 못듣는 사회가 되던지 내가 귀머거리가 된다면..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며 슬퍼진다. 그렇게
되면 먼 옛날 내 귓가에 울려퍼지던 Freddie Hubbard의 그 트럼펫 소리를 그저.. 추억하면서 그저 되내이면서 살게 된다면.. 정말 생각
하기도 싫다. 며칠 전에 몇가지 절판된 국내 힙합 앨범들 쇼핑을 하러 종로 일대를 잠시 뒤졌는데 정말 놀란 것이 종로 4가부터 종각에
올 때까지 음반점은 딱 두 군데, 그것도 세운상가 주변에서만 본 게 전부라는 거다. 종각에 있던 뮤직랜드도 없어져버렸고, 그 옆에 있던
타워레코드도 - 그러고 보니 강남역 타워레코드도 없어지고 이 브랜드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것 같다 - 없어진 것 같다.
옛날에 그래도 영풍문고 지하에 꽤 그럴싸한 레코드점이 있었는데.. 난 허겁지겁 영풍문고를 들어가 봤더니 지하 음반점은 사라진 것 같고
입구에 아주 조그맣게 부스처럼 마련해서 팔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래.. 이렇게 우리나라 음악 시장은 죽어가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정말.. 계속 이런 식이 돼간다면 어쩌면 정말로, 세상에서 영영 음악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옛날에 귓가에 흐르던 정겨운 색소폰 소리, 기타 소리, 트럼펫 소리, 신디사이저 소리를 영영 들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소리가
있었어.. 라고 회상하기만 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The Quiett의 "Music"에서 "음악은 내 삶, 마음 속의 휘파람"이라는 개코의 반복된
울림이 더더욱 나의 이런 기분을 씁쓸하게 해주었다. 대방역에서 내려 원효대교까지 걸어오면서 제법 머리결을 날리게 하는 찬 바람과 내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들도 한몫 했다.
2006/09/05 (화)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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