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Erick Morillo 내한공연 - Godskitchen@Blue Spirit

tunikut 2008. 12. 24. 04:18

 

일시: 2007년 4월 13일 토요일 밤 11시 - 14일 일요일 오전 5시

장소: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가야금홀
 
정말 미쳐버리겠는게  내가 한때 가장 미쳤었던 음악이 하우스 음악이고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3대 하우스 뮤지션/디제이가 바로 Armand Van
Helden, Roger Sanchez, Erick Morillo인데 세상에! 이미 2004년과 2005년도에 Armand와
Sanchez가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리 당시에 내가
한창 바쁜 시기였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전혀 정보를 몰랐던 건지 정말
땅을 치고 안타까워야 할 일이다. 암튼 그렇고..
 
요 몇년 사이 일렉트로니카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땅에 오히려 힙합 아티스트들은 가뭄에
콩나듯이 찾아오는 반면 유달리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은 꽤나 - 거의 유명한 사람들은 다 -
많이 왔다 갔었는데 그 이름들만 열거해도, Carl Cox, Goldie, Tall Paul, Armand Van Helden,
Roger Sanchez, Paul Van Dyk, Armin Van Buuren, Lisa Lashes, Mauro Picotto, Mondo
Gross, Sister Bliss 등등.. 정말이지 거룩하디 거룩한 이름들인데 이들 대부분을 섭외한 이들이
바로 02Pro이고 대부분이 워커힐 가야금홀에서 열린 것이라고 보면 '02Pro + 가야금홀'이라는
조합은 정말 명실상부 국내 일렉트로니카 공연을 이끌어온 대견한 기획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 내가 좋아하는 3대 디제이 중의 한명이자 현 하우스씬에서 인기면에서나
지명도나 영향력에서 단연코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Erick Morillo의 내한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앨범 리뷰 등은 차차 'House Music Movement' 코너
에서 다룰 예정이다. Stay tuned...
 
예전에 Notes 란에 '이것저것' 시리즈 중에 한번 Derrick Carter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정작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소심한 내 성격에 거의 적응 장애적인 manifestation을 보이며 공연장
을 나서야했던 설움을 딛고 다시 한번 야밤에 나 혼자 워커힐 호텔로 향했다. 근데 지난 번에
갔던 압구정의 가든은 정말 분위기가 요상하고 불친절한 스텝들로 인해 혼자 들어가기 상당히
민망했지만 여기는 호텔이라 그런지 편안하고 넓직한 분위기와 친절한 호텔 직원들의 안내로
혼자였지만 전혀 뻘쭘하지 않았다. 근데 보니까 나 말고도 혼자 온 사람들 꽤 많더만.. 특히
foreigner등이 혼자 많이 온다.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거의 성비는 남:여 1:1, 그리고 한국인
외국인 1:1이라고 보면 된다. 참으로 균등한 배율이다.
 
암튼 그렇게 해서 11시부터 이미 DJ Jerry M의 믹스셋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스테이지에 모여 12시 반 정도부터 버라이어티 그룹인 House Rulez의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이들은 뮤지션-비보이 댄서-여성 싱어-여성 댄서들로 이루어 진 것으로 추측되며 암튼 화려한
무대를 선사했고 모릴로의 공연에 앞서 무대를 돋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새벽 1시경이
되자 어둠과 안개가 깔리고 스텝들이 무대를 재정비하고.. 비닐판들을 세팅하고.. 사람들은 이제
누가 나올지 알고 있었다. 이윽고! 어두운 스테이지 뒤에서 하얀 티셔츠 차림의, 거무잡잡한
피부에 특징적인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바로 그.. Erick Morillo가 스테이지에 올라왔고 사람들
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역시 군중들을 향해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반응했다.
 
그 동안 잡지 표지나 인터넷상에서 본 그는 다소 무표정에 표토롱한 표정, 그리고 약간 거만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마주한 그는 정말 정말 '친절한' 이미지였다. 수시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해맑은' 미소를 선사하는 등.. 말이다. 그의 플레이는 어땠을까. 내
생각에 그의 스타일은 사실 비트감이 그다지 쎈 편은 아니고 오히려 '그루브감'을 강조하는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Fatboy Slim-Chemcal Brothers 류의, 슬램과 점프를
요구하는 과격한 비트감보다는 유들유들하고 허리와 엉덩이를 돌리기 좋은 그루브감이 넘친다.
(하긴 그게 하우스 음악의 특징이겠지만.) 암튼 공연은 거의 3시간 가까이 행해졌고 청중들은
남여노소인종 구분 없이 서로 굉장히 친한 사이인냥 춤추고 어울리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특히 백인들이 많았는데 한 친구는 나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춤추기도 하고 한 친구
는 삼다수통에 바카디와 오렌지 쥬스를 섞은 걸 들고 다니다가 나에게 먹으라고 건내주기도 
하고.. 한 켠에선 한국 남자-흑인 여자-백인 남자가 셋이 부둥켜 앉고 춤을 추는 등.. 뭐랄까..
어떻게 보면 보는 관점에 따라 난잡하고 퇴폐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건 그보다는
마치 바벨탑이 무너지기 전, 공통된 인류애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약물-섹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부인할 순 없겠지만 내가 직접 본 결과 실제로 클럽 내에서 전혀 퇴폐적인
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다지 약물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보지 못했다. 아침 5시에
클럽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약간의 술에 취했을 뿐 다시들 다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조용히 나가는 사람들 뿐.. (어째 말하다 보니 글이 다른 방향으로 세는 것 같다.)
 
Underworld의 "Born Slippy"가 터져나올 무렵 공연은 클라이막스에 다다랐고 이윽고
"감사합니다. subliminal sessions! 조만간 또 봅시다" 라는 멘트와 함께 관중들에게 인사한
그는 다음 엔딩을 맡은 DJ Diong의 플레이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인계를 해주고 퇴장했다.
공연 중후반부에 나는 바로 Erick Morillo의 deck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는데 마치 1대1
로 그와 마주하고 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니 왜 '클럽에서 DJ는 신과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있었고 '오! 나의 디제이! 제발 음악을 멈추치 말아죠'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정말.. London과 Ibiza의 클럽씬에서 최고의 몸값과 주가를 달리
고 있는 그의 플레이를 이렇게 직접 그의 면전에서 들으며 춤을 춘다는 것은 정말이지 그 자체
로 아주 황홀한 경험이고 honor인 것이다.  
 
아... 너무 잼있었다. 너무 잘 놀았다. 사람들이 클럽에 혼자 가도 전혀 문제 없이 잘 놀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한 셈이다. 사실 20대 초반이나 뭐 그 때도 가끔 클럽에 갈 일이 있었지만
잠깐 1-2시간 정도 공연을 보러 간 정도지 이렇게 어젯밤 처럼 그야말로 소위 '클러빙'을
그것도 full time으로 올나잇 'complete clubbing'을 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다소 체력이 예전만 같지 않지만 그래도 참으로 좋은 공연과 함께 소중한 체험을 한 것
같아 나름대로 빨개진 눈과 새롭게 생긴 쌍꺼풀을 하고 아침 6시에 광나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도 몸은 디게 피곤했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2007/04/15 (일)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