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Paris (2006.4.3 - 2006.4.10) (6)

tunikut 2008. 12. 23. 17:21

 

2006년 4월 8일

 
[퐁텐블로 & 바르비죵]
 
뚜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허걱!!!!!!!!!!!!!! 무슨 일이 있었지?
 
“범수야…. 일어났나? (경상도 사투리)”
 
맙소사!
 
어젯밤에 언제 잤는지도 모르겠다. Hocus Pocus의 음악을 듣다가 모에 샹동 샴페인병의 바닥이 보일 무렵 ‘바람이살살부는밤하늘은보랏빛 가만히창밖의풍경을바라보았지..’ 다이나믹 듀오의 “파도”를 들으면서 “팔로알토형~”을 외친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그러다 침대에 픽 쓰러져 잠이 들었나보다. 창문은 열려있고.. 싸늘한 파리의 아침 기온과 함께 난 옷도 안벗은채 침대에 곯아떨어진 것이다. 음.. 술이 과했군..
 
지금 시각이? 헉 8시가 넘었네.. 여태까지 항상 우리가 먼저 일어나서 교수님 방에 전화를 드리고 밑에서 아침 식사를 했으나 아마도 교수님께서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기다리시다가 도저히 전화가 안오니 우리방에 먼저 전화를 거셔서 나를 깨우신 것 같다.
 
“아 예.. 예! 일어났죠!”
“그래.. 그럼 밑에서 보자”
 
오늘은 다시금 제약 회사 투어 일행과 합류하여 가이디드 투어를 하기로 한 날.. 교수님과 나는 호텔의 맛없는 아침 식사를 스킵하고 서둘러 메트로에 탑승, 다시 프랭클린 디 루즈벨트 호텔로 향하여 투어 일행과 합류했다. 자아.. 오늘의 첫 코스는 파리의 외곽, 퐁텐블로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안벗고 자서 몸이 매우 심하게 찌뿌둥했다.)
 
가이디드 투어 버스는 파리시의 남쪽으로 이동하여 이윽고 고속도로로 빠지기 시작했다. 퐁텐블로는 말발굽 모양의 계단으로 유명한 퐁텐블로 궁전과 그 뒤로 울창한 숲이 유명하며 역사적으로 여러 왕들의 휴식처 혹은 사냥터로 이용되던 곳이다. 난 어젯밤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아 버스 안에서 졸다가 말다가 했는데 고속도로로 한 20여분 정도 달리니 양 옆으로 파리 외곽의 전원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와..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비옥한 토양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논과 밭의 풍경은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쉽게 말해 왜 이 곳에서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 줍기’와 같은 작품들이 탄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난 피로가 확 풀렸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참 풍족한 나라다…’

  

 버스 안에서 내다본 파리 외곽 시골 풍경

 

1시간이 채 안되어 버스는 퐁텐블로 궁전 바로 앞에 도착했다. 퐁텐블로 궁전 앞에 다다르니 강렬한 햇볕과 함께 철대문 너머 넓은 궁전의 뜰이 보였고 그 멀찍이 말굽 모양의 계단이 있는 궁전이 보였다. 마치 옛날에 에딘버러에 갔을 때 홀리루드 궁전 앞에 갔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찬찬히 가이드를 따라 궁전 내부로 들어가서 한바퀴 빙 돌았다. 쩝.. 근데 뭐 역시 내부 구경은 그냥 그랬다.내부를 지나 궁전의 후정으로 나가자 드디어 울창한 퐁텐블로 숲과 그 앞의 연못이 보였다. 사실 지금부터가 진짜 퐁텐블로의 채취를 느낄 수 있는 건데 시간 관계상 관광은 여기까지.. 그냥 그 앞에서 사진 촬영만 하는데 그쳤다. (가이디드 투어의 최대 단점이 이런 것이지..)

 

 퐁텐블로 궁전.. 저게 말발굽형 계단이다.

 

 궁전 내부의 모습.. 뭐 그냥 그렇다.

 

대충 궁전 앞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남들은 입구 근처에 모여서 단체 사진도 찍고 막 그러는데 난 혼자 하나라도 더 채취를 느껴보고자 그 말굽형 계단 위에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그랬다. 이끼가 살짝 낀 아치형 계단이 참 멋스러웠다.

 

 퐁텐블로 궁전의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본 뜰의 정경..

 

다시 버스에 올라타자 가이드가 시간이 좀 여유가 있으니 내친 김에 바르비죵까지 들르자고 한다. 바르비죵은 퐁텐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시골 마을인데 마을 입구에 “화가들의 마을 (Village des Peintres)”라는 간판이 붙어있을 정도로 밀레와 루소 등이 이 곳에서 많은 작품 활동을 벌였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소위 ‘바르비죵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그마한 시골 마을인 바르비죵

 

이 곳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시골 마을.. 집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시골집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게 신기했다. 차 한대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길의 양 옆에는 마치 제주도의 시골집처럼 낮은 담과 기와집들이 보였다. 이 곳에 왔으니 밀레 기념관을 안가볼 수 없지.. 밀레 기념관의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들어가려 하자 입구에서 돈을 받는다. 이상하네.. 가이드북에는 공짜라는데.. 관리인 말이 이제부터 돈 받는다고 그래서 다들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들 짠 거 몰랐냐..

 

 밀레 기념관의 외부.. 사람들 사진 찍고..

 

암튼 이렇게 해서 매우 짧은 곁핥기식의 퐁텐블로와 바르비죵을 봤다. 아직도 시간은 오전이다. 다시 버스는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파리 시내로 달렸다. 가는 길에 운좋게 바르비죵 마을 입구에 있는 “화가들의 마을”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다. 쩝.

 

 파리 시내의 약국은 거의 다 이런 식이다.

 

[루브르!! 루브르!! 루브르!!]

 
파리 시내로 다시 돌아온 일행은 한 중국 식당에서 중식(中式)으로 중식(中食)을 했다. 옛날에 열흘간 영국과 아일랜드를 혼자 여행할 때도 중간에 런던의 Leicester Square에서 한 중국 식당을 들어가서 겁나게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데 항상 이런데 서양애들 나라를 여행할 때 먹는 중국식은 참으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오히려 이런 데 있는 한식당보다 중식당이 입맛에 더 잘 맞기도 하다. 암튼 이 곳 중국 식당에서 육수에 볶음밥이랑 고기 요리 등 해서 간만에 또 신나게 배를 채웠다. 다이어트고 뭐고 없다. 내 몸속에 쌓이는 이 고칼로리도 이럴땐 용서받을 수 있다.

 

우리가 먹은 중식당.. 디게 맛있었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우리는 다시 파리시의 중심부로 왔다. 세느강이 다시 보이고… 자아.. 다음 코스는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 내부 관람이다! 파리에 와서 6일만에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의 내부를 들어간다!!
 
세느강변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 항상 지나가게 되는 게 나폴레옹 무덤인데 맨날 그냥 지나만 다니니까 나폴레옹에게 미안해서 잠깐 이 무덤 앞에 내려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나폴레옹 무덤의 모습

 

“그냥 한 두시간 잡고 논스톱으로 후딱 진행할께요!”

 
가이드의 한마디였다. 그래.. 사실 내가 뭐 하나하나 유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예전에 대영박물관에서도 슬슬 한 3시간 가량 보고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 그냥 일단 가이드 따라서 소위 ‘필수 코스’만 눈에 익히자! 라고 생각했다. 일행은 튈르리 정원과 카루젤 개선문쪽으로 향하여 루브르의 피라미드에 도착했다. 다른 일행들은 연신 사진 찍어대고 난리였지만 흐흐.. 우린 이미 루브르의 외부는 끝낸 상태였다.
 
가이드의 표를 받아 피라미드로 들어가서 계단을 내려가자 넓은 중앙 로비가 나타났다. 이 곳에서 각각의 드농관, 쉴리관, 리슐리외관 등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로비는 어느 관에나 통할 수 있는 중앙의 pool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다빈치 코드를 책도 다 읽고 영화도 본 상태지만 당시에는 다빈치 코드를 읽지 않은 상태였는데 내가 다빈치 코드를 읽고 여기 루브르에 왔더라면 훨씬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먼저 지하부터 스타트했다. 박물관의 과거 그림을 보면서 과거 성벽의 흔적을 보면서 박물관의 깊숙한 곳으로 가이드를 따라 열심히 이동했다. (이번 우리 가이드는 상당히 실력이 출중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설명도 디게 잼있게 했다.)
 
대략 한 2시간 정도를 정신없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며 박물관의 내부를 보았는데.. 일단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아보라면 난 뭐니뭐니 해도 다빈치의 그림들이다. (당시 다빈치 코드를 읽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모나리자’는 꽉꽉이 유리벽으로 가려져있고 양 옆에 관리인이 딱 붙어있으며 죽도록 많은 사람들과 한쪽 벽면을 다 차치하는 공간에 비해 그림이 너무 작아 사실 기대보단 별로 남는 게 없었다. 그냥 ‘여기 와서 이거 봤다’ 정도로 끝난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걸?) 하지만 그밖에 다른 다빈치의 그림들에서 왠지 모르게 어둡고 깜깜한 배경에 관람객을 빨아들이는 듯한 흡인력과 왠지 모를 음흉함.. 내지는 악마적이기까지한 느낌들이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또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 이 작품을 여기서 처음 봤는데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점차적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다. (프랑스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 회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게 만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밖에 조각품들로 유명한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상’, 미켈란젤로의 ‘저항하는 노예’와 같은 것들을 봤다.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 관리인 몰래 살짝 사진도 찍었다. (루브르 박물관 내 사진 촬영은 금지돼있다. 대영박물관은 가능하다.)

 

 유명한 "승리의 여신상"

 

 "저항하는 노예" (미켈란젤로)

 

당히 두 시간 정도 보고 일행들은 일단 시간 약속을 하고 흩어졌다. 일부는 면세점을 가기도 했고.. 나와 교수님은 일단 다시 중앙의 로비로 나왔는데 옆에 있던 한독 제약회사 여직원이 우리에게

 
“이리 와보세요! 다빈치 코드에 나왔던 역피라미드 봐야죠!”
 
그러길래 우린 그게 뭔지도 모르고 따라갔다. 로비에서 옆으로 출구 비슷하게 난 복도를 따라 양옆으로 서점 및 기념품점을 지나니 신기하게 루브르의 바깥에서 보던 피라미드가 반대로 햇빛을 받으며 지상에서 이 곳 지하까지 거꾸로 박혀있었고 그 끝에 다시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하얀 피라미드의 끝이 역피라미드의 끝과 마주보고 있는 신기한 형태의 구조물이 보였다. 우린 일단 이게 유명하다길래 사진을 찍었는데 크크 이게 바로 다빈치 코드의 엔딩씬에 나왔던 ‘성배의 위치’라는 걸 당시에는 알 길이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찍어온 사진을 보니 그 옆에 내가 벌쭘하게 서있는 게 있었다.
 
자아.. 이렇게 해서 일단 오늘의 짜여진 일정은 대략 끝이 났다. 일행은 다시금 루브르 앞에서 집합하여 저녁 식사를 하러 버스에 탔다. 버스에 타면서 교수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어제 그 샴페인 잘 꼬불쳐놨지? 후훗.. 오늘 마지막 밤이니까 축배를 들어야지”
 
순간 나의 마음 속에 자그마한 물결이 일면서 식은 땀이 솔솔 흐르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어떡하지.. 어젠 취김에 에라 모르겠다 다 비워버렸는데.. 아 막상 이렇게 상황이 닥치니 발을 동동 굴렀다.
 
: 저어.. 그게..
교수님: 어? 왜?
: 저어.. 실은.. 그 술..
교수님: 술? 어 왜?
: ………………..
교수님: 다 먹어버렸어?
: 예.. 예에….
교수님: …………………
: ………………….
 
.. 이 3분 간의 정적과 썰렁.. 그렇다고 술 좀 마셨다고 교수님도 뭐라고 하긴 그렇고.. 약간 괘씸하기는 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교수님이 박물관 주변에 늘어선 싸구려 기념품점과 그 싸구려가 좋다고 또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대해 얘기하며 화제를 돌리면서 어색함이 풀렸다. (죄송해요 선생님.. -_-;)
 
우리는 오페라 근처에 있는 한 한식당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했다. 내가 말했 듯이 이런 데에서는 오히려 한식보다 중국 음식이 더 입에 맞는 법.. (나만 그런가?) 그다지 맛은 없었지만 매운탕의 국물 맛은 일품이었다. 한 그릇을 삭삭 비웠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공식 일정은 다 끝났고 일행과 헤어진 교수님과 나는 다시 비공식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오페라 앞에서 대충 사진 좀 찍고 숙소로 향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가 아니라 밤]
 
어제 밤에 같이 리도 쇼를 보고 형집에 간 동기 선배는 여태까지 형과 함께 식료품도 사고 쇼핑도 하고 뭐 사갈 것들도 좀 사고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동기 선배는 이번이 파리가 6번째니..)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려니까 방 전화로 동기 선배가 연락을 해서 형과 함께 금방 이쪽으로 오겠노라고 했다. 숙소에서 동기 선배 및 선배의 형과 재회한 교수님과 나는 저녁 식사 겸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한잔 안할 수 없지 하고는 선배의 형을 따라 밤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메트로를 타고 어떤 길거리에 내렸는데 가이드를 따라 다닌 곳과는 달리 역시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젊은’ 그 형을 따라 가니 확실히 보다 젊은이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 번화가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마치 주말 저녁 종각 근처의 먹자 골목을 연상시키는 이 곳은 다름 아닌 퐁피두 센터 근처였다. 우리는 여기서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감자 튀김, 소시지 구이 등과 맥주를 시켜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자축하며 긴 여정의 아쉬운, 마지막을 보냈다. (파리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은 한국에서의 안주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식사를 두 개 정도 시키고 맥주를 시키는 우리들 앞에서 약간 난처해 했다.)
 
맥주를 한잔 들이키신 교수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범수 얘 말이야.. 어젯밤에 그 샴페인도 혼자 다 마셔버리고.. 말이야.."
 
7편에 계속…….

 

2006/06/07 (수)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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