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DJ DOC & BUDA Family 화이팅 콘서트!

tunikut 2008. 12. 24. 03:45

 

일시: 2006년 6월 23일 금요일 자정
장소: 광나루역 서울 악스(SEOUL-AX)
 
가만 있자.. 디오씨가 데뷔한지 13년이고 나 역시 그들을 알고 그들의 음악을 들은지도 똑같이 13년이다. 솔직히 초창기 그들의 모습에서는 난 별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붐붐 출신의 프로듀서 신철이 키운, 디제이 출신으로 힙합 플레이바를 살짝 입힌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았고 그나마 "머피의 법칙"이 대히트를 거두며 이어 2.5집과 3집을 통해 상당히 맛깔스런 팝을 들려줬지만 역시나 나한테는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3집 이후 신철과 결별하게 되면서 소속사 문제인지 뭔지 각종 파문이 일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이하늘의 리더 체제 아래 음악적인 면으로만도 '완전 독립'을 선언했고 더불어 이들 특유의 '삐딱'한 애티튜드가 섞인 "삐걱삐걱" 싱글과 4집의 상업적, 음악적 성공은 나로 하여금 이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고 1집부터 3집까지 키워온 잠재력을 그대로 음악적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모습에 점차 매료되어 팬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해체설을 비롯한 언론의 공격이 있었고 '에이씨 이제 막 좋아지려지까 해체라니 말도 안돼'라고 좌절하려고 했던 나에게 "2001 대한민국" 앨범을 통해 죽음개작살의 "L.I.E"를 들고 나오면서 그들이 죽지 않았음을 나에게 보여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나로 하여금 디오씨 빠돌이 수준까지 만들어놓게 된 거다.
 
암튼 나의 디오씨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당연히 재미 만점이라는 이들의 공연이 무척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던 중.. 오늘 대한민국:스위스전의 응원을 바탕으로 한 화이팅 콘서트가 광나루에 새로 생긴 Seoul-AX에서 열려 다시금 자정에 광나루를 찾게 되었다. (이 새로 생긴 공연장이 별로라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 난 집사람과 함께 2층에서 봤는데 스탠딩으로 볼 게 아니라면 2층을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2층 앞부분 자리와 스테이지 사이의 거리가 다른 공연장에 비해 상당히 가까워서 시야가 매우 좋다.)
 
월드컵의 응원전이 곁들여진 공연인 만큼 90%가 붉은 복장을 한채 관중석을 가득 메웠으며 잠시 동안의 디제이 세션 후 Rhyme Bus의 등장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이윽고 Red Roc과 이하늘이 깜짝 등장하며 듀엣으로 공연을 보여줬고 잠시 후 Leo K' Koa, Maboos 등이 나와 단독으로 혹은 합동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국내 힙합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Leo지만 오늘 공연은 DOC를 보러 온 관중들이 대부분이였으므로 Leo를 비롯, 다른 뮤지션들에게는 다소 반응이 썰렁한 편이었다. Leo의 무대가 끝난 후.. "나나나 난나 난나나~" 5집 수록곡 <와신상담>의 도입부와 함께 DOC의 세 멤버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공연장은 난리가 났다. 이윽고 <L.I.E>와 <Street Life>를 연속으로 들려주는데 아.. 정말.. 내가 이들의 공연을 13년만에 실제로 보게 되다니 감동.감동.감동이었다. 중간 중간 적절한 멘트와 함께 <포조리>, <비애>, <One Night>, <사랑을 아직도 난> 등 주로 5-6집의 수록곡들을 들려줬고 관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Maboos와 45RPM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솔직히 45RPM도 대단한 애들이지만 오늘 여기에는 오로지 DOC만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 같았던 게 DOC와 non-DOC 사이의 호응도의 차이가 꽤 컸다는 거다. 암튼 이후 다시 등장한 DOC는 공연이 후반부에 왔음을 가리키며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온 올드 오리지날 디오씨 팬들을 위해 <여름 이야기>, <DOC와 춤을>, <미녀와 야수>, <Remember>(김창렬의 이 솔로곡에서 청중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Run To You> 등을 들려줬고 나를 비롯해 다같이 따라부르면서 정말이지 신나는 한마당이 되었다. 앵콜곡으로 Red Roc의 스크리밍과 함께 6집의 대박곡 <I Wanna>를 끝으로 공연이 끝났다.
 
솔직히 이들의 공연을 보기 전에는 매체나 TV에서 봐온 다소 삐딱하고 좀 산만한 느낌도 주로 편견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인데 역시 '공연을 봐야 그 뮤지션을 알 수 있다'는 게 직접 가까이서 본 디오씨는 정말 누구보다도 팬들을 아끼고 많이 배려해주고, 꽤 인간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거의 디오씨 빠돌이기 때문에 문장들에 경탄체가 많이 섞여도 이해해 달라.) 특히 이하늘.. 난 오늘 부로 이 사람을 정말 다시 봤다. 2층에까지 관중들 하나 하나 챙기며 물을 던져주던 그 모습..
 
모든 뮤지션들의 공연 마다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이유가 다 있을 거다. 뭐 예를 들면 휘성의 공연에서 관중을 배려한 스크린과 무대를 이용한 볼거리라던지, 싸이의 공연에서 청중을 완전히 압도해버리는 진행력과 카리스마라던지.. DJ DOC의 공연의 재미는 이거다. 바로 이 세 멤버들 사이에서 곡 중간 중간 마다 오고 가는 거의 만담 수준의 대화가 청중들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공연의 특징은 곡을 거의 이어서 부르지 않고 한 곡이 끊나면 또 멘트를 하고 이런 식인데 그 내용이 정말로 재미있다.
 
음 암튼! 요새 WWE 스맥 다운에서 부커 티가 왕좌에 올라 "All Hail King Booker!"를 외치고 다니는데 난 오늘 공연을 보고 나서 기꺼이 그들 앞에 허리 숙여 이렇게 외칠 수 있다!
 
"All Hail Double DOC~!!!!"
 
 

PS. 하나 웃겼던 게 곧 7월 경에 디오씨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하늘이 이번에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고 하면서 김창렬을 보며 "지난 앨범 맡겨놨더니 그 모양으로 만들어놓고 말이야.."라고 했다는 거. ㅋㅋ 어느 정도 동의함.

 

2006/06/24 (토)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