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Tokyo Ska Paradise Orchestra 내한공연

tunikut 2008. 12. 24. 04:22

 

일시: 2007년 8월 5일 일요일 저녁 7시

장소: 광나루역 멜론 악스홀
 
사실 나는 이들의 팬이라고도 할 수 없고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한 곡도 들어보지 못했다. 당연히 이들의
CD 한 장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가만있자.. 97-98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모던록팬들 사이에서 일본 음악, 특히 테크노 뭐 그런 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던 시기
였는데 당시 PC 통신 하이텔이나 잡지 등을 통해 유명했던 아티스트가 Ken Ishii였고 그가 당시 발표한
싱글 중에 "Ken Ishii vs Tokyo Ska Paradise Orchestra - Extra/Rock Monster Strikes Back"이라는,
이름도 거창하고 타이틀만 들어도 얼른 듣고 싶게 만드는 놈이 있었으니.. (즉 도쿄 스카의 곡을 켄 이시이
가 리믹스하고, 켄 이시이의 곡을 도쿄 스카가 연주한..) 이 싱글 (물론 난 가지고 있지 않다)을 통해 이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거다. 그러고는 Ken Ishii에만 관심을 가지고 (July 2007 Roaming Play List를 보라)
이들에게는 관심을 툭 끊었는데 나만 관심을 끊었지 자국인 일본이나 국내 록팬들이나 멀리 유럽에서는
이들의 인기가 점점 상승하여 이제는 명실공히 '일본 최고의 국민 밴드' 중 하나의 위치에 서게 됐다.  
 
암튼 어쩌다 보니 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번에 나리따 공항에서 이들의 베스트 앨범과
BONNIE PINK의 베스트 앨범을 놓고 뭘 살까 거의 30분 동안 고민하다 결국 보니 핑크를 택했는데 후회
는 안되지만 이들을 택할 걸.. 하는 느낌도 든다.) 우연히 daum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운좋게 6명 중에
한 명으로 당첨되어 난 이들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공연 영상을 보니 무지하게 신나던데.. 막연한
기대감을 않고 지하철을 타고 광나루의 악스 홀로 향했다.
 
난 2층에 배정 받았는데 2층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대신 1층에는 사람들이 꽉 찼는데 웃긴 게 스탠딩
이 아니고 1층에도 좌석들이.. ㅋㅋ 아니 스카 공연에 왠 좌석.. 솔직히 좀 걱정됐다. 나와서 신나게 연주
하는데 다들 벌쭘하게 앉아 있으면 이분들이 얼마나 실망하실까.. 이날 관객들 중에는 내가 보기에
대부분 스카 자체의 팬보다는 스카 펑크/펑크록, 내지는 하드코어나 록계열의 팬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였다. 나같은 흑인음악/그루브팬의 입장에서 스카 공연을 접근하는 이는 별로 없었지.. 싶었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암튼 간에.. 국내 유일의 '퓨어 스카' 밴드인 Kingston Rudieska의 오프닝과 함께 공연은 문을 열었고
이윽고 무대를 꽉 채우는 Tokyo Ska Paradise Orchestra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열띤 함성으로 이들을
맞이해줬다. 난 성격이 희한해서 항상 공연을 가면 '호응이 좋아야할텐데..' 이런 걱정을 잘 한다.
암튼 그래서 참 다행이었는데 솔직히 처음 들어본 이들의 음악은 그야말로 '흥' 그 자체였다. 내 생각에
이들의 음악은 CD로 듣는 것보다 직접 라이브에서 느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는데 스카 라이브
라는 게.. 어떤 느낌이냐면 그 왜.. 아줌마 아저씨들이 강가에서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신나게 지루박춤
을 추는 광경을 순수한 마음으로 가만히 지켜보면 정말이지 '흥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딱 그런 느낌! 엉덩이 뒤로 빼고 약간 느끼하게 살랑살랑거리면서 양손을 위아래로 엇갈려 흔들면서
왔다갔다.. 하는 그.. 그루브도 아닌 묘한 그.. '흥' 말이다. (내가 알기로 서양인들이 말하는 '그루브'와
우리가 말하는 '흥'이 사전적으로는 유사한 의미로 알고 있는데 분명 거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음악은 그루브가 아니라 흥이었다.) 암튼 간에 멤버들 각자의 솔로 퍼포먼스를 포함해 정말이지
흥겨운 연주를 들려줬는데 다들 그렇게 느끼는 듯 싶었지만 훤칠한 키에 바리톤 색소폰을 연주하는
야나카 아츠시(? 맞나?)가 제일 인상적이었고, 선글라스를 끼고 유일하게 무표정으로 카리스마적인
'훅 보컬'을 들려준 멤버 (이름은 모르삼) 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또 개인적으로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좋아하다보니 트럼펫 주자 나르고의 뮤트 트럼펫 독주도 정말 좋았다. 내가 있던 2층 쪽은 구석쪽만
빼고 약간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1층 플로어의 청중들은 이들의 등장과 함께 일제히 스탠딩으로 돌변,
특유의 스카 댄스와 슬램을 곁들이며 이들의 연주에 '제대로 노는 모습'을 보여줘 이분들 역시 이런
호응도에 꽤 신나보였고 끝날 무렵에도 "오늘 관중들의 반응이 매우 인상적이다. 감사한다.."를
연발하며 "내년에 또 보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했으니, 이날 관객들의 공연 충성도는
10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
 
내 결론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최고'다. 무슨 '최고'라는 단어를 남발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암튼 복잡
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들은 최고의 라이브를 보여주고 들려줬다. 정말이지 '흥'이라는 게 뭔지를
온 몸으로, 온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들의 라이브를 반드시 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잘 모르던 이들을 라이브 공연으로 처음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게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당삼 이분들의 CD도 구입 예정이다. 

 

2007/08/09 (목)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