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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views

Cherry Filter 앵콜 콘서트 - Rock N' Roll 천하장사

tunikut 2008. 12. 24. 04:12

 

일시: 2006년 12월 30일 오후 7시
장소: 서울 장충체육관
 
사실 록음악은 나에게 있어 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장르다. 내가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게 중학교 3학년 때인데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헤비메틀/록으로 입문을 했으니 말이다. 암튼 요새는 뭐 힙합/재즈 그런 거 위주로 듣고 있는 상황이라 연말에 록 콘서트를 본다는 건 사실 최근의 나한테는 조금 안맞는 행동이지 싶다. 허나..
 
보컬 조유진(You Jeen), 기타 정우진(Woo Jin. J), 베이스 연윤근(YaenheaD), 드럼 손상혁(Son Star) 4인조로 구성된 록큰롤 그룹 체리 필터의 노래에 사족을 못쓰는 와이프 이들의 4대 히트곡 낭만고양이”, “달빛소년”, “오리날다”, “내게로와는 집사람의 노래방 단골 메뉴다 에게 연말에 기분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선뜻 선택한 공연이었고 나도 오랜만에 힙합, 알앤비 이런 거에서 벗어나 록 콘서트에 몸을 던져보고픈 마음에 지하철을 타고 장충체육관으로 향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장충체육관 특유의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오후 7가 약간 넘어서 그룹 티에라의 오프닝으로 공연은 시작했다. 2곡 정도를 부르고 티에라가 퇴장하자 하얀 커튼이 쳐지고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오리날다를 부르며 체리 필터의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뒤에서부터 철조망 울타리와 함께 서서히 전진하는 특수 장치 위에 서서 등장하던 보컬 조유진의 모습이 무척 카리스마틱해보였다. 미 모습은 흡사 록그룹 Alice In Chains“Again” 뮤직비디오를 연상케하기도 했다. 이윽고 주로 2-4집 사이의 곡들 위주로 여러 곡들을 들려줬는데 특이한 점은 곡 중간 중간의 멘트를 프론트우먼인 조유진보다는 대부분을 베이시스트 연윤근이 도맡아 한다는 거다. 사실 록그룹의 프론트맨(우먼)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조유진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단 말야) 5집 타이틀곡 “Happy Day”를 포함하여 몇 곡을 부르고 1부가 끝났음을 알리고 멤버들은 퇴장했다.
 
나를 포함한 관중들은 1부가 끝났으니 잠시 인터미션인가 보군이렇게 생각하며 화장실을 가려고 주섬주섬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안녕하세요 바비 킴입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말끔한 차림의 한 사내가 등장했는데 바비 킴의 깜짝 출연에 관중들의 환호는 엄청 났다. 솔로 2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파랑새를 감미롭게 부르면서 등장한 그는 이어서 자신과 함께 하는 그룹이 뭐냐고 관중들한테 질문을 던졌는데 여기에 부가 킹즈요라고 대답한 사람은 나와 와이프 둘밖에 없었다. (다들 힙합은 잘 안듣남) 암튼 간에 그룹을 소개하자 곧바로 무대 옆에서 간디와 주비가 나타났는데 난 화장실을 가려다 오줌을 지릴 듯이 기분이 좋았다. 최대 히트곡인 “Tic Tac Toe”를 포함해 두 곡을 불렀는데 오늘 공연의 주인이 체리 필터인지 부가 킹즈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관중들의 호응이 무척 뜨거웠다. 멤버들도 엄청난 호응에 뜻밖이면서도 기분이 좋았는지 관중들에게 파도 타기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윽고 꺼졌던 조명이 켜지고 다시 등장한 체리 필터는 곧바로 내게로와를 선보였는데 정말이지 이 곡에서 관중들의 호응은 최고였다. 나도 이 곡의 후렴을 몸을 펄쩍펄쩍 뛰며 따라불렀는데 오늘 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된 곡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낭만고양이는 열외로 한다) 보컬 조유진은 다소 수줍은 듯한 인상이 들었는데 멘트도 감질나게 아주 조끔조끔씩만 했다. 이들의 데뷔곡인 “Head-Up”을 들려줄 때는 밴드 스스로도 꽤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반면에 빨강, 노랑, 파랑의 망또를 걸치고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부르는 귀여운 센스도 보여주었다. 4집의 후속곡이었던 “Peace & Rock’n Roll”을 끝으로 퇴장 후 앵콜곡으로 조하문의 커버인 해야와 오늘의 이들을 존재하게 만든 곡 낭만고양이를 끝으로 공연이 끝이 났다. 마지막 곡인 낭만고양이는 단연코 체리 필터 공연을 찾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hot-rocking 트랙이었다.

오랜만에 본 록 공연이었고 또한 이들에 대해 나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 부부라 우리 부부가 이들의 팬이 된 데에는 또 가슴 시린 사연이 있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본 이들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오늘 공연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가장 큰 것은 청중들의 호응이 그다지 좋지는 못했다는 것. 지난 11월에 있었던 4집 발매 콘서트가 무척이나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베이시스트 연윤근오늘은 다소 힘든 공연이라는 멘트를 했고 몇몇 유명한 곡들 외에는 다소 관중들이 썰렁했던 게 사실. 그리고 또 하나는 곡 하나가 끝날 때마다 연주가 멈추고 조명이 꺼져 공연의 맥이 계속 끊겼다는 사실도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들자면 카메라 촬영 규제가 너무 심하여 몰래몰래 찍느라고 좋은 퀄리티의 공연 사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과 보컬 조유진이 우리쪽보다는 반대쪽을 쳐다보고 노래를 주로 부르더라는 것. ..
 
음 암튼.. 2006년이 개인적으로 힘든 한해였다는 보컬 조유진의 멘트가 자꾸만 잊혀지지 않는데 암튼 새해에는 활기차게 계속 rocking하는 체리 필터가 되길 빈다! 내가 좋아하는 몇안되는 국내 록그룹 중 하나가 아니던가. 다음에는 좀더 에너제틱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공연을 꼭 한번 더 보고 싶다 

 

2006/12/31 (일)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