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Psy 썸머스탠드!!!

tunikut 2008. 12. 24. 04:01

 

일시: 2006년 8월 19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 신촌 연세대학교 야외 노천극장
 
내 생각에 가수 싸이의 공연을 본다는 건 어떤 하나의 큰 문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이나 세계적인 성악가의 공연을 우리가 기꺼이 관람료를 지급하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한참 전부터 길거리에 걸려있던, Nirvana의 Nevermind 앨범 자켓을 패러디한 싸이의 썸머스탠드 공연 포스터는 일찍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었는데 이런 나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YG one 콘서트, 휘성의 중독 콘서트에 이어 또 다시 집사람이 싸이의 공연 티켓을 예매한 것이다. (흑..)
 
싸이의 공연을 보고 난 소감을 세상에서 제일 진부한 표현을 빌어 얘기해보겠다. 기대하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콘서트가 있다. 바로 일반 콘서트싸이의 콘서트이다.
(써놓고 보니 더 진부하군.)
 
암튼 재밌다고 소문난 싸이의 공연을 난 드디어 처음으로 볼 수 있게 됐고 설레이는 마음
으로 저녁을 먹고 연세대학교 정문으로 발길을 향했다.
 
추적.. 추적..
 
어허.. 근데 이게 무슨 일이람. 연대 정문을 들어서자 빗줄기가 흐느적거리기 시작.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입구에서부터 벌써 우비를 파는 장사꾼들이 보인다. 살까 말까.. 고민했으나 아직 빗줄기가 굵지 않으므로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입구에는 암표상도 보였다. 암튼 정문에서 난 길을 따라 노천극장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니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사람들의 줄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 점점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에이 모르겠다. 우비를 사야겠다. 허겁지겁 돈 주고 줄 서랴 비 피하랴 우비 갈아입으랴 끈적끈적하고 짜증나는 상황에서 잽싸게 우리 일행은 우비를 갈아입고 티켓팅을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 난 화장실도 갔다 왔다. 근데 열 받는 게 정작 알고 봤더니 공연장 입구에서 흰색 우비를 나눠주는 것이다. 젠장..
 
우와~~~~
 
넓디 넓은 노천 극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앉아 있었는데 이건 마치.. 뭐랄까. 비를 맞으며 빽빽하게 모든 청중들이 흰색 우비를 머리까지 쓰고 앉아 있는 걸 보니까 무슨 종교 집회라도 온 것 같다. 그 중에 우리를 포함해서 장사꾼에게 속은 빨간 우비를 입은 무리들이 중간 중간 박혀 있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Amp라는 신인 록밴드가 오프닝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난 이 분위기가 상당히 벌써부터 맘에 들었는데, 어두컴컴한 가운데 비가 내리고 종교 단체나 KKK의 집회를 연상시키는, 머리까지 뒤집어 쓴 사람들의 흰 우비가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이 가히 몽환적이었기 때문이다.
   
Amp의 공연이 끝나고 불꺼진 무대 중앙에 스크린이 밝혀지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오자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본 공연이..
시작될 예정이니..
모두..
일어.. 섯!
 
관중들의 폭발적인 환호와 함께 마치 WWE의 레이 미스터리오가 등장할 때처럼 무대 중앙에서 스프링처럼 튕겨져 올라오는 실루엣이 보였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싸이였다. 복장은 1집 당시의 배꼽 망사 복장. 등장과 함께 현진영의 커버곡 흐린 기억속의 그대를 불렀고 이어서 히트곡 를 부르기 시작, 청중들은 벌써부터 펄쩍펄쩍 뛰고 광분하기 시작했다. 비는 그쳤으나 동시에 무대 양 옆 천장에서 대형 호스가 물을 뿌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흥분했다.
  
으로 분위기를 잠시 차분하게 만들고 챔피언을 록 버전으로 편곡하여 부르며 무대 중앙에 장치한 대형 바(bar)를 올라타고 청중들 사이를 날기도 했다. 이윽고 리메이크 앨범의 히트곡인 아버지를 무를 땐 언제나 그 가사가 주는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친한 동생과 4집의 수록곡을 부르겠다고 하자 벌써부터 사람들은 누가 나올 줄 짐작을 했고 이어서 김태우가 등장하여 함께 인스턴트를 들려주었다. 이 한 곡을 위해서 김태우가 오늘 공연에 참석한 거다. 솔직히 생각에 싸이 하면 굉장히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지난 DJ DOC의 공연에서처럼 재치있는 멘트가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실제로 싸이의 공연을 보니 예상 외로 멘트는 별로 없고 거의 쉴새없이 노래를 불러주거나 유쾌한 퍼포먼스로 청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간히 짧게 멘트를 날리는데 짧지만 굵은! 싸이다운 멘트를 들을 수 있다.
  
이어서 재빠르게 주황색 형광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어두운 조명에 양 옆 스탠드에 대형 박스를 4-5개씩 설치해 놓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컴퓨터를 하면서 앉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전자 비트에 맞추어 도시인을 불렀다. 이번 공연이 참 대단한 것 중에 하나는 이렇게 단 한 곡을 위해서 복장이나, 무대 장치를 따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암튼 곡 자체는 별로였지만 꽤나 인상 깊은 무대 중에 하나였다. 친구놈들아를 열창하며 잠시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든 뒤 지금부터 부를 두 곡으로 한바탕 난리나게 만들겠다고 하자 갑자기 무대 뒤에서 , 졸렵다. 빨리 하자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바로 이재훈을 소개하자 또 한번 관중들은 뒤집어졌다. 벌써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2 두 곡을 연이어 부르며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퇴장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꽤 환상적인 스테이지 아트가 보인다.
 
대 조명이 꺼지고 싸이가 퇴장. 다시 스크린 화면이 켜지고 자료 화면이 등장했다.
 
2003년.. 박지윤 패러디, 2004년.. 보아 패러디, 2005년.. 아이비 패러디, 2006년은?
잠깐! 그 전에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며..
 
각각의 문구와 함께 자료 화면이 나오자 청중들로부터 폭소가 터지며 이어서 어떤 무대가 나올지를 예측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빨간 스크린 조명과 함께 박지윤의 성인식 인트로가 나왔고 빨간 복장의 싸이가 무희들과 함께 뱃살을 내놓고 허리돌리기 춤을 보여주었다. 곧이어 보아의 패러디와 함께 의자에 앉아 말도 안되는 의자춤을 보여주었는데 정말이지 싸이가 아니면 이런 공연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불이 꺼지고.. 대체 2006년엔 누구의 패러디가 될지.. 곧바로 조명이 켜지며 백댄서들과 흰색 의상을 맞춰 입고 등장하자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기 시작! 바로 이효리의 겟 챠였다!
 
우하하.. 2006년의 패러디는 이효리군! 근데 여기서 정말 나를 웃게 만들었던 건 자꾸만 상의가 밑으로 흘러내려와 싸이의 웃통이 계속 드러났는데 싸이도 자꾸 슬쩍슬쩍 옷을 잡아 올리다가 자기도 짜증이 났는지 아예 상의를 확 벗어버리고 맨몸에 까만 핫팬츠만 입고 계속해서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이 때 정말 관중들의 환호가 최고조에 달했다. 하하 나 정말..
  
방금 전 저의 모습은 잊어주십시요
 
라는 싸이의 멘트와 함께 스크린에 애주가가 소개되면서 무대 양 옆으로부터 울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리쌍이 등장했다. 나 역시도 김태우나 이재훈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리쌍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횡재였다. 싸이와 콜라보를 이뤄 애주가를 들려주고 곧바로 절대 히트곡인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역시 싸이와 같이 부르고 퇴장했다.
 
, 여러분. 지금까지가 싸이 썸머스탠드의 1부였습니다. 이제부터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서 펼쳐진 무대는 히트 가요 메들리. 집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쿨의 해변의 여인을 부르자 좀처럼 공연장에서 뛰지 않는 집사람도 옆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 밖에 여름 이야기, 쿵따리샤바라, 이브의 경고 등을 연이어 불러줬는데 무슨 싸이 공연이 아니라 대학 응원 축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메들리 퍼레이드가 끝나고 4집 수록곡 비오니까를 목청 높여 부르며 다시 장내를 좀 정리한 싸이는,
 
, 그러고보니 히트곡들을 않했죠? 워낙에 히트곡이 많은 가수다 보니..
 
라는 이 날 했던 멘트 중에 비교적 썰렁한 반응을 이끌어낸 멘트를 날리고 나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낙원의 인트로가 나왔다. 이 곡의 후렴구는 싸이와 관중들이 같이 한번씩 부르면서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왜 먼저 나왔던 이재훈이 이 곡을 같이 안부르고 퇴장한지 알 수 있었다. 암튼 간에 오늘 공연 중 가장 감미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후렴구가 최고조에 달하자 천장에 스물스물 기어나오던 파란 풍선들이 일제히 하나씩 공중에 흩날리며 정말이지 낙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곧바로 이어서 챔피언의 오리지널 버전을 부르며 관중들은 떨어진 풍선들을 하나씩 들고 흔들면서 좋아했다. 챔피언이 끝나자 연이어서 환희 인트로가 깔리며 모든 청중들을 펄쩍펄쩍 뛰게 만들며 아예 커다란 호스를 직접 들고 무대에 한바탕 물공격을 퍼부은 싸이는 자, 이제 공식적인 마지막곡을 부르겠다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예의 폴더 오픈을 유도하는 곡 언젠가는을 부르고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싸이가 퇴장했다. 근데 진짜 재미는 여기서부터였다.
 
 백스테이지로 간 싸이가 웃통 벗은 차림에 앉아 물을 먹고 (마치 복싱 선수가 중간에 쉬는 것처럼) 주위에 댄서들이 둘러싸 있는데 이게 다 무대 스크린으로 비춰지면서 싸이가,
 
? 니네들 다 끝났는데 왜 옷을 갈아입고 그러냐?
에이~ 연예인 안하셨잖아요
연예인? 에이 이제 다들 뭐 지쳤을 텐데.. 다들 잘 놀았잖아!
 
그러자 청중들이 열렬히 싸이코! 싸이코!를 외치며 싸이를 부르기 시작하자,
 
좋아, 그럼 연예인 복장 줘봐.
 
그러면서 갑자기 카메라를 쳐다보고
 
그래 그럼 나 연예인 할 테니까. 한 사람이라도 한 뛰면! 나 노래 부르다 그냥 중간에 가버린다!
 
이제 진짜 끝나감을 아쉬워한 청중들이 목청을 다해 소리를 질렀고 이윽고 연예인을 부르기 시작하자 정말 장내는 난리도 아니었다. 후렴구에서 정말 도저히 가만히 서있지 못하게 만들어서 나도 죽도록 뛰었다. 연예인이 끝나자 우리가 누구? 아라리오~ 라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그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 곡을 기다렸다는 듯이 관중들이 대답했고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We Are The one이 울리자 청중들은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알기도 한 듯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하얀 종이들이 장내를 꽉 채우며 떨어지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의 대망의 끝을 장식했다.
 
, 글쎄다. 그냥 공연 후기를 짤막하게 요약식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왠지 나 역시 이 날 공연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해서 그 날의 감동을 한줄 한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놔야 된다는 어떤 사명감에 쭉 적어봤다.
 
대부분의 가수나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제대로 보면 역시 언론에 비추어진 혹은 자신이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진짜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건 맞는가보다. 오늘 공연에서 역시 인간 박재상의 인간다운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청중들을 심지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혼내기까지 하고 조명 비추며 앉아 있다고 나무라기도 하는 등 심지어는 조목조목 찍어가며 거기 일어서라고 꾸짖는 등.. 어떤 가수나 뮤지션이 이런 카리스마를 보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번 공연의 테마가 물 공연 이었던 만큼 공연의 수익금을 수재민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도 멋졌다. 근데 내 생각에 워낙 투자한 게 많아서 그다지 남지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싸이 공연은 처음 본 거지만 내 생각에 아마도 이번 싸이 공연은 여태까지 그가 해왔던 모든 레파토리를 총망라한, 그 나름으로서도 가히 최고의 공연이 아니었지 싶다.
 
암튼 과장 안보태고 내가 태어나서 본 공연 중 제일 재미있었던 공연을 마치고 내려와 신촌에서 생맥주를 시원하게 걸치고 노래방에서 마저 뒤풀이를 하고 들어오니 새벽 3시더라. 다음날 아침 11시가 다 돼서 일어났는데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했다. 역시 나도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는
 
- Set List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쓰는 것이므로 틀린 게 있을 수 있음)
 
01.    흐린 기억 속의 그대
02.   
03.    사노라면
04.   
05.    챔피언 (Rock Version)
06.    아버지
07.    인스턴트 featuring 김태우
08.    도시인
09.    친구놈들아
10.    벌써 이렇게 featuring 이재훈
11.    아름다운 이별 2 featuring 이재훈
12.    성인식 (박지윤 패러디)
13.    My Name (보아 패러디)
14.    Nothing But The Sky (아이비 패러디)
15.    Get Ya (이효리 패러디)
16.    애주가 featuring 리쌍
17.    내가 웃는 게 아니야 featuring 리쌍
18.    해변의 여인
19.    여름 이야기
20.    쿵따리샤바라
21.    이브의 경고
22.    비오니까
23.    낙원
24.    챔피언 (Original Version)
25.    환희
26.    언젠가는
27.    연예인 (Encore)
28.    We Are The one (Encore)

 

2006/08/21 (월)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