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LoveLYn Romantic Party (Club Catch Light)

tunikut 2008. 12. 24. 04:06

 

일시: 2006년 12월 17 일요일 오후 5
장소: 홍대 앞 Club Catch Light
 
예전에 한번 내 블로그에 무슨 글을 쓰다가 린 공연 한번 봤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연말 시즌을 맞이하여 드디어 가까운 홍대 앞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집사람과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마침 어젯밤에 눈이 펑펑 내려 홍대 앞으로 가는 동안 아름다운 눈풍경을 볼 수 있어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난 아직도 눈이 쌓이면 걱정보다는 그저 좋기만 하다.)
 
이미 힙합 클러버들한테는 익숙한 홍대 앞 캐치라이트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사람들이 자기 입장 번호도 무시한채 지마음대로 줄서 있었으며 우리는 이미 난리 법석인 줄을 무시하고 그냥 입구에 서서 들어갈 때 묻어 들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스텝들의 부실한 움직임에서 입장 번호가 제대로 지켜지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공연장 입구에 오늘의 게스트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세상에 휘성, 거미도 있어서 이들의 팬인 우리는 더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밖에 민우, 화요비, 버블시스터즈의 영지 등도 있었다. 리허설이 늦어져서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있다가 5시 반이 다 돼서 입장하게 됐는데 다혈질팬 중 한사람은 오늘 삑사리만 나봐라라고 외치며 자위하기도 했다.
 
‘LoveLYn Romantic Party”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대 중앙에는 예쁜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놓여져 있었고 클럽 공연이지만 소극장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꽤 신경을 쓴 듯한 흔적이 보였다. 이윽고 감미로운 피아노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 Lyn 2층에서부터 또박또박 걸어내려오자 사람들이 그 얼굴좀 보려고 환호와 함께 고개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렸다. 오늘의 Lyn은 퇴장 후 재등장할 때 마다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첫등장은 무슨 백설공주에나 나올 법한 분홍색 롱치마 차림이었다. 실제로 본 그녀는 생각보다 늘씬한 몸매와 제법 작지 않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보다는 실제 얼굴이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약간 아줌마적인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프닝 곡이 끝나고 오늘 준비한 노래가 무지 많다는 멘트와 함께 같이 10까지 놀아보자! 라고 하자 관객들이 좋아했는데 9 신촌 메가박스에 영화를 예매해 놓은 우리는 그 말이 끝나자 서로를 마주보기도 했다. 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 그녀의 섹시하며 고혹적인 보이스가 매력적인 2집 수록곡 사막에서 꿈꾸다 3집의 어떡하라고를 부르며 한층 로맨틱한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빨간 드레스 차림의 ()화요비가 등장했다.
  
무대 위에서 서로를 보니 서로 되게 좋고 반가웠나보다. 거의 만담 수준의 다정한 대화가 청중들을 웃게 만들더니 이윽고 린이 퇴장하고 화요비 혼자 “My Funny Valentine”과 최대 히트곡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를 들려주었고 난 화요비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꽤 허스키하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 약간 촌스럽고 소박한 차림을 벗고 좀더 스타일리쉬하게 갈아 입고 나온 린은 자신의 히트곡 세 곡을 연이어 들려줬는데 김혜림의 리메이크인 날 위한 이별”, “인사그리고 보통 여자를 들려주면서 린은 노래 중간 중간 눈물을 짓기도 했다. 곡들이 끝나고 이중에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는데 린은 정말 노래를 부를 때 완전히 감정에 푹 빠지는 것 같았다. 멘트할 때는 무척 발랄하다못해 아줌마적이기까지 한 그녀도 노래를 부르면 감정 이입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때 거미도 자신의 노래에 감정을 많이 이입시키는 편인데 그 점에 대해선 린이 거미보다 한 수 위였다. 소울 보컬리스트의 목에서 나오는 그 깊은 톤은 바로 이러한 감정 이입에서 나옴을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느껴보라. 그녀만의 깊은 소울을.. 거미의 파워풀한 창법과는 달리 린의 그것에선 고혹적이며 상처입은 소울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청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린이 자신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게스트를 소개한다며 휘성!’을 외쳤다. 으아.. 이게 얼마만이니 휘성아.. 사실 여기 온 팬들은 린의 팬이 많지만 정작 나나 와이프는 린보다는 휘성의 팬이 아니더냐.. 이게 얼마만이지.. 그러니까 작년 봄에 있었던 단독 콘서트 후 활동을 접은 이후로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 보게 됐다. 그것도 장소가 클럽인지라 꽤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그동안 마음 고생을 좀 했는지 다소 푸석푸석하고 거칠게 변해 있었다. 오오오 그 등장만으로 청중들은 완전히 압도 당해 버린 듯 했다. 평소 공연장에서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별로 못마땅하게 생각해오던 와이프도 휘성이 나오니까 나보고 이 위치가 잘 보이니까 이 위치에서 찍으라며 강요하기도 했다. (여보.. 다음주에 빅4 콘서트 또 볼 거잖아.. 거기 휘성 또 나와.. -_-) 항간에 휘성이 레이블을 바꾸고 이제는 알앤비보다는 발라드에 치중하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가 들려준 첫곡 알 수 없는 팝송 은 이러한 소문을 한번에 잠식시키듯 이전보다도 더더욱 알앤비스러운 창법과 간지 넘치는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이윽고 영원한 송가 안되나요“With Me”를 메들리로 들려주고 퇴장하려 하자 청중들이 그를 그냥 놓아주지 않고 앵콜을 외쳤으며 뒤에 있던 린도 같이 앵콜을 외치며 한몫 거들었다. 린이 “Goodbye Love” 한번만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 MR이 준비 안됐는지 “She’s Beautiful”을 린과 함께 멋진 댄스를 선보이며 들려주었다. 퇴장한 휘성은 잠시 2층 베란다에서 린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는데 청중들이 린은 안보고 휘성만 쳐다봐서 린도 노래부르다가 같이 휘성을 쳐다보기도 했다.
 
곧이어 오늘의 이벤트 시간이 온 듯 했다. 입장시 나누어준 포츈 쿠키를 개봉하면 그 안에 쿠폰이 있어 행운의 당첨자는 린이 준비해 둔 선물을 받고 듣고 싶은 곡을 린에게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였다. 난 처음 무대를 봤을 때 왜 노래방 기계가 무대 위에 있나 생각했는데 바로 이 시간을 위한 거였다. 이효리의 “10 minutes”심수봉사랑밖에 난 몰라두 곡의 신청이 들어왔고 린은 흥쾌히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솔직히 텐 미닛츠는 내가 린이라도 조금 쑥스러웠을 것 같고 의외로 거미에 비해 린은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댄스도 소극적이다 - “사랑밖에 난 몰라는 정말 잘 어울렸다. 왜 린의 목소리가 약간 간드러지는 것이 트로트 창법과도 옛날에 김연자라는 가수가 있었는데 아는 분들은 알 것이다. 좀 비슷하다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지 린이 들려주는 사랑밖에 난 몰라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어서 다시 게스트 타임! 시각이 벌써 8 다 되어가고 있었다. .. 8 이면 이 클럽을 나가야 되는데.. 미리 예매한 영화표를 버릴 수도 없고.. 제발 거미.. 거미만 보고 가자. 우리는 연신 거미를 기대했으나 등장한 인물은 바로 신화의 M, 이민우였다. 뭐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미 공연은 3번 정도 본 기억이 있으나 이민우의 공연은 처음이었기에 나름대로 같이 즐겼다. 실제로 본 이민우의 인상은 방송에서 본 것과 별반 차이는 없었는데 의외로 몸집이 작고 얼굴이 좀 크더라.. -_-; 암튼 한명의 랩퍼를 대동하고 나온 그는 박력 넘치고 힙합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나도 연신 손을 흔들며 음악을 즐겼지만 역시 휘성에 비하면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다소 떨어졌다. 두 곡 정도를 부르고 앵콜송으로 Ne-Yo“So Sick”을 들려주고 퇴장했다.
 
다시금 무대 뒤의 커튼을 제치고 등장한 린은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차림이었다. 예쁜 다리를 갖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 공연장에 부모님도 오셨다고 함 한다고 말했는데 다리가 꽤 늘씬했다. 이번엔 약간의 jazzy flavor를 가해 “Fly To The Moon”을 비롯하여 크리스마스 캐롤 등을 맛깔나게 들려주었는데 그녀의 음악과 다리에 심취해 있다보니 어느덧 8 .. . 9 영환데.. 어떡할까.. 하고 와이프를 슬쩍 쳐다보니 스탠딩 공연에 약한 집사람이 허리와 다리가 아파하는 표정이 역력하여 에이! 영화 보러 가자! 하고는 서서히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검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린은 무대 위에서 잘가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결국 사랑했잖아는 듣지 못했고 거미 역시 볼 수 없었다. (나중에 기사를 봤더니 전진도 나왔다던데..) 캐치라이트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자니 뒤에서 누가 따라 올라와서 휙 돌아보니 김민우였다. 휘성이었으면 싸인이라도 받을 텐데.. . 클럽을 빠져나와 놀이터 옆을 지나니 클럽 Spot 앞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New DynastyManiac이었다. “와썹요라고 인사하면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으나 와이프가 옆에 있는 관계로 참았다. 그리고 홍대 정문 앞 횡단보도 앞에 서 있자니 온통 까망 유리로 된 밴이 놀이터 옆 골목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는데 우리는 그 차 안에 거미가 타 있음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암튼 간에 그렇게 해서 신촌 메가박스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마이 훼이버릿 케이트 윈슬렛과 카메론 디아즈, 쥬드 로, 잭 블랙이 출연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를 봤는데 린의 로맨틱 파티를 보고 나서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니 정말이지 로맨틱한 주말 저녁이 됐다. 공연을 다 못본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영화는 무척 따뜻한 해피엔딩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린의 음악은 앨범으로 들을 때와 라이브로 들을 때 그녀에게서 받는 이미지가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는 약간 힘이 좀 빠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 실제 라이브로 들으니 굉장히 감정이입적이며 감미로운 느낌이 강하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 글썽이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듯 찡그리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 국내에서 몇 안되는 소울 디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고 아울러 아무리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도 이런 가수들이 좀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6/12/18 (월)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