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이것저것 6

tunikut 2008. 12. 26. 14:53

 

1. 씨디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씨디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참 자식들 같이 하나 하나 애착이 많이 가는 건 비단 나만이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ABC순으로 꽂아 놨는데 사실 이 놈들 중에는 사놓기만 하고 제대로 듣지 않은 것들도 꽤 많아, 요새는 다시
맨 앞의 A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출퇴근길에 꺼내 듣고 있다. 그러던 중에 옛날에 샀을 때는 참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으니 무척 괜찮게 들은 음반이 두 장 있다. 하나는 Boss Hog의 셀프 타이틀 앨범.. Boss Hog은 뉴욕의 싸이코-아방 펑크
블루스 (블루스 펑크가 아니라 펑크 블루스다!) 뮤지션 Jon Spencer와 그의 아내인 Christina Martinez가 주축이 된 펑크 블루스
프로젝트. 첨에 들을 땐 뭐 이렇게 시끄러워.. 멜로디도 하나 없고.. 그래서 무시해 버렸는데 마침 며칠전 직장에서 스트레스
무지 받고 맥주 한잔 걸친 상태에서 들으니 이 음반이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더라. "You can dance with Boss Hog"이라는 표현이
참 맞다. 불규칙하고 시끄러운 노이즈 펑크 블루스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마치 힙합에서 느껴지는 '그루브'가 있다. (실제로 곡
중간에 엄하게 브레익비트가 나오기도 한다.) 또 좋게 들은 음반 하나는 Brand Nubian의 2집 [In God We Trust].. 메인 엠씨인
Grand Puba가 탈퇴한 이후의 소포모어 앨범인데 첨에 들을 때 당시 주로 QB 계열의 힙합을 좋아하던 당시라 네이티브-올드스쿨적
인 이들의 음악에 매력을 못 느꼈는데, 다시 들으니 마치 Hieroglyphics가 연상되는 훵키한 올드스쿨 분위기가 왓다다. 수록곡
중 "Allah U Akbar", "The Travel Jam", "Brand Nubian Rock The Set"은 강추다!
 

 

2. 파리에서 사온 앨범 세 장을 낱낱이 들어봤다. 뭐니뭐니 해도 이 중에 Hocus Pocus의 [73 Touches]는 정말 명반이다. 왜
국내 힙합팬들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지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세련된 재즈의 선율과 그루비한 브레익비트
및 스크래치, 그리고 불어 특유의 흘러가는 듯한 랩의 3박자는 정말 매력적이다! 꼭 구해서 들어보시길 바란다! 한편 프랑스
메인스트림 힙합씬에서 유명하다는 Sinik의 [Sang Froid] 음반은 좀 실망스럽다. 잠깐 들어본 Fonky Family나 Arsenik, 113 등
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참 '백인스럽다'는 거였는데 Sinik의 음악 역시 힙합의 그루브나 네이티브 텅의 느낌은 전혀
없고 웅장한 - 혹은 클래식컬하기까지한 - 사운드에 백인 스타일의 걸죽한 랩이 듣기 좀 뭐하다. Pete Rock/Primo를 좋아하는
국내 취향에 맞는 프랑스 힙합을 듣고 싶다면 Hocus Pocus를 들으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최고의 알앤비 뮤지션 -
'프랑스의 휘성', 최근 새 앨범도 냈다 - Matt의 [R&B 2 Rue] 앨범.. 이 앨범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한 앨범인데,
꼭 우리나라의 Trish Park 처럼 남자임에도 여성적인 보이스와 어반/소울의 멜로디가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 알앤비 앨범 하나를 꼽으라면 이 앨범을 꼽는 프랑스인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3. 3-4년 전에 한참 푹 빠져있었던 ebay.com에 다시금 스물스물 손이 가기 시작했다. 마치 북한이 핵무기를 몰래 준비한 것
처럼 ebay에 다시 아이디를 만들고 watching item에 현재 약 20개의 씨디들을 watching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 Ebay에 빠지면
집안 기둥 뽑힌다는데 조심해야겠다. 근데 ebay는 참 매력적인 것이 국내에서 절대 못하거나 구할 수 있더라도 2-3만원대의
고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음반들이 세상에 여기서는 1센트에 – 그러니까 운송비 약 6달러 정도만 부담하면 –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 좋아하던 시절에 국내에서는 하우스 음반을 예나 지금이나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참 많이도 샀다. 

 

 

4. 하우스 하니까 생각나는데 얏호! 내가 좋아하던 왕년의 하우스맨들의 프로덕션 앨범이 많이 발매가 됐다. 제일 놀란 건
세상에 시카고 하우스의 대부 Frankie Knuckles의 새 프로덕션 앨범이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90년대 초반 이후 절대로
없을 것 같았던 그의 신보가 2004년도에 발매가 된 것이다. (내가 한창 하우스에 관심 없을 무렵) 타이틀은 그 이름도 멋진
[A New Reality].. 음, 당장 이베이에서 살 꺼다! 그리고 Subliminal Sessions인지 뭔지 죽도록 믹스 앨범만 내고 솔로 앨범
절대 안낼 것 같았던 Erick Morillo가 2005년도에 [The 2 Sides of My World]라는 장장 3장 짜리 대작을 발표했다. 역시..
암튼 이것도 사야되고 마지막으로 제일 기쁜 건 우리의 S-Man Roger Sanchez 형님께서 [First Contact] (개인적으로 최고의
하우스 앨범 중에 하나로 생각) 이후 5년 만에 신작을 발매하신다는 소식이다! (정말 애타게 기다렸다..) 타이틀은 [Come
With Me].. 6월 27일 발매된다고 하니 얼른 또 이베이를 통해 구입을 알아봐야겠다! (우리나라에 절대 안들어 올거다)

 

 

5. 다빈치 코드에 필 받아 다 읽고 나서 댄 브라운의 데뷔 소설인 [디지털 포트리스]를 읽어봤다. 데뷔작이라 그다지 기대는
안했는데 새상에 다빈치 코드보다 더 재미있었다! 다빈치 코드가 주로 정적이면서 설명 중심인 것에 비해 이 소설은 정말이지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동적이다. 내 생각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천사와 악마”, “디셉션 포인트”도 읽어야…
 
6. 사실 내가 힙합을 듣게 된 시작은 Bone Thugs지만 본격적으로 이 음악에 매력을 느낀 건 역시 우탱이었다. 엔터 더 우탱..
그 이후로 난 우탱 각자의 솔로 앨범 및 소위 Wu-Tang-related 앨범들을 모았는데 – 그 중에는 RZA의 데뷔 싱글인 Prince
Rakeem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Ooh, I Love You Rakeem” 12인치도 있다 – 그러다보니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거의
모르고 몇 달간 우탱 관련 음악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래선 안되지.. 하고 우탱을 ‘끊고’ 그 때부터 이런 저런 힙합 앨범
들을 들었는데 그렇게 또 몇 년을 중구난방 듣다 보니 이제는 또 다시 우탱이 그리워진다.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건 RZA의
[The Birth Of A Prince]하고 Ghostface Killah의 [Fishscale] 앨범이다..
 
7. 아주 옛날에 한 때는 같은 모임에서 음악도 듣고 인사도 하고 했던 분들이 지금은 매우 유명한 이름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걸 가만히 보면 나는 지금 뭘하고 있나..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너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나는. 그 때를 추억
하고 내심 참 그리워지기도 한다. 쩝..
 
8. 90년대 초중반에 Stone Temple Pilots, Smashing Pumpkins, Alice In Chains, Liz Phair, Veruca Salt, Juliana Hatfield, L7
등의 음악을 주로 막 들으며 이상하게 The Verve, Morrissey, Charlatans, Ride, The Smiths, The Cure, Manics 같은 음악은 잘
안들어서 주위 지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돼서 전자쪽의 앨범들은 다 팔아버리고 다시 후자쪽의 앨범들을
사모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거 참..
 

 
9. Alice In Chains 하니까 얘기해보자면 사실 난 얼터너티브/모던록을 많이 듣던 당시 – 내가 Liz Phair라는 뮤지션을 알기 전
까지만 해도 – Alice In Chains의 광팬이었다. 이들의 모든 앨범을 사모으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오디오
에 “Junkhead”같은 곡을 이빠이 크게 틀어놓고 머리에 무스를 발라 Layne Staley처럼 넘기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가죽 자켓
을 걸치고 진공청소기 자루를 마이크 삼아 큰 소리로 따라부르기도 했다. 난 정말 그 때 내가 레인 스탤리인 줄 알았다.. 그랬던
그가 2002년 4월 5일, 정확히 커트 코베인이 죽은 날과 같은 날 서른 다섯의 나이로 사망했다.. 누구와도 연락을 끊어버리고 외딴
별장에서 칩거 생활을 하다가 극심한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는데 내 생각엔 아무래도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에서 심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난 곡이 있으니 바로 Alice In Chains의 1집에 수록된 “Love, Hate, Love”를 들어
보면 그의 절규에 가까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Junkhead”와 함께 Alice In Chains 최고로 꼽는 곡이다. 아..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10. 누구나 체제에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나, 그러기엔 체제가 너무 억압적이고 권위적이고 부조리로 가득하다. 저항한 자
에게 더욱더 거센 억압이 있는 것은 인정하겠으나 저항에 같이 동조했으나 그 저항이 실패하자 권위자의 밑에 붙어 저항한 자를
저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2006/06/17 (토)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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