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각나그네/P-Type 더블 쇼케이스 (홍대 Cargo)

tunikut 2008. 12. 24. 03:48

 

일시: 2006년 7월 2일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홍대앞 클럽 카고(Cargo)
 
공짜표가 생긴데다가 일요일 오후 4시만큼 나한테 만만한 시간은 없었던 것 같아 오랫만에
화창한 7월 오후 홍대 앞 나들이를 했다. 보통 집사람과 체육관 단위의 대규모 콘서트만 몇번
다녔지 이렇게 클럽 공연을 보러 나온 건 학창 시절 이후 오랫만인 것 같다. 이쪽으로 와본지가
오랫만이라 그런지 무슨 몽마르뜨 언덕에서나 보던 길거리 화가들이 홍대 앞 놀이터에 꽉 차
있었다.
 
공연은 4시 정각에 관객들이 입장하고 얼마 안돼 바로 시작. 먼저 Koonta의 오프닝이 있었고
3곡 정도를 부른 쿤타가 들어가고 난 뒤 EP의 인트로가 울리면서 오늘의 주인공 각나그네가
나왔다. 음.. 근데 요새 클럽 공연이 원래 이런 건지 오늘따라 그런 건지 관중들의 반응이 왜
이렇게 썰렁하냐.. 오히려 임정희 길거리 공연보다 못한데 이거.. 암튼 각나그네는
"Universoul 2"를 부르며 등장! 평소에 잘 안부르던 걸 들려주겠다며 DJ Soulscape의 앨범에
실렸던 "Confusion"을 부르더니 난데 없이 무대에 Itta가 성큼성큼 걸어올라와 키보드를 치며
각나그네와 함께 듀엣으로 "Sad Romance"를 들려줬다.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시를
읊듯이 노래하는 각나그네가 무척 인상깊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 무대를 보여준데 비해 오늘
관중들의 호응도가 내가 정말 민망하리만치 낮았다. 각나그네와 Itta의 합동 공연을 본다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각나그네 역시 약간 의기소침한 듯 "오늘은 그냥 게스트 없이 조용히
가죠"라는 멘트를 날렸는데 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백스테이지에서 갑자기 낮익은 목소리
가 울리더니 각나그네가 "상현이는 바보"를 외치자 조용하던 관중들이 열광하며 팔로알토를
맞이했다. "바보들의 행진"과 "People"를 연달아 들려준 팔로알토의 깜짝 출연이 끝나고 "사랑
이 있는 곳에 나 있네"를 부르고 각나그네는 내려갔다.
 
곧이어 "Take The Q Train Remix"의 전주가 울리면서 열화와 같은 (그러나 항상 그렇 듯이
등장할 때만) 환호와 함께 P-Type이 등장했고 역시나 육중한 카리스마로 스테이지를 꽉 채웠다.
그 역시 오늘 관중들의 호응도가 좀 낮다는 것에 대해 약간 불평 섞인 멘트를 했는데 "이거
이러다가 교가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며 "돈키호테"를 불렀는데 중간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중들의 호응이 너무 적었다. 나 혼자 거의 열심히 후렴구
를 따라부른 편.. --; 솔직히 P-Type 정도 되는 뮤지션이 "제 싱글이 이제 곧 나옵니다"라는 멘트
를 날리면 환호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조용.. 한 명 정도만 "예~"라고 대답.. --;
"돈키호테"를 부른 P-Type이 오늘은 이 곡으로 끝나지 않고 신곡이라며 "Soul Fire"라는 곡을
들려줬는데 록적인 기타음과 피타잎의 훅이 매우 인상 깊은 대박곡인 것 같다. 암튼 그 역시
오늘 관중들의 호응도가 낮았던 것에 대해 좀 못마땅했는지 신곡을 부르고 아무런 멘트 없이
퇴장해버렸다. 이 정도 되면 관중들이 적어도 '앵콜' 정도는 열심히 해줘야 뮤지션들이 힘을
얻지 않을까.. 마는 무정한 사람들.. 앵콜 하나 없이 그냥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아아.. 원래 이런
건지.. 오늘이 이상한 건지.. 솔직히 오랫만에 클럽 공연에 가슴이 설레였는데 좀 실망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각나그네, 팔로알토, 피 타잎을 눈앞에서 가까이 실제로 봤다는 데 일단 오늘은
만족하기로 했다. MC Meta가 심각한 얼굴로 클럽을 들어오는 걸 봤는데 화창한 홍대 앞 놀이터로
다시 나가 찍어온 사진을 돌려보고 있다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눈 앞을 삭 쳐다봤더니 각나그네

와 있다가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006/07/03 (월)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