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6년 8월 5일 토요일 오후 9시
장소: 뚝섬 유원지 한리버랜드 유람선 선착장 야외 스테이지
펑카프릭 부스터의 쇼케이스를 즐겁게 관람하고 다시 발길을 옮겨 지하철을 타고 7호선
뚝섬 유원지역에 다다르니 어느덧 오후 8시가 넘어가 날도 어둑어둑해졌다. 하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유람선 선착장에 다다르자 녹색 조명을 받은 청담 대교의 장관이
펼쳐졌다. 토요일 밤이고 열대야라 그런지 가족-연인 단위로 사람들이 무지하게 고수부지에
많이 나와있었다. 강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한강에서 힙합 공연을 본다는 것 자체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리드머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헤헤.
솔직히 이 곳 선착장은 좀 나이든 사람들에 어울리는 분위기이고 예식장 뭐 이런 걸로 쓰이고..
스테이지도 무슨 허연 아치형에 90년대 초반 컨츄리틱한 분위기여서 힙합 공연이 어울릴 만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다. 특이한 점은 스탠딩 공연이 아니라 스테이지 앞에 원탁들이
놓여있고 삼삼오오 맥주나 훈제 닭고기 등을 사다가 둥글게 모여 앉아 보는 거여서 완전히
'선상의 디너쇼' 분위기였다. 공연장에 다다르니 이미 스테이지 제일 앞쪽 테이블에 Koonta,
Nuoliunce, P-Type, 염따 등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연은 먼저 DJ Smood가 약 1시간 가량의 믹스셋을 선보였는데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곡
으로 시작해서 보사노바-드럼앤베이스 스타일로 좀 달려줬다. 이윽고 밤 10시경이 되어 TKO의
비트 박스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고 이어서 Trespass가 나와 "Play on 2"를 끝곡으로 포함해
3곡 정도를 들려줬다. 난 라이브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그래도 스테이지 가까이 일어나서 나갈 줄
알았는데 정말 다들 엉덩이 절대 안떼고 원탁에 앉아 있어서 진짜 디너쇼 분위기였다. 솔직히
공연하는 팀들이 맥이 많이 빠졌을 것 같았지만 나름 대로 강가에서 이런 분위기도 운치가 있긴
했다. 이어서 Koonta In Nuoliunce가 나와서 지난번 각나그네 쇼케이스 때와 똑같은 레파토리의
3곡을 들려줬는데 난 그 어쿠스틱 기타음 들어간 곡이 참 마음에 든다. 다음으로 P-Type이
나오기 전에 잠시 염따(YumDDa)가 나와서 "Where Is My Radio"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는
이 뻘쭘한 분위기를 '강간 당하는 것 같다'고 표현해 관객들의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서
마침내 P-Type의 무대.. 빨간 티셔츠를 입고 고양이 눈을 하면서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 올라와
곧장 "돈키호테"를 불렀다. 피-타잎 옆에는 빅딜 소속의 Nextplan과 염따가 같이 도와줬는데
앞으로도 피-타잎의 공연에 계속 같이 다닐 것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힙합다운 힙합"과 새 싱글인
"Soulfire"를 부르고 퇴장, 약 1시간 가량된 라이브 공연이 끝났다. 개인적으로 이번 피-타잎의
새 싱글 "Soulfire" 정말 대박 같다. 살짝 록적인 분위기가 매력 만점이다.
음... 성인 디너쇼 같은 분위기에 힙합 라이브가 좀 안어울리고 뮤지션들도 많이 뻘쭘해 했지만
나름대로는 운치있고 괜찮은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연해준 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특히 역시 Trespass가 그나마 비교적 덜 썰렁하게 관객들에게 유머러스한 멘트와 함께
공연을 잘 이끈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The Roots의 "Things Fall Apart" 앨범을 계속 들으며 집으로 왔다.
"Adrenaline"에서의 Beenie Siegel의 하이톤 목소리가 한강 고수부지의 강바람과 어울려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2006/08/06 (일)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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