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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views

휘성/SG 워너비/바이브/씨야 - 2nd Big 4 콘서트

tunikut 2008. 12. 24. 04:09

 

일시: 2006년 12월 24 일요일 오후 4
장소: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
 
작년에 종국-SG 워너비-바이브-M To M 진용으로 가졌던 Big 4 콘서트 이후 두번째로  휘성-SG 워너비-바이브-씨야 진용으로 바꾸어 열린 공연이다. 크리스마스에 볼 만한 공연을 찾던 중 MC 몽의 공연과 경합을 벌인 끝에 선택하게 됐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휘성이라는 이름이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삼성동 코엑스몰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북새통을 이뤘고 흡사 어린이날의 애버랜드를 연상시키듯 애들 뛰어다니는 것 땜에 정신이 없었다. 공연장을 들어서니 입구에서 특별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오늘 출연진들의 뮤직 비디오(휘성은 소속사가 다르므로 제외)가 담긴 DVD를 나누어줬는데 나름 소장 가치가 있어 보였다. 한편 아직까지도 인터넷 검색어 순위권에 올라와 있는 남규리 사건이 있었던 어제 공연 이후라 오늘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내심 걱정도 됐다.
 
1. 휘성
 
공연은 지연 없이 4 5분경에 시작됐다. 무대 앞에 있던 커튼이 열리자 바로 한 가운데 휘성이 서 있었는데 관중들이 환호하자 그는 씨익 미소를 선보이며 록으로 재편곡된 불치병과 함께 공연의 문을 열었다. 간단한 멘트 후 이어서 다시 만난 날안되나요를 부르며 나를 포함한 휘성 팬들의 마음을 또 다시 녹여주었다. 이윽고 마치 영화 중천정우성과 같은 복장으로 바꿔 입은 그는 하늘을 걸어서를 꽤 진지한 분위기 하에 들려 주었는데 예전 단독 콘서트에서도 느꼈지만 이 곡에 대해 휘성은 꽤 애정을 가진 듯 하다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비춰진 커튼 앞에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무대 장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는 뿐만 아니라 으로도 좀 어필해보려고 한다면서 제목을 알 수 없는 팝송과 함께 마치 비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조명 아래 현란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팬들의 영원한 송가인 “With Me”를 끝으로 휘성은 팬들의 앵콜을 뒤로 한채 무대 뒤로 퇴장했다. 오프닝 역할을 담당한 그는 짧고 굵은 퍼포먼스를 보여 줬는데 솔직히 휘성의 단독 콘서트도 본적이 있는 나여서 무지하게 감질났다. 한가지 느낄 수 있었던 건 YG를 떠난 휘성은 이제 노래 뿐만 아니라 보다 비쥬얼적인 면을 강조하게 되었다는 거다.

2. 씨야
 
문제의 씨야.. 어제의 남규리 사건.. 이후의 파장이 컸는지 멤버 셋은 바지 차림에 겹겹이 단정한 복장으로 무대 위에 올라왔고 가운데에 자리 잡은 남규리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의 사건 이후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진 사진과 기사에 극심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듯 했다. 멤버 셋은 정적으로 서서 자신들의 히트곡들 위주로 차분한 무대를 선보였는데 중간에 남규리 스스로 어제와 같은 멋진 무대를 보여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 그래도 이렇게 팬들 앞에 있으니 무대 밖에서 일어난 일도 잊을 수 있게 되네요라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휘성이 뛰어놓은 분위기를 맥아리 없게 만드는 무대였는데 공연 중에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프로 정신이 결여된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적 충격이 큰 상황에서 뭐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 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린 기자를 X같은 놈이라고 표현한 휘성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아무튼 씨야는 그렇게 재미 없는 무대를 선사하고 들어갔다.
  
씨야의 공연이 끝난 후 갑자기 왠 이상한 놈들이 튀어 나와 립싱크로 알 수 없는 곡을 부르고 소개도 안하고 확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효리 소속사 소속의 신인 그룹이라고 하는데 아직 팀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6인조라고 한다. 괴상한 놈들..
 
3. 바이브
 
이상한 놈들이 들어가고 하얀 눈이 쌓인 영상과 함께 커튼 뒤에서 “Silent Night”이 울리면서 바이브의 공연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리쌍의 길을 연상시키는 look으로 탈바꿈한 윤민수와 차분한 이미지의 정재용을 연상시키는 류재현은 첫 곡이 끝나고 국내 최단신 그룹이자 가장 언발란스한 그룹이라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미워도 다시 한번”, “Promise U”와 같은 1집의 히트곡들을 불러주었는데 아무래도 앞에서 씨야가 관객들의 분위기를 다운시킨 후여서 처음에는 관객들 반응이 영 별로였다. 그러나 윤민수의 재치 있는 멘트와 분위기를 활기차게 뛰우려는 노력으로 서서히 장내 분위기는 다시금 상승세를 탔고 막판에는 최고의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바이브는 나로 하여금 오늘 공연 중 가장 재미 있는 스테이지를 선사한 그룹으로 각인되게 만들었다. 난 오늘 공연으로 이들을 정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아기자기한 무대 소품이나 관객들을 즉석으로 무대 위로 올려 이벤트를 여는 것 등등 가장 재미있고 성의있는 무대를 보여주었고 이들의 히트곡인 그 남자 그 여자”, “술이야와 같은 곡들이 듣기에 꽤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암튼 바이브의 공연.. 가장 인상 깊었다.

4. 이효리
 
바이브가 퇴장한 후 아까 중간에 이상한 들이 나왔던 것처럼 이번엔 이상한 여자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또 뭐 여성 6인조냐, 이런 생각도 들다가 순간 오늘 아침 기사에서 어제 공연에 이효리가 깜짝 등장했다는 걸 읽은 적이 있어 혹시?’ 라는 느낌을 갖자마자 무대 뒤에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가 터벅터벅 걸어나왔고 관중들은 일제히 떠나갈 듯한 환호를 했다. 이에 이효리 본인도 만족스럽다는 듯 마치 오프닝 때 휘성이 그랬던 것처럼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곧바로 현란한 댄스와 함께 립싱크로 신곡을 들려주었고 앞서 나왔던 이상한 6인조가 그랬던 것처럼 곡이 끝나자 마자 아무런 멘트 없이 싹 퇴장해버렸다. 이효리의 깜짝 출연은 마치 얄미운 암코양이가 무대를 휘젓고 관객들을 홀려버리고 휙 달아난 듯한 느낌을 주었다. .. 짧지만 강렬했다.
 
5. SG 워너비
 
바이브의 등장 때와 마찬가지로 일단 커튼이 걷힌 후 이번엔 해질녘의 서울 도시 풍경을 바탕으로 그 뒤에 하얀옷을 입은 세 남자가 서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모든 청중들은 그들이 SG 워너비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SG 워너비의 곡들이 듣기 좋은 알앤비/팝이라는 건 잘 알겠는데 곡들의 분위기가 다들 비슷비슷해서 뭐가 “Timeless”고 뭐가 죄와 벌이고 뭐가 “Partner For Life”인지 구분하기가 Black Thought Common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리드 보컬인 김진호가 가장 에너제틱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었는데 그가 무대 양옆을 팔짝팔짝 뛰면서 춤을 추는 동안 가장 전봇대 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채동하였고 김용준은 리더인 채동하의 태도에 동참하다가 내가 좀 심했나 싶었는지 사랑하길 정말 잘했어요를 부르는 동안 무대 밑으로 내려와 내가 앉은 바로 옆까지 지나가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하필 김용준이 내 옆에까지 오는 동안 와이프는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아까운 걸 놓쳤다고 하자 와이프는 휘성도 아닌데 뭘이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난 이효리였으면 악수도 했을 거야라고 재빨리 화답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의 무대 매너는 그 인기에 비해 너무 moveless한 게 아닐까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Oasis의 리암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휘성 다음으로 우리를 이 공연장으로 오게 만든 “Must Have Love” 정도는 들려줘야 예의 아닌가. 끝내 안부르더라! 에이 재미없는 놈들..
 
SG 워너비는 그 명성과는 달리 4-5곡 정도만 들려주고 무대를 끝냈다. 관객들이 앵콜을 외쳤으나 앵콜은 없었고 썰렁한 커튼만 잠시 무대를 가리더니 이윽고 다시 조명이 켜지며 이효리를 제외한 오늘의 출연진이 모두 등장, 두어곡 정도의 재미 없는 캐롤을 부르고 공연은 끝났다. 마지막 합동 무대에서도 남규리는 여전히 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활기찬 무대 매너를 보여준 사람은 휘성, 윤민수, 김진호 뿐이었다..
 
.. 글쎄다. 그래도 제법 기대를 한 공연이었으나 비교적 비싼 입장료에 비해 다소 실망을 준 공연이었지 싶다. 이렇게 된 원인이 어제의 그 빌어먹을 남규리 사건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휘성과 바이브를 빼고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은 무대였으며 한마탕 신나게 노는 역할로서의 공연이라기 보다는 무슨 TV 공개 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공연장을 나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휘성, 윤민수, 김진호 빼고 니들 다 뭐하는 애들이야! 엎드려 뻗쳐!’

 

2006/12/26 (화)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